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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22. 2020

텃밭의 파수꾼 - 파

베란다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올 초에 파 한 단을 사 왔다.  막 이사를 했던 시기였고 냉장고는 오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마땅히 파를 보관할 곳이 없었다. 한두 줄기만 필요했지만 그렇게 팔지 않아 한단을 사 오긴 했지만 어떻게 보관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냉장고가 있다면 썰어 두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을 텐데 말이다.

본격적으로 따뜻한 시기도 아니었고 아직 한기가 남아 있던 시기, 이제 막 봄이 오기 시작하는 그런 쌀쌀한 시기였는데 남은 파를 그냥 대문 옆 작은 텃밭에 심어 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텃밭에 덩그러니 다 자란 파 한단이 여기저기 심긴 상황. 그 파는 봄이 되고 초여름이 될 때까지 텃밭에서 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밑동만 잘라서 심은 것도 아니고 그냥 다 자란 파를 심은(심었다기보다 그냥 꽂아 두었다고 하는 게 적당할 듯)것이기 때문에 얼마 못 가서 시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파가 오래갔다. 마트에서 사 온 파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모양이었다. 중간에 냉장고가 들어왔지만 파를 냉동실로 옮기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두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초봄에 심은 파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텃밭에서 잘리고 자라기를 반복하며 나에게 신선한 재료를 공급해 주었고 그동안 파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갈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파 키우기

시작 하기

마트에서 반찬거리로 산 대파 중 뿌리가 튼튼한 것을 흙에 심는다.

키우는 도중 겉 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마다 물을 준다.


1.페트병에서 키울 경우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 파를 3~4개 함께 심어 준다.

필요할 때마다 잘라 활용하며 페트병 화분을 2~3개 만들 경우 잘린 파가 다시 자랄 때까지 다른 화분에 있는 파를 사용할 수 있다.

페트병에서 자라는 파는 3~4번 재수확 할 수 있다.(이후에는 새로운 잎이 잘 나지 않는다)

*의외로 뿌리가 넓게 자라고 양분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기에 작은 화분에서는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2.텃밭에 심은 경우

텃밭에 심었을 경우에는 파가 페트병에 심었을 때보다 새 잎도 많이 내고 왕성하게 자란다.

땡볕이나 벌레 등에 의해 상한 잎들은 잘라주며 키운다.

날이 더워짐에 따라 꽃대가 올라오는데 씨앗을 받을 생각이라면 그대로 두고 계속해서 잎을 수확하고 싶다면 꽃대를 잘라준다.


파 씨앗 채종 하기

처음에 하얀 꽃을 피우던 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말라간다.

완전히 갈색으로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고 안에 검은 씨앗들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면 꽃대를 잘라준다.

수확한 꽃대들은 햇볕에서 며칠 말려 둔 뒤 털어 주어 씨앗을 채종 한다.

채종한 씨앗은 이듬해 봄 심어 주어 새로운 파가 자라게 한다.



화분에서 개별로 키울 때는 상관없지만 텃밭에 파를 심으면 먹거리 이외의 역할도 하게 된다. 알싸한 파 향기가 주변에 해충이 오는 것을 막아 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미나 포도나무 주변 등 알 풍뎅이가 문제 인 곳에 심어주면 알 풍뎅이 방지에 효과가 있다. 파를 심은 곳 주변 작물에는 진딧물도 거의 없다. 이는 파뿐 아니라 차이브, 골파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구입한 대파 한 단으로 파농사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전문 농업인이 아니고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만큼만 키우면 되니 시작은 파 한 단으로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그 파가 꽃이 피고 씨앗을 맺으면 이듬해에 그 씨앗을 심고, 키우고, 채종 하는 것을 반복하여 장보기 목록에서 파 하나를 지워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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