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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22. 2021

결혼이라는 지독한 팀플

결혼은 팀플이다. 제아무리 혼자 똑똑하고 잘나도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우선 결혼한 파트너와 상의해야 한다. 두 사람이 마치 한 몸인양 모든 결정에서 마음이 착착 잘 맞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임을 연애 과정을 통해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결심하는 것이 결혼이다. 


파트너와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양가 부모님과의 합의과정을 거쳐야한다. 부모님 성향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부모님들에게도 자녀의 결혼은 중요한 이벤트이다. 나의 경우엔 남편과 나 모두 집안의 개혼이라서 더더욱 부모님들도 관심을 많이 쏟으셨다. 사실 나는 사촌을 통틀어 맏이이기 때문에 고모,이모,삼촌들의 첫 손녀로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졸업할 때마다 애정과 축복을 넘치게 받았다. 결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복을 맞추러 가서 저고리 색깔을 이리저리 얼굴에 대 보는데, 한복을 처음 사보니 어떻게 사야하는지 몰랐다. 보통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많이 하지만, 흰색 저고리는 까무잡잡한 내 얼굴에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여러가지 색깔을 대보다보니 은은한 보라색이 잘 어울렸고 평소에도 보라색을 좋아해서 저고리 색깔을 보라색으로 골랐다. 가봉을 맡겨두고 저고리와 치마 천만 찍어서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이모, 엄마, 고모가 전화가 오고 난리였다. 새색시가 너무 어두운 색을 저고리로 했다는 것이었다. 일년에 몇번 입지도 않을(실제로 결혼 후 한번도 안 입음...) 한복인데 저고리 색깔도 천편일률로 남들과 맞춰야 하다니. 숨이 막혔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결혼의 주체는 당사자 두 사람이라는 인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부모님들도 자녀의 결혼에 대한 기대가 있으실 것이고, 자녀의 결혼을 통해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부터, 어떤 드레스를 입을 것이냐, 청첩장에 어떤 문구를 넣을 것이냐 등의 아주 세세한 문제까지도 개입하실 것이다. 그것을 존중하되 어디까지나 주도권을 당사자가 가지는 한에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은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주체적인 성인이 새로운 가정을 만들겠노라, 사람들을 초대하여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한 행사의 본질을 잊지 말고, 부모님들께도 이 행사의 주체는 두 사람임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당장은 서운해하실수도 있다. 그러나 받아들이셔야 한다. 또 결혼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부모에게 늘 의지하고 결정권을 넘기던 습관을 줄이고 조금씩 스스로 결정하고 삶의 주도권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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