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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08. 2019

이 세상에는 앞으로도 문학이 필요할 거예요

김금희X신형철 북토크에 다녀온 날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문장이 있다.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서,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문학동네, 2019, 93쪽.) 그리고 삶에서 여러 번의 사랑의 죽음(소멸)을 경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야말로 계속해나갈 만한 일이 아닐까 한다는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 상실감에 대해 계속, 오래, 생각한다는 건 살면서 마주하는 무엇이든 어차피 언젠가 내게서 떠나갈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대상이 내게 없다는 감각(상실감)이 찾아왔을 때 그 감각으로부터 내가 일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도 오늘 들었다.


@마포중앙도서관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세상에 작가와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사랑에 대해, 상실에 대해, 삶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는 일은 스스로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을 넘어 사회의 비극과 절망과 슬픔에 관하여, 그것이 완전히 잊히지 않게 소설의 형태로 기록하는 일. 그것이 오늘, 소설을 쓰는 이유, 문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었다.


며칠 전 발췌해 언급한 '작가의 말'에 담긴 내용처럼, 내가 생각하거나 느끼는 일들과 마음들을 다른 누군가 대신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것을 계속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해준다는 것을 느낄 때의 동질감이 있다. 세상 어딘가의 독자들을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처럼, 무엇인가를 쓰는 사람이 다른 무엇인가를 쓰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특정하기 어려운 종류의 유대감이라고 해야겠다. 그렇다고 나는 픽션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 읽은 <채널 예스>의 김연수 작가의 말에서도, 그리고 북토크가 끝나고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조해진 작가의 신작 장편 『단순한 진심』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그들 각자의 고유한 언어와 태도로 연대와 기록의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필자에 대해 말할 때 "이 사람의 문장과 글을 꼭 읽어야만 해요!"라고 설렘을 감추지 않은 채 들떠 언급하는 이들이 몇 명 있다. 오늘의 북토크는 그중 두 분을 모두 만난 자리라고 하면 될까. 내가 문학(그리고 영화)을 아끼고 좋아하는 모든 이유가 2시간의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고 해도 되겠다. 생에는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문학은 그것을 제공하는 가장 확실한 이야기다. (2019.09.08.)


@마포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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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되기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해진, 『단순한 진심』, '작가의 말'에서, 민음사, 2019,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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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 은희경 작가님의 새 장편 『빛의 과거』에는 정세랑 작가님과 신형철 평론가님의 추천의 글이 실려 있었다. 오늘도 내적 복지라는 것이 폭발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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