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거울의 왕국

현대 정치 풍자 우화-1

by 박대석

깊은 숲 속 동물 왕국에는 오래된 법전이 있었습니다. "모든 동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첫 번째 조항이 황금빛으로 새겨져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꼬리가 12개나 되는 여우가 '투명한 거울'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이 거울은 진실만을 비춥니다"라며 왕좌에 오른 여우는 거울을 왕국 법전 앞에 세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거울에는 여우의 12개 꼬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장면: 재판장의 기적

재판장에서 원숭이 판사가 여우의 12가지 혐의를 읽어 내려가자, 여우는 차분히 거울을 가리켰습니다. 순간 거울에 금빛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헌법 84조에 따라 왕은 재판받지 않는다."


원숭이 판사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이 혐의들은 왕이 되기 전에..."


"거울이 말하는데 무슨 의문이 있나?" 여우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토끼 변호사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84조는 재직 중 범한 죄에만 적용됩니다!"


그러자 여우는 입법회의를 긴급 소집했습니다. 불과 3시간 만에 '거울 해석 우선법', '왕실 존엄 보호법', '과거사 봉인법'이 연달아 통과되었습니다. 여우가 기르던 개들이 의원석의 거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장면: 진실을 찾는 자들

다람쥐 기자가 용기를 내어 보도했습니다. "거울 뒤편에 은밀한 장치가 있습니다. 글씨는 원격으로 조작되고 있었습니다!"


여우는 미소를 지으며 '언론 신뢰성 강화법'을 제정했습니다.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죠. 다람쥐는 다음 날부터 "거울은 진실의 상징"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너구리 변호사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려 했지만, 거울에는 이미 새로운 조항이 떠있었습니다. "모든 재판은 왕의 임기 종료 후로 연기한다." 심지어 "대법원 증원법"까지 통과시켜 여우의 친구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코끼리 대법원장이 항의했지만, 여우는 "사법부 독립을 위한 개혁"이라고 답했습니다. 새로 온 대법관들은 모두 여우 출신이었습니다.


세 번째 장면: 진실을 잊은 왕국

시간이 흐르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물들이 자발적으로 여우의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왕은 법을 지키는 모범이다" "거울은 우리를 보호한다" "옛 법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자신들의 곡식창고가 텅 비고, 새끼들이 굶주려도 "왕국이 발전하고 있다"라고 믿었습니다.


늙은 까치 학자만이 홀로 경고했습니다. "여러분, 거울을 보세요. 여우의 그림자는 여전히 12개의 꼬리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우리 눈이 속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동물들은 까치를 "왕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불순분자"라며 외면했습니다.


마지막 장면: 깨어진 거울, 깨어지지 않는 환상

어느 폭풍우 치는 밤, 어린 토끼가 놀다가 실수로 거울을 깨뜨렸습니다.


파르르 떨어지는 거울 조각들 사이로 진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우의 12개 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숨겨진 혐의서류들이 바람에 날렸습니다. 조작된 장치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타들어갔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드러났다!" 토끼가 외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물들이 토끼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왕의 위엄을 훼손했다!" "거울을 깨뜨린 죄인!" "평화를 깨트리는 반역자!"


여우는 조용히 웃으며 새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더 크고, 더 화려한 거울을.


그리고 그 거울에는 이런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진실은 왕이 정한다."


epilogue

그 후 토끼는 왕국에서 추방되었고, 동물들은 여전히 새 거울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까치 학자는 조용히 중얼거렸습니다.


"가장 완벽한 독재는 국민이 스스로 자유를 포기할 때 완성된다."


어둠 속에서 여우의 12개 꼬리가 왕국 전체를 감쌌지만, 아무도 그 그림자를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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