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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Sep 29. 2020

무엇을 심을까

텃밭 시작할 때 생각해 볼 것 - 우선순위 정하기

심고 싶은 작물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텃밭이라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식물을 키울 수 없어서 무엇을 심고 기를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특히나 나처럼 세 걸음이면 끝나는 작은 텃밭을 가꿀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나는 우선순위가 '내가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먹거리'였다. 여기서 내가 잘 먹을 수 있어야 하기에 가지나 무 등은 빼 두고 오이, 토마토, 호박을 기본 작물로 한 뒤 씨앗이 생기거나 키우고 싶은 작물이 있으면 한두 가지 추가하는 정도로 기준을 잡았다. 

2순위는 용도가 다양한 식물 혹은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식물. 예를 들어서 향기도 나는 밀원 식물이면서 먹을 수 있다던가, 드라이플라워로 만들 수 있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예쁜 경관을 만들면서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식물이라던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수레국화, 크림슨 클로버, 천일홍, 수세미, 풍선초 , 기타 향기 나는 꽃들이 있다. 

3순위는 다년생 식물. 한번 자리 잡으면 그 자리에서 매년 다시 자라나는 식물로 노지 월동이 가능한 식물이 3순위 작물이었다. 노지 월동하는 대부분의 허브들은 2순위와 3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3순위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되기도 한다.



텃밭에 심을 식물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1. 텃밭 달력을 만들 수 있다 / 텃밭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심고 싶은 작물이 명확하고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작물들을 중심으로 1년 텃밭 달력을 만들어서 파종, 옮겨심기, 가지치기 등 일정을 주요 작물 위주로 정리하여 텃밭의 일정과 나의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2. 텃밭에 들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아무런 기준 없이 단지 남들이 키운다고 해서, 혹은 키우기 쉽다고 해서 이것저것 심다 보면 제대로 관리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내가 먹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은 작물에 관심을 쏟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을 확실하게 잡으면 텃밭에 들이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채종을 할 때에도 우선순위에 따라 토마토, 오이, 호박의 씨앗은 내년에 또 심어야 하기에 무조건 채종하고 우선순위가 아닌 식물들은 컨디션에 따라 채종 여부를 정한다. (하고 싶을 때 한다는 이야기이다) 


3.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요 작물을 중심으로 텃밭 달력을 만들고 나면 자연스레 'a작물을 수확하고 난 자리에 b작물을 심으면 되겠다'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작물마다 파종 시기, 그리고 수확시기가 다르기에 가능하며 우선순위 식물을 중심으로 정리한 달력이 있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다. 


4. 텃밭에서의 시간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나만의 텃밭을 가꾸어 봐야겠다 결심을 한 첫해에는 내가 심고 싶은 작물이 아니라 부모님이 심으라고 하는 작물, 그저 때가 되면 마땅히 심어야 하는(?) 그런 작물들을 심었다. 내가 먹고 싶어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텃밭을 하면 다들 심는 거라 심었던 작물들이기 때문에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특히 가지 같은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여름에는 물 주러 나가야 하고 주변에 풀도 정리해줘야 하는 게 힘들었다. 한 여름의 경우 잡초가 무성해도 그냥 텃밭을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말라죽으면 어떨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내 무관심을 식물들도 알았는지 유난히 병도 많았고 열매들도 잘 달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다음 해부터는 나만의 기준으로 내가 심고 싶어 하는 식물들을 심었다. 내가 꼭 먹어보고 싶고, 열매를 보고 싶으니까 자연스럽게 텃밭의 작물에 정성을 쏟게 되고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들지 않고 즐거워졌다. 


이제 벌써 한해의 텃밭 일정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올 겨울 동안에는 나만의 리스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텃밭 달력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이왕이면 그림도 좀 그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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