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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23. 2021

쓰레기를 왜 직접 안 버리는지 모르겠는 기분

주말 오후 스타벅스에서

영화를 본 뒤 리뷰를 쓰려고 백화점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 새로 온 어느 두 사람이 테이블 위가 더러웠는지 휴지를 가져와 닦고 있다. 아마 음료나 디저트를 앞서 그 자리를 이용한 누군가가 흘렸는데 닦지 않고 그냥 간 모양. 한 사람이 "진상 짓 해놓고 갔네" 하며 흔적을 닦고, 다른 한 사람이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몰라"라고 덧붙인다. 이어서 시야에 들어온 건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몰라"라고 말한 사람이 자기가 닦은 휴지를 근처 다른 테이블 아래에 발로 밀어 넣는 장면이었다. 자기 자리를 누군가 더럽혀 놓은 건 '왜 이러는지 모를' 행동이고 사용한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건 그렇지 않은 행동인가. 그 휴지는 원래 여덟 명이 앉을 수 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네 명만 지그재그로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 아래에 버려졌는데, 불과 5분도 안 지나서 직원이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그 버려진 휴지가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을 것 같다.


(그 긴 테이블이 내 앉은 자리 바로 앞이었던 탓에 아래 놓인 휴지에 시선에 자꾸 들어왔는데, 그걸 직접 나서서 주워 버리자니 그 사람 보라고 무안을 주는 행동처럼 보일 것만 같고 괜히 오지랖인가 싶고 하는 등등의 생각들로 몇 분을 모니터와 모니터 뒤 휴지를 번갈아 바라보던 차에 파트너 분이 금방 오셔서 다행히 정리를 하기는 했다.)



가끔 쓰레기를 제 위치에 버리지 않는 행동에 대해 '청소하는 사람의 일거리를 만들어준다'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경우를 접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도 쓰고 난 회의실에 휴지나 남은 음료를 그대로 두거나 화이트보드에 쓴 것을 지우지 않거나 의자를 원래 위치에 가져다 놓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당연히 극장에도 자기가 먹은 팝콘 용기나 음료를 그대로 자리에 두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누군가는 뒷정리를 '깜빡'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정말로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가야 청소하는 담당자가 치우는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든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풍경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의 행동, 서비스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 등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퇴장로 주변 쓰레기통 위에는 대체로 '그냥 두시면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따위의 문구가 적혀 있는데 그건 버리는 사람의 편의가 아니라 청소하는 사람의 (분리수거 등) 편의를 위한 것이고 그 말이 아무 곳에나 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버려졌던 휴지가 다시 치워진 자리를 한동안 보며 나야말로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몰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The Customer is always right"이라든가 "손님은 왕이다" 같은 문구 좀 안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낮에 관람했던 <소울>에서도 이발소 신에서 잠깐 지나가는 말로 그게 나오는데, 그건 '손님' 스스로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손님은 말 그대로 서비스를 잠깐 빌리고 자리를 잠깐 이용하고 가는 사람일 뿐이다. 자기가 쓴 건 자기가 치우는 게 '옳은' 일이다.



인스타그램: @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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