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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12. 2022

[월간 딜라이트_텃밭일기] 2022.09

여름의 미련이 아직도 남겨진 텃밭

여름이 익어가다 장마가 지나갔다. 그리고는 다시 가을비가 이어졌다. 가을비가 지나가고 나니 금새 찬바람이 분다. 벌써 서리 내릴 걱정을 해야 할 만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다. 

옆집 앞집은 이미 여름내 재배했던 작물들을 수확하고 가을 텃밭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데 내 밭은 그냥 제자리 걸음이다. 식물도 내가 자기들을 방치하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올해에는 이렇다할 소출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것도 기록 안할 수는 없지. 이런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기특한 아이들이 있어 같이 힘내서 그 모습을 기록 하려 한다. 


2022.09 텃밭 풍경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금잔화, 메리골드 , 천일홍, 백일홍

여름의 끝자락부터 서리 내리기 전까지 피는 꽃들


1. 메리골드 & 금잔화


여름이 한창이면 주황색의 메리골드와 금잔화가 하나 둘 피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가을이 사그라질 그 무렵까지 계속해서 꽃을 피우는 기특한 아이이다. 

처음에 이 아이들을 심은 이유는 벌레를 쫒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텃밭이 조금 더 예뻤으면 하는 마음에서 심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첫 해에는 씨앗으로 발아시켜 몇 포기 옮겨 심지 않았는데 올해는 꽃밭을 가득 채울 정도로 포기가 많아졌다. 

일년생 꽃이지만 씨앗을 떨어뜨려 자연 발아를 잘 하기 때문에 한번 심어 두면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꽃이니 심심한 텃밭 또는 정원에 한포기 심어 보면 어떨까. 


▶ 딜라이트의 메리골드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914 

*메리골드와 금잔화 씨앗을 원하시면 아래 댓글 남겨 주세요. 씨앗을 조금 나눠 드릴 수 있어요. 


2. 백일홍

텃밭을 맨 처음 가꾸던 해에 심고 지난 몇해동안 키우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심은 꽃이다. 백일홍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 (아니 사실은 꽃 여러 송이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오랫동안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일홍 역시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색색의 꽃들을 오래 보여주는 꽃이다. 


작년에는 노란색, 흰색, 분홍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의 백일홍이 피었었는데 올해는 왠일인지 자주색의 꽃만 피고 있다. 다양한 색이 피어야 예쁜데 참 아쉽게 되었다. 


아, 내가 백일홍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절화상태에서도 오래 가기 때문이다. 텃밭에 자라는 식물들을 잘라다가 종종 화병에 꽂아두곤 하는데 화병에서 제일 오래가는 아이 중 하나이다. 백일홍이 잔뜩 피어 있다면 두세송이 잘라 집안에 들여 놓아 보자. 공간에 화사함을 더해 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심어 둔 것이라면 주의 할 것. 자르기 전 심은 사람의 허락이 꼭 필요하다.  

▶ 딜라이트의 백일홍 이야기 :https://lifeisdelight.tistory.com/536 


3. 천일홍

천일홍 역시 할수만 있다면 매년 심고 싶은 꽃중에 하나이다. 다만 씨앗이 털로 뒤덮여 있어 내가 잘 발아시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천일홍을 잘라 그늘에서 잘 말리면 이듬해까지도 그 붉은색을 유지한다. 왜 이름이 천일홍이겠는가. 천일동안 붉다고 해서 천일홍 아니겠는가? 나는 비록 햇빛이 들어오는 것에 두어서 천일까지는 가지 못하고 하얗게 바랫지만 그래도 천일홍만큼 살아 있을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꽃을 보지 못했다. 


이런 매력때문에 올해도 천일홍을 심었다. 씨앗을 잔뜩 뿌렸지만 일부만 싹이 나왔고 그 작은 모종을 텃밭에 옮겨 심었더니 그새 꽤 많이 자랐다. 10월까지는 텃밭에 그대로 두어 심심한 텃밭을 예쁘게 만드는 역할을 줄 것이다. 

그 다음 서리가 내리기 전에 꽃들을 수확하여 또 잘 말려 두어야지. 

▶ 딜라이트의 백일홍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936


꽃이 피었다가 지기 시자가는 봉선화

올해는 새롭게 봉선화를 심어 보았다. 9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꽃이 꽤 많이 피었었는데 9월말이 되어 찍으려 하니 그새 이렇게 사그러진 모습밖에 없었다. 예쁠때 진작에 찍어둘것을. 

모든 것은 그 한때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미루다보니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지 못하게 되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신 씨앗이 잔뜩 달렸으니 잘 갈무리 해 내년에는 가장 싱그러운 모습을 남기겠노라 다짐해본다. 아, 그러고 보니 손톱을 물들여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또 못하게 되었네. 

이번 여름은 도대체 뭐하고 보낸걸까. 


이제는 슬슬 정리 해 줘야 할 작물들

애플민트 꽃

1. 애플민트


올해는 예상보다 늦게 애플민트 꽃이 피고 있다. 물론 이 아이들은 내가 갈무리 하지 않아도 내년에 잔뜩 피어나겠지만 말이다. 

허브에 욕심이 있어서 이사올 때 급한 마음에 이사오기 전 키우던 아이를 대충 두어줄기 잘라 가지고 온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담 한쪽을 전부 점령해 버렸다. 그것도 겨울에 이사 오느라 서리맞은 줄기를 잘라 왔었는데 말이다. 덕분에 지금은 담 한쪽에 잡초 대신 애플민트가 그 자리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애플민트는 월동도 알아서 잘하고 생명력도 잡초만큼 좋아서 따로 채종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씨앗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번 주말에는 애플민트 씨앗을 조금 받아 두어야겠다. 

▶ 딜라이트의 애플민트 이야기 :https://lifeisdelight.tistory.com/798


둥근잎 유홍초

2. 둥근잎 유홍초


처음에 새깃 유홍초를 심고 싶었는데 우연히 둥근잎 유홍초 씨앗을 얻게 되어 심었던 아이이다. 덩굴을 감으면서 자라기 때문에 다른 작물 성장을 방해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울타리나 지지대에 심어 주면 꽤 예쁘게 자라는 아이이다. 

지지난 해에는 유홍초 줄기를 엮어서 리스 틀을 만들어 보았는데 제법 쓸만 했다. 꽃도 참 예뻤는데...

올해는 따로 심지는 않았지만 전에 땅에 떨어졌던 씨앗들이 발아하여 군데 군데 꽃을 피우는 중이다. 


만약 유홍초를 원하지 않는다면 꽃이 피기 전(또는 피었을때 바로) 유홍초를 제거 해 주어야 한다. 꽃이 진 직후 씨방이 달리는데 거기에 씨앗이 정말 후두둑 떨어진다. 이듬해 유홍초로 뒤덮힌 텃밭을 보고 싶지 않다면 미리 미리 제거 해 줄것.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따로 화분에 심어 키워볼 것을 추천한다)

▶ 딜라이트의 둥근 잎 유홍초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953


아스파라거스

3. 아스파라거스 - 아직 이렇게 잎이 무성한데..


올해 드디어 아스파라거스를 수확 했다. 씨앗으로 심어 만 3년 만이었다. 봄에 나오는 줄기는 잘라서 먹고 여름부터 나온 줄기는 그냥 키웠더니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다. 내년 봄에는 더 많은 아스파라거스를 수확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텃밭에 꽃, 잎들을 잘라서 화병에 꽃을 때 아스파라거스 잎도 추가 해 주었다. 그런데 이 잎도 생각보다 오래 초록색을 유지 했다. 화병에 꽂을 메인 멤버에 추가. 


잎이 잘고 무성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내 밭에서 쓸모가 많은데 겨울에는 잎을 잘라서 텃밭에 멀칭 재료로 쓸 예정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아스파라거스. 


만약 이사를 가게 된다면 꼭 캐내서 나와 같이 데려갈 아이이다. 

▶ 딜라이트의 아스파라거스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1041


관하 딸기

4. 관하 딸기


관하딸기는 올해 정말 다이나믹했다. 초봄 - 여름사이 성장세가 정말 어마어마 했다. 너무 번식을 해서 꽃이 안필 정도였다. 뭐, 내년에 열매를 수확해도 되니까 그냥 잘 자라라 하고 두었는데 여름이 지나갈 무렵 정신없이 시들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12포기를 심었는데 이제 듬성 듬성 2~4포기 남은 것 같다. 텃밭에 1~2포기, 그리고 화분에 1포기. 휴. 

너무 잘 자라서 삽목해 여기 저기 분양하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어쨋든 이 아이는 딜라이트 텃밭 보호 대상자가 되었고 올해 가을 - 겨울 집중 관리를 해 내년까지 텃밭에 남아 있게 할 것이다. 

▶ 딜라이트의 관하딸기 이야기 :  https://lifeisdelight.tistory.com/1047


호박 & 방울토마토

5. 호박 & 방울토마토


올해 호박과 방울 토마토에는 공통점이 있다. 

열심히 파종하고 옮겨 심기까지 완벽했지만 그 이후에 돌보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9월이 지나갈 때까지 제대로된 수확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종류를 심었지만 관리를 안해 지금 어떤 아이의 열매가 열리는지 모른다는 점. 


호박과 방울토마토는 사실 8월과 9월 초까지 열심히 수확 해주었어야 하는 아이인데 올해는 제대로 관리를 해 주지 못해주었다. 그냥 자라는 대로 방치를 했다. 


그래서 이웃집 텃밭의 호박과 토마토는 이미 말끔하게 정리되어 텃밭에서 자취를 감추었는데 우리집 텃밭에서는 여전히 열매를 달고 있고 익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의 햇빛으로 봐서는 제대로 익게 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쬐끄만 호박은 수확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중이다. 


지금 열리는 저 방울토마토는 혹시 로즈 쿼런츠가 아닐까 하고 예상해보지만 확신이 없다. 여러모로 너무 대충이었던 올해 텃밭이다. 



텃밭의 꽃들을 수확 해 화병에 꽂아 두었다.



비록 텃밭 관리는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이 계절이 지나가면 텃밭 역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잘라와 화병에 꽂아 주었다. 대부분 물에 꽂아 두어도 오래가는 아이들이라 이렇게 관상용으로 이용하기 좋다. (심지어 애플민트는 저기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겠지)


원래 지난달에 월간 기록을 할 때 9월에 겨울 작물(마늘, 쪽파, 갓)을 심으려고 했는데 10월에는 미루지 말고 꼭 해야지. 



딜라이트 블로그에 오시면 월간 딜라이트에 소개 되지 못한 다양한 작물 이야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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