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zy canvas Sep 19. 2020

비오는 날의 텃밭

비가 오는 날엔 식물에게 보약을, 

또 비가 온다. 


전에는 비가 오는 날은 꽤 따분했다.  비를 맞는 것도,가만히 내리는 비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일단 비가 오면 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였다. 하늘에서 물을 주니 아침에 일어나 밭에 물을 줄 필요가 없고 잡초야 뭐, 비가 오면 쑥 자라 버리니 굳이 비오기 전이나 비 오는 동안 뽑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비가 오는 날은 대부분 집 안에 가만이 있는 것이 보통이였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비 내리는 시간이 관엽식물들에겐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기에 비소식이 들리면 전날 꽤 분주해진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부지런히 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영양제를 주는 것보다 비를 한번 맞게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서이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식물들 뿐 아니라 텃밭에서 키우고 있는 채소들도, 심지어 잡초들 까지도, 비가 온 후에는 훌쩍 자라는것이 눈에 보인다. 어떤 식물은 연초록색의 작은 잎을 내기도 하고 어쩐 식물은 키가 한껏 커져 있다. 

물론 매번 좋은것은 아니다. 식물이 자랄수록 화분의 크기도 커지는데 그런 큰화분을 매번 들고 나갔다가 들어오는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가 온 후에는 직광에 장시간 노출 되지 않도록 다시 다 들고 들어와야해서 귀찮긴 하지만 비를 맞은 다음에는 식물들이 한층 싱그러워지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다.



비가 오면 식물이 싱그러워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공기중의 질소에 있다. 질소는 식물에게 있어서 다량 필수 원소로 잎과 줄기의 성장을 원활하게 한다. 식물의 원형질과 핵, 그리고 엽록소를 구성하기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인데 이 질소가 빗물에 녹아 식물에게 전달 되는 것이다. 땅에 스며들어 뿌리로도 질소를 흡수하게 하지만 잎에 떨어진 빗물 역시 *엽면시비가 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층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비는 질소 공급 뿐 아니라 흙이 골고루 젖게 한다. 일반적으로 화분에 물을 위에서 줄때에는 흙이 골고루 젖지 않고 대부분의 물이 아래로 빠져나와 버려 뿌리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데 비는 화분 안의 흙이 골고루 젖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는 잎에 붙은 먼지나 벌레등을 씻어 준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잎에 먼지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 원활한 광합성을 위해 보통은 잎을 티슈로 한장 한장 닦아주기도 하는데 비는 바로 이 역할을 해준다. 또한 잎사귀에 붙은 벌레도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지금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다면  비오는 날 식물에게 비구경을 시켜 주시길, 또 그만한 보약이 없을테니까. 


*엽면시비

액체로 된 양분을 잎에 뿌려주는 것을 말한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서 뿐 아니라 잎을 통해서도 양분을 흡수하는며 식물의 뿌리가 약하거나 흙에 비료를 주기 어려울때 사용하기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파종, 그 오묘한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