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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Jun 08. 2020

왜 이렇게 일이 잘 풀릴까?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다르다. 기본적인 습성은 같을지라도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욕심도 많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는 잠을 자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욕심도 많았고 열정적이었으며 악착같은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정반대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는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을 되게 하려고 힘을 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 일은 내게 맞지 않은 거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게 맞는 일을 찾으려고 하거나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는 관망한다. 비단, 하고 싶은 일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 또한 이런 식으로 변했다. 옛날의 나라면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집착하거나 그 끈을 쉽게 놓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불편함이 계속되면 웬만하면 선을 긋는다. 


이렇게 변하게 된 계기가 분명히 있다. 영국 유학. 그때 정말 많이 생각했던 주제, '왜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릴까?'였다. 원하는 것마다 장애 없이 이루어졌다. 유학을 마음먹고 6개월 만에 입학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논문을 쓰면서 준비했던, 그토록 가고 싶었던 2번째 대학원도 쉽게 합격했다. 이렇게 잘 풀려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장애가 없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매번 힘들고 암울했던 연애. 결혼은 반포기 상태였지만 남편을 만나고 6개월 만에 결혼, 지금까지 우리는 정말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뭔가 힘들었던 연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처럼. 


사실 이렇게 변하면서 내적 고민도 많았다. 열정이 사라진 게 아닐까.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없어지지 않을까. 너무 인생을 편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닐까. 성공을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수많은 두려움이 엄습했고, 가끔 예전의 악착같은 열정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적 고민에도 불구하고 잘 풀렸던 경험을 생각하면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안 되는 일을 붙들고 맞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며 왜 그렇게 나를 괴롭혔을까? 왜 그렇게 살았을까? 


아마도 저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예전처럼 나를 괴롭히며 안 되는 일 그래서 내가 고통스러운 일을, 모두가 힘들게 살기 때문에 이 삶이 당연하다 하며 살았을 것이다. 이 정도의 고생을 감내해야 성공의 근처라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살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생각에 익숙하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담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실패와 우여곡절을 딛고 성공했다는 인생 스토리. 그곳의 공통된 뼈대는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이겨낸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힘들고 고통스럽게 성공하지 않고 행복하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며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왜 이렇게 잘 풀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일을 찾는다면 그것은 나와 맞는 일 아닐까?


세상에서 말하는 하나의 방정식을 쫓아 단 하나의 높은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끝장이라며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일단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 보고 그게 잘 안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마음의 풍요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얼마나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니까요.
-강상중, 마음의 힘


윗글은 내 인생의 모토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 글이 주는 힘을 알 것이다. 우리는 삶의 기준을 나로 두고 살아가기 위해 내 안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좋은 일, 나쁜 일, 힘들지만 해보고 싶은 일 등등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 나는 자존감을 넓히라는 말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길을 가보고 그게 잘 안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라는 저 말을 정말 사랑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이렇게 일이 잘 풀리지 갸우뚱 하며 그 길을 계속 가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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