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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03. 2020

자랑하고 싶었어, 허브 솔트

내가 직접 키운 걸로 만든 거거든.

허브를 키우고 있다. 로즈메리와 라벤더는 조금 큰 화분에, 레몬밤, 애플민트, 페퍼민트, 바질을 텃밭에 심어 두고 키운다. 레몬밤과 애플민트, 페퍼민트의 경우에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키워 텃밭에 옮겨 두면 매년 파종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다. 심은 해애도 바로 꽃을 보여주는 기특한 식물들.  바질은 매년 씨를 뿌려 주어야 하지만 상추만큼 발아가 잘 되는 식물이기도 하고 토마토와의 궁합이 좋아 매년 키우는 식물이다. 로즈메리와 라벤더의 경우는 3년째부터 꽃을 피우기 때문에 매년 씨를 뿌려 새로 키우지 않고 겨울에 화분을 실내로 옮겨 월동을 시켜가며 키우는 중이다.

 

 이렇게 허브를 많이 키우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였던 걸까.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 고기를 먹자고 했을 때 이 허브들을 모두 활용해서 허브 솔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브를 적절한 곳에 활용하면서 동시에 '이거 내가 키워서 만든 허브 소금이야. 귀한 거야'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것.


허브 솔트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지고 있는 허브들을 수확 해 깨끗이 씻은 뒤 잘 말려 준 후 곱게 갈아서 소금과 함께 팬에서 볶아 주면 끝. 통에 담아서 보관하면 허브의 향기가 소금에 베어 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허브의 종류는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라벤더는 음식보다는 화장품이나 생활 용품에 향을 내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허브 소금의 재료에서 제외하였다. 소금에서 섬유유연제 향이 나면 좀 별로 일 것 같아서.


허브들을 키우다 보면 제각각의 향이 나고 또 음식에 활용했을 때 맛도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로즈메리와 페퍼민트는 상쾌하고 화한 향과 맛이 난다. 레몬밤의 경우 상큼한 맛, 바질은 개운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맛(태우면 코끝을 찌르는 소독약 향기), 그리고 애플 민트는 단맛이 난다.


이 모두를 잘라와 물에 씻어 주었다. 허브를 말릴 때에는 자연건조하는 법, 건조기를 이용하는 법,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법 등이 있다. 그리고는 말린 허브들을 모두 믹서기에 갈아 주었다. 이때부터 집안에 향기로운 허브향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건조한 허브를 소금과 함께 팬에서 볶아 주었다. 그리고는 예쁜 병에 담아 마무리.

참고로, 애플민트를 넣으면 소금에서 달달한 향이 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나만의 허브 솔트를 선보이는 날. 똑같은 고기였지만 왠지 더 맛있었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친구들과 함께여서 그랬을 수도, 아니면 내가 만든 소금이 너무 고기와 잘 어울려서 그랬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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