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zy canvas Sep 30. 2020

텃밭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수확에 대하여

텃밭을 가꾸면서 느끼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수확이 아닐까. 일 년 동안 직접 씨앗을 뿌리고 풀을 정리하고, 물을 주며 가꾸는 식물들이 열매를 맺었을 때의 기쁨이란!


아침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슬슬 서리 걱정을 해야 할 때가 오니 아직 밭에 남아 있는 작물들의 수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모든 식물이 가을에만 수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곧 서리가 올 것 같은 이맘때의 수확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서리를 맞으면 열매들이 얼어 버리는 냉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의 작물들을 제외하고는 한 번의 서리에 모두 죽어 버린다.

그래서 한여름에 따는 오이, 토마토, 호박을 대하는 마음과 찬바람 불 때쯤 따는 오이, 토마토, 호박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차별하는 나쁜 사람 같으니.

올해 텃밭에 심은 작물들 중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달리는 것은 다다기오이, 수세미, 단호박, 방울토마토, 큰 토마토, 이렇게 4가지 종류이다. 잎을 수확하는 작물로는 바질, 깻잎, 여러 가지 종류의 상추를 심어 주었다. 이것저것 많이 심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허브나 꽃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 수세미는 먹는 용도로 심은 것이 아니고 천연 수세미로 쓸 생각으로 기르는 작물이니 실제로는 쌈채소,  오이와 단호박, 토마토 류가 수확할 수 있는 작물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텃밭을 가꾸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는 수확물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쌈채소를 많이 수확해서 신선한 야채를 잘 챙겨 먹을 수 없다던 친구에게 한 박스씩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이모에게도 한 바구니씩 보내기도 했고 엄마에게는 옆집에서 나눠 주신 가지를 보내기도 했다. 돈을 많이 들인 것도 아닌데 풍성했고 또 말하지 않아도 내가 시간을 들인,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라는 것을 알아주었다. 선물은 상대방이 그 가치를 알아줄 때 기쁜 것 아니겠는가.




이제 이 텃밭의 선물들을 수확하는 것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 이상 꽃도 잘 안 피고 여름보다는 천천히 열매들이 익어간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까지는 약 한 달 정도가 남아 있는 9월 중순의 텃밭은 풍성함과 왠지 모를 아쉬움이 함께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심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