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by 이나모리 가즈오
일한 지 5년이 넘어가며 생긴 나의 직업병은 많은 대상들에게 ‘왜?’라고 묻는 것이다. 처음엔 일 자체에 대한 질문이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왜 이렇게 해야 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질문이 더 깊은 곳을 향했다.
“나는… 왜 일하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던 어느 날 똑같은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바로 집어서 책을 다 읽으니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왜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가 너무도 명확했다.
1. 저자의 인생 스토리 — 거창하지 않은 시작
책의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저자의 삶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일본 경영계의 전설, 하지만 그의 출발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성적 맞춰 진학
대기업 취업 실패
간신히 들어간 곳은 거의 망하기 직전의 회사
회사가 싫어 동기들과 불평불만
동기들은 하나둘씩 좋은 회사로 이직
본인도 도전했고, 이직 서류만 내면 탈출 가능한 상황
그러나 아버지의 한마디
“1년도 안 다닌 녀석이 무슨 이직이냐.”
그렇게 이직은 무산됐다. 허탈감이 컸지만 그는 생각을 바꿨다. “막연히 도망쳐봐야 달라지는 건 없겠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그다음부터 작은 성취가 쌓이기 시작했고, 습관이 되었고, 결국 창업이라는 큰 물줄기까지 이어졌다.
2. 왜 일하는가?
1) 평범한 사람이 멋지게 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
저자는 말한다. “일은 삶의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실적인 말이었다.
왜냐하면 돈을 얻는 3가지 경로(=사업/자본/근로소득) 중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대부분의 사람의 첫 번째 루트는 근로소득인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실력을 만들고, 다음 소득의 선택권을 만든다. 그러니 일은 선택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삶을 돌파하는 기본 경로에 가깝다.
2) 진짜 기쁨은 ‘일에 몰입’할 때 온다
어느 순간부터 주말이나 쉬는 날이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순간적인 즐거움은 있지만 금방 휘발됐다. 왜 그럴까? 책을 읽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놀이나 취미의 즐거움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일에서 얻는 충실감은 오래 남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회사에 헌신해서 느끼는 보람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 한 걸음 다가간 감각이다. 내가 세운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다는 실감. 마치 '나'라는 캐릭터의 경험치가 실시간으로 높아지는 것이 보이고, 레벨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 같다.
3) 결국 일은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
저자가 말하는 일의 궁극적 의미는 단순하다. “일은 한 사람의 인격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30년간 한 분야에서 일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자체가 깊이를 증명하는 느낌이 든다.
꾸준함에서 나오는 신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기준들. 이것들은 모두 ‘일’이라는 반복 행위를 통해 다져진다. 직업병이라는 것도 결국 한 분야에 계속 노출되며 형성된 나만의 감각과 성격이다. 그렇게 우리는 일을 하며 ‘나라는 사람’을 하나씩 완성하고 있다.
직업병이 생기고, 일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면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도 함께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되묻게 된다. “나는 왜 일하는가?”
먹고살기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책을 덮고 보니, 내가 던졌던 모든 ‘왜’의 끝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해 있었다.
오늘의 내가 되는 과정,
내일의 내가 조금 더 나아지는 과정,
그리고 훗날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삶을 만드는 과정
결국 일은 그 모든 과정을 한데 묶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