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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당신들이 있어 이 세계가 지켜져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025) 리뷰

by 김동진

<미션 임파서블>(1996~2025) 시리즈만큼 작품들 간 기복이 거의 없고 무엇보다 후반으로 올수록 완성도가 일정하게 자리 잡은 시리즈가 거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전적으로 '로그네이션'(2015)부터 각본과 연출로 합류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연출에서도 기인하지만 당연히 그 많은 힘은 주연이자 제작자 톰 크루즈에게서 나온다. 내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곧 나 자신이다. 그저 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방식이며 인생 그 자체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이처럼 열정과 헌신을 다해 (문자 그대로) 몸을 던지며 달리는 고전적인 의미의 무비 스타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상기한다.


전작 '데드 레코닝'(2023)의 클리프행어 결말에서 거의 바로 이어지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025)은 제목과 예고편에서 노골적으로 (톰 크루즈가 함께하는) 시리즈의 최종장임을 적극 암시해 왔다. 실제 본편에서도 그간 축적되어 온 에단 헌트의 인생사와 동료애와 무엇보다 지금을 있게 한 모든 '선택'들을 조명하는 한편 아예 전편의 일부 장면들을 재사용하기도 하면서 선택과 운명이라는 화두를 파고든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간과되기 쉽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액션만큼이나 각본 자체가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데, (그래서 서사를 제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액션 시퀀스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면도 있다) 원래 두 개의 파트로 기획되었던 탓(?)인지 '로그네이션'이나 '폴아웃'(2018)의 뛰어난 각본만큼에는 이번 '데드 레코닝'과 '파이널 레코닝'이 조금 못 미치는 기색이 있다. 특히 '파이널 레코닝'은 전편보다도 서사 구조가 제법 복잡한 탓에 설명적으로 할애되는 대사들과 긴박감을 주는 교차 편집 및 플래시백이 자주 쓰이는데 이것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기도 하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 달라는 헌트 말은 대사이기를 넘어 영화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리즈를 함께한 관객이라면 이미 작중 IMF 요원들이 '불가능한' 미션을 과연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여부를 초조하게 지켜보지 않는다. 단지 '어떤 식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시리즈 내내 빌런들에게 얻어맞고 고행하고 다쳐온 에단 헌트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다쳐가며 뛰어가며 몸을 던져 (명령을 어겨가며) 임무를 완수하는지 그 일련의 시퀀스들을 지켜보면 되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잠수함 내부와 경비행기를 오가며 에단 헌트와 팀원들이 '엔티티'에 맞서는 광경을 극장에서 즐기는 것이 관객의 역할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최종 편을 마주하는 기대감 덕분인지 단점들도 제법 눈에 띈다. 늘어난 팀원들은 그 어떤 전편들보다 중요하게 활약함에도 불구하고 각 조연들 간 비중 안배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도 있고 초 거대 위협인 엔티티는 오히려 지난 빌런들에 비해서는 캐릭터성의 측면에서 차별점이 약하며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위협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그것이 헌트의 지난 어떤 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무게감보다는 못 막으면 인류 종말이다 정도의 엄포가 반복된다.


그렇지만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그런 요소들을 소홀히 했을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차라리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 피날레를 관객들 당신들을 위해 만들었다며, 그간 함께해 왔던 세월에 대한 감사와 헌사를 가득 담아 마련한 공동의 미션이라고 해도 되겠다. "소중한 이들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음지에서 살고 죽는"다는 말은 그 자체로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하나 더 중요한 건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 생각할 요소가 많은 최종장이다. 우리는 어김없이 극장을 나서지만, 마치 IMF의 요원들은 이 세계 안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마치 그들 각자의 존재에 의해 지탱되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대의 얼굴도 모르는 관객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나는 순간을 기다려 왔으리라는 걸 알기라도 하듯이. 이 시리즈의 30년은 그렇게 '우리'에게 행운을 빌며 물러간다. 그렇지만 광장의 군중들 속으로 사라진 요원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곳에 살아 있으리라는 믿음과 우리가 최악의 선택은 끝내 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이면 충분하다. 그 생생한 믿음과 희망을 우리는 헌신의 형태로 스크린에서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만난다. 어느 영화인(들)의 뜀박질과 집념 덕분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국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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