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과 흙만 있다면 언제든 심을 수 있어!
봄도 아닌데 9월이 되면 왠지 새로운 씨앗을 심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두어 달 정도 남은 시간, 식물을 키우기엔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봄과 같은 햇빛, 바람, 기온이 아까워서이다.
가을에는 봄에 심는 다년생 식물* 혹은 월년 생 식물** 대부분을 심을 수 있다. 가을 동안 열심히 자랐다가 겨울에 잠시 성장을 멈춘 뒤 봄에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꽃이 피는 식물들은 오히려 가을 파종을 해 줄 경우 더 일찍, 더 풍성하게 꽃을 피우기도 한다.
꽃이나 허브 종류뿐 아니라 가을에 심는 채소류도 있다. 바로 김장을 위한 작물들이다. 쪽파, 무, 배추 등은 여름의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기 시작할 때쯤 하나 둘 심기 시작한다.
물론, 가을 파종이라고 해서 꼭 무, 배추, 파만 심을 필요는 없다. 나의 경우에도 김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심고 싶은 씨앗을 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 온도계는 밤에도 30도를 넘긴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한 주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 가을느낌이 나는 날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또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오늘 심은 씨앗은 실내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땅딸이 방울토마토, 차이브, 자금성, 작약, 그리고 페인티드 세이지이다. 모두 봄에 심어주면 더 좋았을 식물들이지만 스스로 가꾸는 텃밭의 장점 중 하나가 마음대로 파종 아니겠는가? 이 아이들이 무사히 발아해서 또 무사히 이번 겨울을 넘긴다면 내년 봄에 당당히 노지에 옮겨 심어 자유를 주리라.
파종을 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것은 신문지를 이용해서 만든 포트에 파종하는 것이다. 신문지를 잘라 아래와 같이 접어서 만드는 포트로 씨앗에서 본잎이 날 때까지 키울 수 있는 포트이다.
신문지 포트의 장점
통풍이 잘된다. 신문지 재질 자체가 플라스틱 화분보다 물도 잘빠지고 흙의 통풍도 원활하다. 물이 잘 빠지지 않을 경우 통풍 불량으로 뿌리가 썩거나 안쪽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는데 신문지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낮다.
물 관리가 쉽다.
발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흙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신문지의 경우 흙이 젖어 있을 때와 말라 있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흙을 일일이 만져보지 않고도 물주는 때를 가늠할 수 있다.
옮겨심기가 좋으며 흙속에서 자연 분해가 된다.
씨앗이 발아를 한 후 다른 화분이나 노지에 옮겨 심을 때, 뿌리가 손상되기 쉬워 식물이 몸살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신문지 포트에 심으면 포트 그대로 옮겨 심는 곳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뿌리가 상할 염려가 없다. 또한 그렇게 옮겨 심은 뒤에는 신문지는 흙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된다.
단점이라면 신문지 포트를 접을 때가 가장 귀찮다는 점.
*다년생 식물
여러해살이 식물이라고도 하며 2년 이상 겨울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식물이다. 로즈메리같이 상록성 식물도 있고 겨울 동안 지상부는 마르지만 뿌리로 월동하여 봄에 다시 싹을 틔우는 식물도 있다. (예 - 페퍼민트, 로즈메리 등)
**월년 생 식물
두해살이식물 혹은 이년생 식물이라고도 한다. 씨앗이 발아한 후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꽃과 열매를 본 후 죽는 식물이다. (예-파슬리, 패랭이 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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