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은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가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서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하러 간 10여 년에 걸친 기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철학 일기이자 에세이이다. 그는 정신적 스승이었던 에픽테토스, 세네카와 함께 금욕과 이성을 강조한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전쟁터에서 틈틈이 쓴 그의 12편의 에세이는 로마 스토아 철학의 정수를 담아냈다.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의 지표가 될만한 격언이 많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이 격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신라시대 승려인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로마 원수정 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낸 15대 황제 안토니누스 피누스의 뒤를 이어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에 등극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역사적으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의 집권 시기는 전쟁, 반역, 전염병, 재해 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로마 북쪽 게르만족을 비롯한 이민족의 침투는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바깥세상은 자기 마음과는 다르기 때문에 고난과 번민은 시작된다. 하지만 '5 현제' 중 가장 지적인 황제로 평가받는 아우렐리우스는 대부분의 역경을 이겨낸다. 이 세상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지옥이 되기도 하고 천국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철인 황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향해 글을 쓰며 평정심을 항상 유지하려 노력했다.
어떠한 일을 대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보통일이 아니다. 목숨이 달린 전쟁터는 고사하고 SNS의 댓글 공간에서 조차 침착한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편협한 의견, 비속어의 남발, 꼰대, 성추행, 인격모독 등 화를 안내는 것이 비정상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가족들과의 생활, 직장 선후배들과의 회사생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정심처럼 유명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검색하면 여러 전문가의 제안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법들에 앞서, 아우렐리우스의 격언을 떠올려 볼 것을 추천한다. 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내면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객관적 자기 인식'은 평정심 유지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격언 마지막에 아우렐리우스가 "이것을 알면 힘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러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한 걸음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보며 평정심을 유지하면 원치 않았던 바깥세상을 견딜 힘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더욱더 세밀하게 바라보기 위해 글을 쓰며 자기 생각을 정리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아우렐리우스가 지병으로 전장에서 서거하고 집권이 끝나자 로마 제국의 운명은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로마 제국의 쇠락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결과적으로 광활한 로마 제국을 유지하는데 황제의 평정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용 범위를 제국이 아닌 '나'만의 문제로 줄여도 비슷하다. 외부 환경이나 현실은 나에게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내면은 내가 마음먹은 데로 할 수 있다는 로마 황제의 조언을 기억한다면, 더욱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