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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Sep 22. 2020

오이를 키운다는 것

부지런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수분 가득한 싱싱한 오이 수확

작년부터 오이를 심었다. 텃밭을 가꾼다고 하면 오이는 왠지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인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식물이니까. 직접 심어서 가꾼 채소를 먹는다는것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사실 처음에 텃밭을 가꾸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식물을 잘 키우고, 또 식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아침에 문을 열고 텃밭으로 나가 갓 따온 오이를 반찬으로 해 먹는 그런 로망때문이였다. 


그런 로망으로 오이를 키웠지만 생각보다 오이가 잘 자라지는 않았다. 아니 잎은 무성히도 잘 자랐다. 다만 열매가 없었을 뿐. 또 오이라는 작물은 아침마다 물을 부지런히 줘야 하는데 그리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 탓에 물주기를 거르기 일수였고 그러다보니 가뭄에 콩나듯 열매 맺은 오이도 맛이 쓰곤 했다. 



그래서 올해 오이를 심을 때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초봄에 *녹비작물을 부지런히 심어 두어서 그랬는지 오이 열매가 주렁 주렁 달렸다. 오이 열매를 예쁘게 키우기 위해서는 토양에 질소가 풍부해야 하는데 나는 봄에 이미 크림슨클로버와 콩 등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두가지 식물 모두 질소 공급 식물로 공기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 시켜준다. 



내가 생각하는 오이 농사는 '부지런함'이다. 오이가 감고 올라갈 수 있는 지주대를 설치 해주어야 하고 아침마다 물을 주어야 하고 흙에도 적당한 영양분을 공급 해 주어야하며 또 하루새에 많이 자란 열매는 없는지 매번 무성한 잎을 들춰가며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잎속에 가려진 오이를 제때에 발견하지 못하면 그새 커져서 늙은 오이가 되어 버린다. 늙은 오이는 안에 들어 있는 씨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이 오이를 먹으려면 숟가락 등을 이용해서 속을 긁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씨앗을 채종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올해도 덕분에 이미 오이씨앗을 채종 하였다) 



오이 키우기


5월에 옮겨 심기 위해 3월, 4월경에 미리 파종하여 모종을 만들어 준다. 

5월에 노지 정식하여 7월부터 수확하기 시작한다. 

**천근성뿌리이기 때문에 지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건조할때 바로 바로 물을 주어야 한다. 

토양에 질소가 부족하면 기형 오이가 많이 생긴다. 

노랗게 변한 잎, 시든 잎등은 그때 그때 제거 하여 준다. 

저온에 약하기 때문에 노지에서는  늦서리가 내린 후(5월초) - 첫 서리가 내리기 전(10월중순)까지를 생육 기간으로 보면 된다. 


한여름부터는 아침마다 밭에 나갈 때 작은 바구니나 소쿠리를 들고 나가야 한다. 방울토마토나 오이를 따와야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에 작은 소쿠리를 들고 텃밭으로 향했다. 나의 로망은 이제 반쯤 실현 된것 같기도 하다. 


*녹비작물 : 경지를 푸르게 가꾸어 주고 양분을 공급해 주는 작물.

**천근성뿌리 :뿌리가 깊이 뻗어 들어가지 않고 지표면 근처에 얕게 분포하는 뿌리로 바람과 건조에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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