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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21. 2020

자연이 일하는 곳, 생태 텃밭이란?

퍼머컬쳐에 대한 이해

생태 텃밭이라는 개념을 '가이아의 정원'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책에는 '퍼머컬쳐'라는 말로 갈음되어 있었는데 이 말의 핵심은 '자연의 순환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사실 이 개념은 예전의 농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조상들은 밭 경계에 콩을 심어 땅을 비옥하게 하였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호박, 콩, 옥수수를 함께 심어 키우는 동반 식물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생태 텃밭이라는 말을 누군가가 콕 집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태평 농법으로, 일본의 3 무(무경운, 무비료, 무농약) 경작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름이 다를 뿐 사실 개념은 비슷하다. 흙을 오염시키는 화학적 퇴비를 사용하지 않고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흙과 그곳에서 공생하는 동, 식물들의 생태계를 회복시켜 서로의 상호 작용 아래 식물이 더욱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숲을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쉽다. 숲은 누군가가 경작하지도 않지만 흙에 영양이 풍부하고 나무들이 잘 자라며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한다.


지속 가능하고 자연적이고 건강하다.


사실, 맨 처음 생태텃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내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텃밭 엣 식물을 키워보고는 싶은데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 된 관리'란 기존의 방법처럼 작물을 수확한 후 밭을 갈고 때가 되면 농약을 치고 수시로 잡초를 뽑으며 제때에 퇴비를 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 방법은 한 두 가지의 획일적인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면서 시작한 방법이지만 소규모의 텃밭(다품종의 작물을 소량씩 키우는)에도 당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획일적인 작물 재배는 병충해에 취약한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 특정 곤충을 죽이는 약을 살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깃 곤충보다 훨씬 더 많은 익충들도 함께 죽인다), 생물의 다양성이 없어 토양의 양분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비료를 구해 넣어 준다. 또한 매년, 영양이 고갈된 토양의 남은 양분을 쥐어짜기 위해 땅을 뒤집는다. 결국 사람이 직접 투입해야 할 노동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생태 텃밭에서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품종의 식물을 소량씩 심어 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화학적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정한 생산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한다.


잘 고안된 생태 정원의 특징

외부에서 투입되는 것(비료, 농약, 막대한 에너지, 자본 등)이 적다. 경관이 성숙해진 후(텃밭, 정원의 식물들의 상호 작용이 활발해진 후)에는 더욱 그렇다.

생물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야생동물이나 곤충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출한다.

공기, 물, 토양의 질을 향상 시킨다.

결과적으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할 일(잡초 제거, 해충을 막기 위한 일 등)이 늘어나지 않고 줄어들게 한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된 환경에서 생태 정원을 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의 텃밭(혹은 토양, 물, 공기 등)은 이미 오염이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주변의 작은 텃밭이라도 먼저 건강한 생태 텃밭을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개개인이 가꾸는 작은 텃밭 정원이 건강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생태 텃밭이라는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아마도 지금보다 조금 더 땅이 건강해지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나고 그 속에서 인간인 우리가 치유받고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걸음이면 끝나는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다. 예전에 살던 집은 그래도 2~3평 정도는 되던 텃밭이었는데 지난해 새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텃밭이 세 걸음~다섯 걸음(?)으로 작아졌다. 누군가는 '그렇게 작은 규모에서는 생태 텃밭이고 뭐고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이곳에서도 1년 동안 텃밭을 가꾸었다. 수세미, 오이, 단호박, 방울토마토, 토마토, 깻잎, 바질, 해바라기, 천일홍, 애플민트, 레몬밤, 양귀비, 수레국화, 금계국, 크림슨 클로버, 대파, 한련, 콩, 스위트 알리숨, 아스파라거스, 채송화를 이 작은 곳에서 키웠다. 한여름에도 물은 2~3일에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주었으며 잡초 제거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누구나 생태 텃밭을 당장 시작해라, 절대 약을 쓰지 말아랴.'라고 강요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직접 해보았고 거기서 좋았던 점(적게 일하고 다양한 수확을 했던 것, 병충해가 따로 없었던 것)을 공유하고자 함이고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고 생각하기에 쓰는 것이다. (그럴 것이라 믿는다)

사실 어려운 내용은 아니고 누군가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고 실제로 이렇게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기에 영 엉망이고 허황된 내용은 아닐 것이다.


참고: https://lifeisdelight.tistory.com/318 [삶은 풍요롭게, 인생은 즐겁게 - 딜라이트]



언뜻 보면 잡초 밭인듯 잡초밭 아닌 나의 첫번째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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