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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Oct 28. 2020

텃밭의 토양을 보호하는 방법, 지피식물 심기

텃밭에 지피식물을 키워보자.

텃밭을 경작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열매가 잘 달리고 안 달리고 보다는 여름철 텃밭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잡초가 아닐까?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잘 자라고 마음먹고 뽑아내더라도 비 한번 오면 언제 그랫냐는 듯이 쑥 하고 자라 있는 식물들. 기름진 흙이 아닌 엉망인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 말이다. 능숙한 농부들 조차도 이 잡초 때문에 고민을 하며 잡초를 없애기 위해 농약을 뿌리고 비닐로 멀칭을 해주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미 예상하다시피 농약은 특정 식물(잡초)만 타깃으로 죽이지 않는다. 목표한 잡초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심은 식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잡초가 불러들인 익충들도 죽이며 비가 오면 농약이 땅으로 스며 들어가 토양을 오염시킨다. 

비닐 멀칭도 문제다. 비닐 멀칭은 까만 비닐을 텃밭에 씌워줌으로써 잡초가 햇빛을 못 받게 해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인데 문제는 비닐의 처리이다. 최근 플라스틱과 비닐이 일으키는 환경문제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비닐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무언가 대체할 것이 없을까?


생태 텃밭에서는 지피 식물을 심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살아있는 식물을 심고 그 식물에 텃밭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다. 지피 식물은 땅을 기어가며 (덮으며) 자라는 식물로 보통은 키가 낮은 식물들을 말한다. 


지피 식물로 토양을 피복하면 좋은 점


1. 토양을 덮어주어 흙이 쉽게 마르지 않게 한다. 토양의 침식을 막고 가뭄으로부터 토양을 보호한다. 

맨 흙이 햇빛에 드러나게 되면 겉흙이 점점 말라간다. 흙이 마르면 비바람에 침식되기 쉽고 점점 흙 자체가 딱딱해져 식물이 쉽게 뿌리를 뻗지 못하게 된다. 지피 식물은 잎으로 토양의 표면을 가리기 때문에 흙이 쉽게 마르지 않게 도와준다. 또한 뿌리로는 흙을 잡고 있기 때문에 비바람에도 흙이 침식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2. 잡초를 방제한다. 

지피식물이 자라면서 햇빛을 가려주기 때문에(검은 비닐 멀칭과 같은 효과) 잡초 씨앗이 빛을 받지 못해 싹을 틔우기 힘들어진다. 물론 완벽한 차단은 아니기에 가끔 풀 싹이 나긴 하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을 때보다 그 양이 훨씬 적다. 손으로 일일이 풀을 뽑아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3. 텃밭 생태계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지피식물이 꽃을 피워서 텃밭에 다른 익충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지만 지피 식물 자체가 새로운 텃밭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한층 더 풍부한 텃밭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텃밭에 어울리는 지피 식물의 종류

지피 식물이라고 하면 일반 정원에서는 꽃잔디, 맥문동과 같은 식물을 추천하지만 텃밭에 어울리는 지피 식물은 따로 있다. 텃밭에 어울리는 지피 식물의 조건은 꽃이 피며(수정을 위한 곤충 유인) 열매가 열리거나 토양에 양분을 공급해 주는 등의 부가 기능이 있는 식물들이다. 알리숨, 딸기, 클로버류


1. 알리숨

알리숨은 키가 15~30cm로 낮게 자라는 식물이다. 씨앗의 발아율이 좋아 보통은 파종으로 키우기 시작한다. 일 년 초이지만 스스로 씨앗을 떨어뜨려 매년 싹을 틔우는 식물이다. 일 년에 몇 차례 꽃이 피고 지는 식물로 분홍, 노랑, 오렌지, 보라, 흰색 등의 다양한 색상의 꽃을 피운다. 작게 무리 지어 피는 알리숨의 꽃은 향기가 매우 좋아서 익충들을 텃밭에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2. 딸기

딸기는 씨앗부터 심어 키워도 되지만 모종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키가 큰 작물 사이사이 딸기를 심어 토양을 피복하고 여름에는 딸기를 수확한다. 딸기는 노지 월동을 한다. 지상부는 조금 시들지만 그래도 흙을 덮고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토양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다. 과실수를 키우고 있다면 그 아래에 딸기를 심어줘도 좋다. 딸기 잎이 빼곡히 나무 아래를 덮어 잡초가 올라오지 못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클로버류

텃밭에 가장 추천하는 지피 식물은 바로 클로버(화이트 클로버, 크림슨 클로버)이다. 클로버는 *콩과 식물로 텃밭에 질소를 공급한다. 크림슨 클로버의 경우 5월에 붉은 꽃이 피며 기온이 올라가 시들기 시작하면 그대로 베어 내어 그 자리에 두어도 된다. 시간이 지나 미생물이 식물을 분해하면 클로버가 가지고 있던 영양분을 토양에 환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텃밭에 크림슨 클로버를 심어 주었다. 인공적인 질소 비료를 부어 주는 대신 크림슨 클로버가 그 역할을 해 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크림슨 클로버 덕분이었는지 올해에는 오이 농사가 잘 되었다. 오이는 질소가 부족할 경우 기형의 열매가 많이 생기는데 올해의 오이는 내가 봐도 뿌듯할 만큼 예쁜 아이들이 달렸기 때문이다. 크림슨 클로버와 베어내서 덮어준 풀들로 인해 텃밭의 토양이 바싹 말라서 갈라지는 경우는 없었다. 한여름에도 물을 매일 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 토양 피복의 효과를 본 것이다. 

자연이 일하게 하면 내가 할 일이 줄어든다. 풀을 뽑으러 수시로 텃밭에 가거나 매일 물을 주러 가지 않아도 된다. 건강한 생태 텃밭은 사람이 노동력과 에너지를 덜 쏟아부어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풍성한 수확물을 전해 준다. 


*콩과 식물 : 질소는 식물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이 질소는 대기 중에 가장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은 공기 중의 질소를 직접 흡수할 수 없다. 하지만  콩과 식물의 뿌리에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있어 공기 중의 질소를 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토양과 식물에 공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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