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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27. 2024

쓰는 동료를 만드는 일

느슨하고 단단한 취향 공동체

당신이 계속 쓸 준비가 되었다고 해도, 오래 글 쓰는 사람으로 있으려면 혼자만으로는 어렵다. 동료가 있어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 업로드하면 분명 누군가가 읽기는 읽겠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을 동료라 칭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 글을 직접 읽어주고 내 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코멘트해 줄 이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내게 스스로 찾아오지 않으므로, 동료를 만드는 건 직접 찾아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 세상에는 제법 많은 글쓰기 관련 프로그램들이 갖가지 형식과 개성으로 마련되어 있다. 유명 작가의 일회성 특강일 수도 있고 조금 덜 유명한 작가의 다회차 강의일 수도 있으며 일부 팬층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독립 출판을 여러 차례 직접 경험한 출간 베테랑의 실전 워크숍일 수도 있다. 누가 가르치는 형태가 아니어도 마음 맞는 혹은 니즈가 맞는 이들 몇이 대면 또는 비대면하여 주기적으로 서로의 글을 읽어보는 모임의 형태도 있을 수 있다. 글쓰기가 아니라 단지 독서를 함께하는 모임이어도 상관없다. 독서를 즐겨하는 이들은 제법 높은 확률로 책에 대한 감상이나 리뷰라든지 기타 여러 방면으로 글을 쓰고 있거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이다.


상술한 종류의 강의나 모임을 전부 경험했다. 당연히 그 모든 프로그램들이 내게 절대적이고 실리적인 도움을 주거나 인생을 뒤바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것들을 이끌거나 거기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내 동료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운이 따르고 어떤 강의는 별 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며 어떤 모임은 그다지 나에게 적합한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내 이야기는 확장되지 않는다. 허공에 수신인 모를 편지를 띄우는 일만 반복하는 것보다 그 어디일지라도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어요(싶어요)'라며 몇 마디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는 댓글의 형태로는 불가능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자기도 그러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며 반가워할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내 독자가 될 것이고, 나 또한 그들의 글을 읽게 될 것이다.


그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내가 내 글에만 갇혀 있지 않게 만든다. 나 역시 그들의 글을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료의 존재는 홀로 쓰는 고독을 떨쳐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공동체를 형성해주기도 할 것이며 어느 날 그들 중 누군가는 내가 쓴 어떤 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공유해주기도 할 것이다.


최근에는 나 역시 새로운 취향 공동체를 만났다. 그간 경험해 왔던 갖가지 모임들보다 더 즐거운 영감과 배움으로 가득한 에세이 쓰기 모임이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글쓰기와 책 읽기에 진심으로 열심인 사람들이 순수하게 전해주는 그 무해한 대화 속에는 더 나은 글, 더 좋은 책, 그리고 더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일에 대한 지적이고 따뜻한 화두가 가득했다. 4개월에 걸쳐 그 모임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네 번의 모임은 찰나였다. 정해진 글 제출 마감일도 매번 빨리 찾아왔다. 그렇지만 글에 대해 서로 교류한 댓글들은 물론 모임 현장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무엇에 비할 바 없이 소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과 공부를 거듭하는 중이지만 '바로 이 사람들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거기에 어느새 더해졌다.


어떤 면에서 그렇게 형성되는 공동체는 꽤 느슨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듯, 나 역시 어느 순간 그곳에 참여하지 않고자 한다면 더 이상 소속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 나서고 어떤 이들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가진 힘은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발화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댓글 하나에 감동해 마음 깊은 감사를 표하게도 만든다. 쓴 이와 읽은 이 사이의 고요한 대화는 이따금 다른 영화나 책 등으로 영감을 확장시켜 주기도 한다. 단단한 응원을 겪어본 이들은 어디선가 그 느슨한 공동체가 힘을 잃지 않도록 손을 내밀고 대화를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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