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 일상을 살리는 소소한 구매 후기
책 좋아하시나요?
우리는 어떤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결핍을 메운다. 하지만 꼭 물건을 소유해야만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 경험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은 마음의 곳간을 쌓게 해 주고 차곡차곡 쌓인 양식들은 삶의 곳곳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서론이 장황했다. 결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새해를 맞아 한 독서모임에 가입하기로 한다.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 서비스는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되고, 많은 북 클럽(book club)이 존재하는데 맘에 드는 곳에 가입하면 주기적으로 선정된 책에 대한 독후감을 올리고 모임이 진행된다.
일반적인 독서모임과 다른 점은 유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처음 가입할 때는 참가자가 각자 책도 준비하고, 독후감도 쓰는데 비용이 든다는 것이 의아했다. 긴 기간이지만, 그렇다고 적은 금액은 아니니. 그래도 올해는 스스로에 대한 소비를 늘리기로 했기에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게 시작했다.
1. 함께 읽는다는 것
헬스장 장기 이용권이 생각보다 저렴한 이유는 뽕(?) 뽑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큰 맘먹고 결제하고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나도 싫증을 잘 내는 타입이기에 꽤 걱정을 했다. '끊어놓고 안 가면 어떡하지', '대충 하면 의미 없을 텐데'와 같은 시시콜콜한 걱정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모임이 진행됐다. 걱정과 다르게 사실 별 준비를 안 했다. '철학'이 첫 번째 주제였는데 어차피 뻔한 얘기일 테니 다른 사람 하는 얘기나 적당히 듣고 와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세상엔 직접 해보기 전까진 예상과 다른 게 너무 많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밑줄을 긋거나, 작가에 대하여 찾아보거나, 생각을 정리해보거나, 독후감을 쓰지 않는다. 그저 활자 그대로를 인식하며 페이지 넘기기를 즐기고 다 읽었을 때의 뿌듯함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니 다소 잘못된 방식으로 읽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쓴다는 것
트레바리의 특징 중 하나는 독후감 쓰기를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게 된 이유를 유추해보건대, 책을 읽고 쓰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할 뿐만 아니라 클럽 내 공유된 독후감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입했던 클럽은 다른 클럽과 다르게 2배 정도 분량이 큰 독후감을 제출해야 했다. 쓰는 것엔 자신이 있었지만 다 같이 쓴 글을 읽어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열심히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 좋았던 것 같다.
3. 대화하고 친해진다는 것
시스템상 독서 모임과 일반 모임을 같이 한다. 장기간의 재택근무로 인해 사회와 격리 아닌 격리를 당하고 있던 나는 각기 다른 분야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서로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를 할 때가 즐거웠다. 내가 하는 고민과 그들의 고민이 결코 다르지 않고, 각자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구나 생각했다.
사실 첫 독서 모임은 굉장히 어색했다. 4명 이상 모이면 약해지는 나는 약 15명 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그것도 초면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속해있다는 것이 정신이 없었고, 나에게 어떤 질문이 들어올까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도 몇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그런 불편함은 사라졌고 오히려 편안하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모임이 더 활발해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곤 했다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