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올 초에 파 한 단을 사 왔다. 막 이사를 했던 시기였고 냉장고는 오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마땅히 파를 보관할 곳이 없었다. 한두 줄기만 필요했지만 그렇게 팔지 않아 한단을 사 오긴 했지만 어떻게 보관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냉장고가 있다면 썰어 두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을 텐데 말이다.
본격적으로 따뜻한 시기도 아니었고 아직 한기가 남아 있던 시기, 이제 막 봄이 오기 시작하는 그런 쌀쌀한 시기였는데 남은 파를 그냥 대문 옆 작은 텃밭에 심어 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텃밭에 덩그러니 다 자란 파 한단이 여기저기 심긴 상황. 그 파는 봄이 되고 초여름이 될 때까지 텃밭에서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밑동만 잘라서 심은 것도 아니고 그냥 다 자란 파를 심은(심었다기보다 그냥 꽂아 두었다고 하는 게 적당할 듯)것이기 때문에 얼마 못 가서 시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파가 오래갔다. 마트에서 사 온 파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모양이었다. 중간에 냉장고가 들어왔지만 파를 냉동실로 옮기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두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초봄에 심은 파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텃밭에서 잘리고 자라기를 반복하며 나에게 신선한 재료를 공급해 주었고 그동안 파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갈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시작 하기
마트에서 반찬거리로 산 대파 중 뿌리가 튼튼한 것을 흙에 심는다.
키우는 도중 겉 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마다 물을 준다.
1.페트병에서 키울 경우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 파를 3~4개 함께 심어 준다.
필요할 때마다 잘라 활용하며 페트병 화분을 2~3개 만들 경우 잘린 파가 다시 자랄 때까지 다른 화분에 있는 파를 사용할 수 있다.
페트병에서 자라는 파는 3~4번 재수확 할 수 있다.(이후에는 새로운 잎이 잘 나지 않는다)
*의외로 뿌리가 넓게 자라고 양분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기에 작은 화분에서는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2.텃밭에 심은 경우
텃밭에 심었을 경우에는 파가 페트병에 심었을 때보다 새 잎도 많이 내고 왕성하게 자란다.
땡볕이나 벌레 등에 의해 상한 잎들은 잘라주며 키운다.
날이 더워짐에 따라 꽃대가 올라오는데 씨앗을 받을 생각이라면 그대로 두고 계속해서 잎을 수확하고 싶다면 꽃대를 잘라준다.
처음에 하얀 꽃을 피우던 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말라간다.
완전히 갈색으로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고 안에 검은 씨앗들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면 꽃대를 잘라준다.
수확한 꽃대들은 햇볕에서 며칠 말려 둔 뒤 털어 주어 씨앗을 채종 한다.
채종한 씨앗은 이듬해 봄 심어 주어 새로운 파가 자라게 한다.
화분에서 개별로 키울 때는 상관없지만 텃밭에 파를 심으면 먹거리 이외의 역할도 하게 된다. 알싸한 파 향기가 주변에 해충이 오는 것을 막아 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미나 포도나무 주변 등 알 풍뎅이가 문제 인 곳에 심어주면 알 풍뎅이 방지에 효과가 있다. 파를 심은 곳 주변 작물에는 진딧물도 거의 없다. 이는 파뿐 아니라 차이브, 골파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구입한 대파 한 단으로 파농사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전문 농업인이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만큼만 키우면 되니 시작은 파 한 단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그 파가 꽃이 피고 씨앗을 맺으면 이듬해에 그 씨앗을 심고, 키우고, 채종 하는 것을 반복하여 장보기 목록에서 파 하나를 지워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