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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Sep 24. 2020

수국

탐스러운 만큼, 더 사랑스러운

식물을 잘 키우고 싶지만 키우는 족족 말려 죽였기 때문에 나에게 오는 식물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잘 키울 자신도 없어서 한동안은 새로운 식물을 구입하지 못했다. (예전의 나는 씨앗으로 키우는 건 포기하고 이미 잘 자란 식물들을 조금씩 사서 키워 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사지는 않겠다 다짐하며 길가에 인접해있는 식물 판매장을 잠시 들렀는데 파란 꽃이 탐스럽게 핀 수국을 보고는 홀린 듯이 구입하였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냥 감상만 하다가 서서히 죽였겠지만 이 아이는 너무 꽃이 예뻐서, 그리고 매년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열심히 공부하였다. 

수국은 내한성이 강해 노지 월동이 되는 식물이다. 텃밭이나 화분에 심어 두면 여름에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가을까지 잎으로 영양분을 모은 뒤 겨울이 되면 잎을 다 떨어뜨리고 뿌리와 줄기로만 겨울을 난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면 새로운 잎을 틔우고 또다시 꽃을 보여준다. 

이날 사온 수국은 예전에 살던 집 정원 한쪽에 잘 심어 주었다. 그다음 해, 파란색이었던 수국은 분홍색의 꽃을 피워 주었다. 토양의 산도(ph) 때문이었으리라.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고 매년 겨울을 견디며 이듬해 다시 꽃을 보여주는 식물이라 이사할 때에도 함께 데려온 아이이다. 물론 전체 뿌리를 뽑아 올 수 없어서 줄기의 일부만 잘라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집에 함께 오게 된 수국은 올여름엔 꽃은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 삽목 줄기가 너무 짧고 시기도 안 맞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올봄부터 지금까지 많이 성장을 하였다. 처음에 엄지손가락 길이만 한 삽목 줄기였는데 2년 동안 40cm 화분이 가득 찰만큼 잎을 많이 내며 자랐다.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면 내년부터는 다시 탐스럽고 예쁜 꽃을 피워 줄 것이다. 


ABOUT 수국.


원산지 : 우리나라, 일본, 중국

꽃말 : 냉정, 냉담, 무정, 변덕 / 인내심이 상한 사랑

햇빛 : 양지 / 반양지(통풍이 잘 되고 서늘한 곳이 좋으며 강한 햇볕일 경우 잎이 타기 때문에 차광막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내한성 : 강함 / 노지 월동 가능

번식 : 삽목 / 휘묻이

물을 좋아하는 식물로 이른 아침에 물을 주어 흙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환경에 따라 꽃의 색이 변하기 때문에 칠변화(七變花)라고 불린다. 꽃의 색은 토양의 특성에 따라 흰색(중성), 파란색(산성), 붉은색(알칼리성)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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