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 풍자 우화-2
깊은 숲 속 동물 왕국에는 오래된 법전이 있었습니다. "모든 동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첫 번째 조항이 황금빛으로 새겨져 있었죠. 그 왕국을 다스리던 곰 왕은 어느 날 심각한 얼굴로 의회에 나타났습니다.
곰은 병사들을 시켜 썩은 '계란' 한 판을 의원들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보십시오, 우리 왕국에 의회 횡포와 여우당의 부패가 이렇게 깊이 뿌리 박혀 있습니다. 이대로는 나라가 위험합니다."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여우와 그 무리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왕이 겁을 주려고 연극을 하는군요!" 그러나 여우의 꼬리가 12개나 되는 것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여우는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곰 왕을 탄핵했습니다. "무자비한 탄핵 등은 법에 따라 정당 한데도 국회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국민을 선동했다"는 죄목이었죠. 미리 길들여진 헌법재판소는 곰의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곰을 지지했던 소수의 동물들이 '계란 세력'으로 낙인찍혀 조사받고 감옥에 갇혀도, 대부분은 침묵했습니다.
"내가 곰을 지지한 적도 없는데 왜 나서야 해?" 토끼가 중얼거렸습니다.
"정치 얘기는 복잡해서 모르겠어." 다람쥐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여우가 왕좌에 오른 후, '투명한 거울'을 법전 앞에 세웠습니다. "이 거울은 진실만을 비춥니다"라고 선언했지만, 신기하게도 거울에는 여우의 12개 꼬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재판장에서 원숭이 판사가 여우의 혐의를 읽어 내려가자, 여우는 차분히 거울을 가리켰습니다. 거울에 금빛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헌법 84조에 따라 왕은 재판받지 않는다."
토끼 변호사가 항의했습니다. "84조는 재직 중 범한 죄에만 적용됩니다!"
여우는 3시간 만에 '거울 해석 우선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개들이 의원석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동물들은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법률문제는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 "헌법이 바뀌든 말든, 내 일상과는 상관없잖아."
여우는 곰 왕 시절의 관료들과 반대 세력들을 차례로 탄핵하고 몰아세웠습니다. "계란 세력"이라는 명분이었습니다.
너구리 검찰총장이 탄핵되었습니다. "수사권 남용" 혐의였죠.
코끼리 대법원장도 쫓겨났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까치 언론인들도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가짜뉴스 유포" 죄목으로요.
동물들은 여전히 방관했습니다. "정치인들끼리 하는 싸움이잖아." "부패한 놈들이 벌 받는 거 아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다람쥐 기자가 용기를 내어 "거울 뒤편에 조작 장치가 있다"라고 보도했지만, '언론 신뢰성 강화법'이 제정되자 다음 날부터는 "거울은 진실의 상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여우의 손길이 일반 동물들에게도 뻗쳤습니다.
시장에서 "요즘 물가가 너무 올랐네"라고 불평했던 양이 "경제 불안 조성죄"로 끌려갔습니다.
"거울이 이상하다"라고 속삭였던 고양이는 "왕실 모독죄"로 추방되었습니다.
자신들의 곡식창고가 텅 비고 새끼들이 굶주려도, 동물들은 "왕국이 발전하고 있다"라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는 척했습니다.
어린 토끼가 실수로 거울을 깨뜨렸을 때, 진실이 드러났지만 동물들은 토끼에게 돌을 던졌습니다. "평화를 깨트리는 반역자!"
양이 끌려가고 토끼와 고양이가 추방되고 나서야, 남은 동물들은 깨달았습니다.
"처음 그들이 곰 왕을 몰아낼 때, 우리는 침묵했습니다. 우리는 곰을 지지하지 않았으므로.
그다음 그들이 각 종 법을 바꿀 때, 우리는 침묵했습니다.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으므로.
그다음 그들이 '계란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반대 세력을 탄핵하고 몰아세울 때, 우리는 침묵했습니다. 정치적인 일이라 여겼으므로.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우리의 자유, 우리의 재산, 우리의 신념을 향해 왔을 때,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줄 동물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여우는 새로운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더 크고, 더 화려한 거울을. 그 거울에는 이런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진실은 왕이 정한다. 침묵은 금이다. 순종은 미덕이다."
늙은 까치 학자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가장 완벽한 독재는 국민이 스스로 자유를 포기할 때 완성된다."
어둠 속에서 여우의 12개 꼬리가 왕국 전체를 감쌌지만, 아무도 그 그림자를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는 볼 수도 없었습니다.
왕국에는 완전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이상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런 평화가.
"민주주의가 죽을 때는 박수 소리와 함께 죽는다." - 어느 현명한 동물이 남긴 마지막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