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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08. 2018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짧은 이틀의 기록

내게 있어 영화제 다운 첫 영화제 경험은 4년 전.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였다. (PIFAN에서 BIFAN으로 바뀌기 전이었던) 데일리 취재를 하느라 개막작 외에는 상영작을 극장에서 관람할 여유 따위는 없었고, 미숙하고 미진해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식사를 그야말로 해치우고 노트북 앞에 멍하게 앉아 있던 시간이 많았다. 다행히 내 취재 일정이 없었던 폐막일이 되어서야 겨우 영화를 한 편 봤다. (보다가 졸았던 걸로 기억한다.) 얕은 경험이었지만, 영화가 일이고 현장이라는 건 그때 경험했다.


그러고 보면 이듬해 전주도 폐막일 직전에 찾았고, 얼마 전 서울환경영화제도 폐막일에서야 겨우 시간 내어 방문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찾은 부산국제영화제도 상영작을 챙겨보는 데에는 관심 없었고 그저 현장 분위기를 살피는 일이 좋았다. 화제가 되는 영화들은 대체로 정식 개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뭔가를 놓친다는 기분도 그리 크진 않았다.



작년에 아쉽게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올해에는 꼭 방문하기로 했는데, 이것도 폐막 전일이 돼서야 겨우 시간을 만들었다. 예매 같은 건 생각도 안 했고 적당히 시간이 맞는 영화를 하나쯤 보기로 했다. 이대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당일 상영작 시놉시스를 간단히 살피고 현장에서 다행히 매진이 안 된 작품을 하나 골랐다. <흔적 없는 삶>(리뷰 링크)이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습관처럼 데일리와 카탈로그를 집어들고는, 감독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찾아보니 전작 중 <윈터스 본>(2010)이 있었다. 영화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것일 테다. 올해는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에 본 <아버지의 방문>은 1991년작으로, 독일 감독 모니카 트로이트의 연출작이다.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해서 우선 짧게 코멘트만 남기고자 한다. [몇몇 표현과 흐름에 잠시 당혹스러움을 느끼려다가도, 이 영화가 27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란 점을 상기하며 그 당혹감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낭만과 설렘의 뉴욕이 아니라, 좌절과 불안의 뉴욕으로 시작한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에 빅키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이야기도 나름대로 알차게 담는다. "우리 딸 유명해졌네"라는 아버지의 말 때문이 아니라, 빅키는 그녀 자신을 조금 더 믿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사랑스럽고 당당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자신을 카메라에 새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내어 방문하길 참 잘했다고 느꼈다. 이틀간의 영화제 방문에서 각각 <흔적 없는 삶>과 <아버지의 방문>을 한 편씩 봤고, 현장에서는 어떤 굿즈를 살까 하다가 국내 여성 감독 20인의 단편이 수록된 DVD를 샀다. 윤가은, 방은진, 부지영, 신수원, 임순례, 정주리, 노덕 등 장편으로도 잘 알려진 감독들의 단편을 포함,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고루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날은 데일리가 다 소진되어서 6월 6일(수)자 데일리 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공휴일이었던 폐막 전날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한 영화제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영화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내년 여성영화제 때는, 더 많은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글 쓰고 흔적 남겨야지.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wit n cynical)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제를 찾은 지인을 만났고, 그리고 늘 가보고 싶었던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도 잠시 시간을 보냈다. 6월의 첫 일주일이 이렇게 알차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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