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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9. 2019

가을이었던 영화들을 생각한다

처서를 앞둔 계절의 문턱

(엄밀히 영화일기는 아니지만 이 카테고리에 남겨두기로 한다.) 작년 이 무렵의 나는 꽤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모임,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인연까지. 콘서트와 페스티벌 예매를 해두고는 무엇인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에 잠겨 있었고 그것들 중 일부는 실제가 되기도 했다. 강바람을 쐬며 한강 다리를 건너기도 했고, 미소를 머금고 밖을 걷는 일이 좋아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순간 곧장 놓치기도 했고 무엇인가를 기록한다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줄 만한 일도 있었다. 가을은 너무 짧았고, 가을과 겨울 사이는 어느 때보다 지친 상태로 보내야만 했다. 그랬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나도 마찬가지로 흐르고 있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고, 당장은 그 존재를 모르는 것도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가만히 서서 내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든 가야 한다고 믿는 길을 가자고, 가까스로 다짐할 수 있었다. 노래 제목을 빌려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라고 단단하게 말할 수 있는 어떤 날을 막연히 상상하면서. (2019.08.18.)


영화 <너의 결혼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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