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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Sep 26. 2020

새빨간 꽃의 크림슨 클로버

공짜로 얻는 질소 비료

식물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가 있다. 바로 질소. 질소는 세포의 원형질과 핵, 그리고 엽록소와 단백질을 구성하여 잎과 줄기의 성장을 왕성하게 한다. 식물에게 질소가 부족할 경우 잎이 갈변하거나 크기가 작고 오이 같은 식물의 경우에는 열매가 기형으로 자란다. 

이런 질소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지구의 공기 가운데 70%가 질소이다. 하지만 이 방대한 양의 질소를 식물들은 직접 섭취할 수 없다. 대기 중에 질소가 굉장히 많지만 인위적으로 질소 비료를 주는 이유이다. 하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토양에 고정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질소 비료를 공급하기 위해 노동력을 쓸 필요가 없고 또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 토양과 식물에게도 이롭다. 그럼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바로 콩과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콩과 식물에는 뿌리 혹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는데 이들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킨다. 그래서 기생하고 있는 식물(콩과 식물)뿐 아니라 그 주변의 식물에게도 질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오래전부터 농부들은 여름철에 밭에 콩을 심어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질소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도 콩과 식물을 심어 토양에 영양분을 보충하기로 했다. 화학적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이 일하는 텃밭을 만들고 싶으니까. 

그런데 콩은 6월 이후에나 심는 작물이다. 초봄부터 밭에 질소를 공급하고 싶은데 콩을 심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봄부터 6월, 7월까지 자라는 식물이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다. 그래서 콩 말고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다른 식물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식물 크림슨 클로버. 크림슨 클로버는 봄에 빨간색 꽃을 피우는 클로버이다. 질소 고정력도 탁월하며 뿌리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한번 심어 두면 매해 그 자리에서 자라난다.

2월에 심었던 크림슨 클로버는 봄에 예쁜 꽃을 피워 주었다. 노랑, 분홍, 파랑의 봄 꽃들 가운데 새빨간 크림슨 클로버는 텃밭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본격적인 크림슨 클로버의 역할은 여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크림슨 클로버를 심어 둔 곳에 오이를 함께 심었는데 오이가 길고 매끈하게 자란 것이다. 오이는 토양에 질소가 부족하면 기형으로 자란다. 작년에는 구부러지고 제대로 자라지 못한 오이들이 수두룩했는데 올해는 질소 공급의 영양이었는지 오이의 수확량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오이가 곧게 자라 주었다. 

크림슨 클로버는 생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잎도 우리가 아는 작은 세 잎 클로버가 아니고 시원시원하게 큰 세 잎 클로버이며 한차례 붉은 꽃을 모두 맺으면 서서히 색이 빠지면서 희어져 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바로 씨앗을 맺기 시작하는데 씨앗 맺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베어 버리는 것이 좋다. 일단 베어낸 클로버는 다른 곳에 버리지 않고 베어낸 그 자리에 둔다. 그러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토양 표면에  질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양분을 남기게 될 것이다. 살아 있을 때에도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는데 베어진 후에도 영양분을 다시 토양에 환원해 주는 귀한 식물이다. 이후 땅 속에서 뿌리로 겨울을 보낸 크림슨 클로버는 내년 봄 새로운 잎을 내어 줄 것이다. 


ABLUT. 크림슨 클로버

지중해(남유럽) 원산의 다년생 초본

콩과 식물로 밭에 질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4~5월 경에 빨간색의 꽃을 피우며 이 꽃은 샐러드로 이용할 수 있다.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토양 개선을 위해 수레국화, 호밀 등과 함께 심어 주기도 한다. 

번식력이 좋아 잡초가 많이 자라는 곳에 잡초 억제를 위해 심는다. 하지만 온 밭을 크림슨 클로버가 덮는 것이 싫다면 일정 구역으로 제한한 뒤 키워야 한다. 

질소 고정과 더불어 밀원식물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과일이나 견과류, 옥수수나 블루베리 등의 동반 식물로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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