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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0. 2019

당신도 영화에 대해 쓰는 사람이면 좋겠어, 앞으로도.

7월 9일 원데이 클래스를 마치고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사운드 체크. 들리시나요?"

클래스가 시작되기 전 간단한 인터뷰 촬영이 있었다.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마이크와 카메라에 좀 더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본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영화가 왜 좋고 영화와 글쓰기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관해 이야기를 전했다. 머리와 입이 엉켜 말을 중간에 끊고 "다시 할게요"를 연발하기도 했고, 불과 몇 분의 영상에 담길 이야기를 위해 여러 번 말을 고치고 단어들을 골랐다. 촬영 관계자 분의 칭찬과 격려가 아니었다면 나는 촬영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 1시간의 이야기가 단번에 글쓰기 스킬을 향상해주는 시간이 아니라, 막연한 글쓰기의 지난한 두려움을 덜어드리는 시간이었으면 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한정된 시간 탓에 참가자 전원의 글을 다 살피지는 못했다. 저마다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갖고 글을 적으셨을까. 강의 후 글쓰기 시간을 위해 류이치 사카모토, 레이첼 야마가타와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들을 준비했고 그 소리들이 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쓰는 사람들을 보는 내내 마치 공책에 연필로 사각사각 획과 획을 긋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말이 간결한 자는 도에 가깝다."

책상에 놓인 일력의 7월 9일 자 페이지에는 위와 같은 이이의 『격몽요결』의 한 대목이 인용되어 있다. 영화와 글쓰기에 관해 나는 언제나 수많은 보따리의 이야기를 준비해두고 있고 경우에 따라 그것들을 선택적으로 꺼내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때는 자주 말이 길어지게 된다. '글의 시작'에 관하여, 그리고 '글쓰기의 이유'에 관하여, 꼭 전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60장이 넘는 슬라이드 자료로 준비한 걸로 모자라 두 페이지 분량의 유인물까지 준비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저마다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의 뜻이 어렴풋하게나마, 유의미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나 한 사람을 위해 많은 관계자 분들이 분주히 움직이신 것은 아닌가. 황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모든 분들에게 한 분 한 분 인사를 다 드리지는 못했다. 수많은 카톡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담당자도 계시고 인사만 나눈 분도 있으며 이메일만 주고받았던 분도 있다. 이 미진한 기록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억의 총합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하루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고, '영화에 관한 글쓰기'에 대해 생각과 노하우를 얻으러 삼성역까지 달려와주신 분들의 마음과, 행사를 준비해주신 관계자들의 마음과, 영화에 대해 글쓰기에 관해 가능한 알차고 도움되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내 마음이 알맞게 합쳐져 7월 9일이라는 하루를 만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말해주듯 '진심'은 그 자체로 오롯하게 전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글쓰기와 말하기를 '배우는' 이유는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커피 한 잔 마셨습니다,,, 김동진이라는 이름 하나만 기억해주세요,,,"라고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우리는 생각함으로 인해, 글을 씀으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원데이 클래스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당신도 영화에 대해 쓰는 사람이면 좋겠어."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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