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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06. 2020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천연수세미 이야기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은근히 자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흙이 필요하니까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건강한 퇴비를 만들고 싶고 식물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도록 친환경적인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싶다. 이게 결국은 생태 텃밭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친환경 수세미에 눈이 갔다. 아크릴 수세미는 위생상 다른 플라스틱 수세미보다는 좋지만 결국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이게 자연에서 순순히 분해되면 좋은데, 내가 사용한 아크릴 수세미는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분해되지 않을 것이다. 아크릴 수세미뿐 아니라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하고 버렸던 플라스틱 제품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니 사용하는 제품 중에서 식물로 대체할 수 있는 것, 수세미가 생각났고 정말로 '설거지를 하기 위해' 수세미를 키우기 시작했다.


수세미 파종과 성장

수세미의 씨앗은 꽤 크다. 이런 큰 씨앗들은 흙에 바로 심기보다는 *침종의 과정을 거친 후 흙에 심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물에 불린 후 파종한 씨앗은 발아율도 높아진다. 파종 적기는 3월 말부터 이다. 발아 후 잎이 어느 정도 자라면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옮겨 준다. 야외에서 키울 경우에는 최소 5월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 수세미가 늦서리의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수세미는 덩굴을 뻗어 가며 자라는 작물이다. 담을 타고 올라가도록 지주대를 해 주면 알아서 잘 타고 올라간다. 수세미는 키우면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일단 새로 옮겨 심고 난 후 그 토양에 잘 적응하고 나면 그때부터 수확 때까지 손쓸 일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자라는 속도가 느려 보이지만 한여름이 되면 그때부터 폭풍 성장을 하기 시작한다.


수세미 꽃과 열매

여름이 깊어지면 노란색의 수세미 꽃이 하나 둘 달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수세미에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열매가 달리기 때문이다. 암꽃과 수꽃이 함께 열리는데 열매가 달리는 꽃이 암꽃이다. 생김새는 오이꽃과 비슷하지만 훨씬 크다. 열매가 달리기 시작할 때도 오이와는 크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른 곤충들을 유인하는 수세미 꽃

수세미 꽃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면 수세미 주위로 벌이나 다른 곤충들이 꽃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세미 꽃은 꿀을 가지고 있지만 벌레가 꿀을 먹기 위해서는 꽃 속에 얇은 막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막을 뚫지 못하고 수세미의 꿀을 얻지 못한 곤충들은 주변을 뱅뱅 돌기만 한다. 그래서 텃밭에서 곤충을 유인하는 작물로 수세미를 심기도 한다. 수세미가 해충을 유인하는 덫 작물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세미만 달랑 심어 두면 해충의 피해를 입기 쉽다. 역시 식물은 다양하게 심어야 서로 건강하다.


수세미 열매 수확

이르면 8월부터는 수세미 열매의 수확이 가능하다. 수세미를 식용으로 이용하려면 수확 시기를 잘 맞춰야 하지만 수세미의 섬유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늦게 수확해 주는 것이 편하다. 가능한 늦게까지 방치하여 잘 마른 수세미를 수확 한 다음 껍질을 벗겨 주면 거칠거칠한 섬유질 덩어리만 남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잘라 설거지용 수세미로 이용하는 것이다.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면서 무언가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세정도 잘 되고 무엇보다 건조도 빠르다. 한참 사용해 헐거워진 수세미는 그대로 밭에 버려도 된다.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금세 분해가 될 것이다. 플라스틱과는 다르게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의 생전에 말이다.



ABOUT. 수세미


원산지 : 열대 아시아

고온성 작물로 발아 적온이 18도~22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5월 중순이 파종 적기이다.

여름과 가을의 기온이 높을수록 양질이 수세미를 수확할 수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최대 8m까지 자라기 때문에 경작지가 넓지 않다면 지주대를 세워서 위로 자라게 해 주는 것이 좋다.


*침종: 물에 불려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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