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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18. 2019

입동에 다시 꺼내 읽은 '입동'

김애란 소설의 생생함을 생각하다

각 시기별 날씨나 기후 등을 꽤 정확히 반영하곤 하는 절기들이 음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일자가 정해져 있음을 안 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1월 7일은 입동이다. 다른 절기에는 또 어떤 생각을 해왔고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입동'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건 물론 김애란의 소설이다.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단편 '입동'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욕실 유리컵에 꽂힌 세 개의 칫솔과 빨래 건조대에 널린 각기 다른 크기의 양말, 앙증맞은 유아용 변기 커버를 보며 그렇게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임을 알았다." 김애란의 산문을 읽으면서도 다시금 상기한 사실이지만, 김애란의 문장은 시간을 넘어 그 장소에 깃든 공기와 온도 같은 것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다. 글을 쓰는 일이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듯이. 입동을 맞아 저 '입동'을 다시 읽고는 작중 두 사람이 겪는 상실에 덩달아 아파졌다. 다시 읽어도 영화 같은 소설이다.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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