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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순>, 인생의 '모순'

슬퍼야 기쁜, 행복했기에 불행하다

by Cosmo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삶이 어땠을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질문이다.
책 <모순>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용히 내밀었다.

선택과 결정에 관심이 많은 내게 이 소재는 매력적이었다.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 쇼츠 콘텐츠였다.
모든 것이 똑같았던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선택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

A: 안정적이고 유복한 가정, 유학 간 자녀, 젠틀한 남편

B: 술과 폭력, 가출을 일삼는 남편, 조폭이 꿈인 아들, 지극히 평범한 딸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면

책의 화자는 바로 그 평범한 딸, B의 자식이고

초반엔 A와 B의 엇갈린 인생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예를 들면, 학부모 일일 교사 초청에

시장에서 양말을 파는 엄마 대신, ‘세련된 이모’를 학교에 데려가며 생기는 에피소드들.


그러나 중반부터는 화자 본인이 겪는 감정의 복잡성이 깊어진다.
연락하는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정이 A와 B의 삶을 얼마나 닮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A의 삶이 당연히 더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읽는 내내 의문이 따라붙었다.

B의 삶은 너무 극적이니까.

늘 사건이 터지고, 상처가 쌓이고,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A의 삶이 과연 ‘행복’으로만 채워진 삶인가?
소설 속 A는 이렇게 말한다.

“심심한 남편과 심심한 식사, 무난함 속의 평온한 일상, 어쩌면 무덤 속 같은 평온.”

(어쩌면 지금의 나의 상태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어릴 적 주말에 먹던 치킨이 떠올랐다.
기대하고 기다리던 소중한 한 끼.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배달 앱으로 만날 수 있는,

‘그냥 닭’이 되어버린 존재.

(연예인도 마찬가지인듯)


그제서야 A가 힘들어하는 감정이 이해가 됐다.
"오히려 또 평온이 공허로 바뀔 수 있겠구나."




"모순"이라는 말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모순(矛盾)은 창과 방패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무조건 뚫는 창 vs 뚫리지 않는 방패
서로 상반되지만,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따뜻함을 알기 위해선, 차가움을 먼저 겪어야 한다.
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불행이 있어야 한다.
죽음이 있기에 유한한 삶이 소중하고,
결핍이 있기에 사랑은 깊어진다.


A는 모든 감정을 ‘평탄함’ 속에 덮은 채 살았다. (無의 상태)
그래서 B의 좌충우돌 삶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책 마지막에 등장하는 B의 문장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결국 삶이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기꺼이 타겠다는 ‘살아있음에 대한 선언’ 같았다.



책을 덮고 나서, 나에게 남은 문장들은

인생은 짧지만 삶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면, 그것들이 나날을 긴장으로 채워준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책 <모순>은 단순한 가족 소설이 아니라,
얼마나 복잡한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내 안의 모순’을 직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뻔한 얘기이지만 나는 이렇게 정리해서 받아들였다.

이 시지프스 같은 삶 속에서

각자만의 인생 자체를 여행하며

차가움도 느끼고 따뜻함도 알게 되고 그걸 반복하며

삶을 즐기다 떠나는 것


삶은, 결국 ‘모순’을 수집해 가는 여행이다.

슬프고도 기쁘다.

그래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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