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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zy canvas Nov 04. 2020

텃밭 생활을 즐기는 법 - 1

작물을 이웃과 나누기 

가을이 될 무렵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통풍을 위해 줄기 정리를 하면서 가지를 자르는 족족 땅에 심어 삽목 해 주었기 때문에 봄에 심은 것보다 훨씬 많은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수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조금씩 따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정도.  

옆집 노부부는 땅을 한시도 놀리지 않고 부지런히 이것저것 가꾸시는데 가만히 보니 토마 토류는 하나도 키우지 않으셨다. (내 생각에) 우리 집 방울토마토가 맛있기도 하고 또 바로 옆집이기도 해서 아침에 방울토마토를 한 움큼 따서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심심할 때 드시라고 말이다. 

처음에 할머니는 '아이고, 그만한 밭에서 얼마나 수확한다고 가져와 ~'라고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꾸는 밭은 세 걸음이면 끝나는 코딱지만 한 크기인데 옆집 할머니는 구석구석 안 쓰는 땅 없이 작물을 심으시고 철 따라 마늘, 당근, 콩, 깻잎, 무, 쪽파 등을 부지런히 가꾸는 베테랑이셨다. 


"괜찮아요 저 맨일 따서 먹을 만큼 있어요 ㅎ 방울토마토 안 키우시는 것 같아서 맛이라도 보시라고요"


라고 하면서 가져다 드린 방울토마토는 그다음 날 예쁜 가지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다. 

올해는 수세미 농사가 잘 되어서 수세미가 꽤 많이 열렸다. 천연수세미를 사용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택배 보낼 겸 수세미를 많이 수확해 껍질을 벗기고 씻어 속을 빼낸 후 햇빛에 말렸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 이 동네에는 수세미를 키우는 집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말리던 중인 천연수세미를 몇 개씩 챙겨 옆집 할머니와 매일 밝게 인사해주시는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 그리고 자주 가는 편의점 사장님께 나눠 드렸다. 

이번에도 역시 많은 양을 드리지는 못했다. 워낙 소농이라서. 


수확하여 껍질을 벗긴 수세미

텃밭 생활을 즐기는 법 중에 하나는 내가 키운 작물을 나누는 것이다. 양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나누는 작물과 함께 마음도 나눌 수 있고 가끔은 다른 작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수확한 작물뿐 아니라 씨앗도 그렇다. 혼자 키우고 싶은 식물의 씨앗을 이것저것 구매했을 때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씨앗을 나눠주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씨앗을 나눔 받았을 때 훨씬 다양하고 많은 씨앗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혼자 끌어안고 있을 때보다 '나누면 더 풍성해진다'는 옛말을 직접 느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텃밭을 가꾸면서 즐길 수 있는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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