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zy canvas Nov 11. 2020

블루베리, 흙을 가리는 까다로운 아이

봄철마다 씨를 뿌려서 가을 갈무리하는 일 년생 작물보다는 노지 월동을 하는 다년생 식물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온전한 내 밭(땅)이 생긴다면  일 년생 식물은 좋아하는 먹거리(토마토, 오이, 깻잎, 바질, 호박) 정도만 심고 나머지는 다년생 식물들로 채우고 싶다. 다년생 식물들은 한번 뿌리가 잘 내리면 웬만큼 손이 가지 않고도 잘 자라기도 하고 해가 바뀌어도 걷어 내거나 다시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은 텃밭(정원)에 다년생 먹거리 식물을 생각하고 있다면 블루베리를 추천한다.  품종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도 충분히 노지 월동이 되는 품종이 있다. 다만 자가 수정되는 품종이 아니라면 최소 서로 다른 품종의 묘목을 두 그루 들여야 한다. 


블루베리를 키우는 흙

처음에 블루베리를 들였을 때 일반 텃밭에서 키웠다. 산성토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블루베리 전용 피트모스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텃밭의 일부 구간에 커피가루를 넣어 주며 키우면 토양이 산성을 띄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냅다 거기 심고 키워 준 것이다. 

커피 찌꺼기가 산성이라고는 하지만 생 커피 가루가 아니고 이미 사용한 커피 찌꺼기이기 때문에 산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나 보다. 함께 심어 주었던 아로니아는 가지를 뻗어가며 잘 자라는데 블루베리는 성장 새가 별로였다. (하지만 부지런히 커피 가루를 뿌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토양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첫해를 일반 토양에서 키우다가 이사하면서 블루베리를 화분에 옮겨 심어 주었다. 텃밭에 심을 만한 곳이 없어 화분에서 키우기로 한 것인데 이때는 100L 화분에 블루베리 전용 피트모스를 채워 주었다. 흙이 바뀐 후, 여름 동안 블루베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성장을 했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었다. 

블루베리는 산성토가 아닌 일반 흙에서 키우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자라지도 않는다. 일반토에서 1년을 키웠을 때에 키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새로운 가지도 내지 않았으며 꽃도 피지 않았다. 잎도 작게 자랐다. 성장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블루베리를 키우고 싶다면 나처럼 무모하게(산성 유기물을 더해주겠다! 다짐하면서) 일반 흙에 심지 말고 블루베리 전용 흙에 키울 것을 추천한다. 


블루베리의 성장(봄-가을)

블루베리는 이른 봄에 잎눈에서 먼저 싹이 나고 5월이 되면 꽃눈도 트이기 시작한다. 이는 키우고 있는 시에라 품종 기준이며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에 따라 그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수정이 되도록 붓질을 해 주어야 한다. 붓으로 이 꽃 저 꽃을 돌아가며 문질러 주는 것이다. 물론 노지에서 키우고 주변에 밀원식물들이 많다면 이는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을 텃밭의 곤충들이 대신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작고 동그란 초록색의 열매가 달린다. 이 열매가 바람을 맞고 햇빛을 보며 시간을 보내면 드디어 우리가 아는 그 푸른색의 블루베리 열매로 변하는 것이다. 

9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성장을 한 블루베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년에 블루베리가 달리는 꽃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숙련된 블루베리 농부는 이를 보고 내년의 블루베리 수확량을 파악한다고 한다. 


블루베리의 겨울

가을 동안 성장하던 블루베리는 겨울이 되면 잎을 다 떨어뜨리고 달랑 가지만 남긴 채 겨울을 보낸다. 꽃눈과 잎눈이 얼어붙은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봄에 새로운 잎과 꽃들이 나오게 된다. 11월과 3월 사이의 겨울에는 블루베리를 위해 따로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가지치기이다. 블루베리는 주기적으로 강하게 전정(가지치기)을 하는 덤불형 식물이다.  주로 새로 나온 가지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오래된 가지를 잘라주고 연약한 가지도 잘라 주는 것이 이듬해 더욱 왕성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블루베리 가지치기 - 잘라내는 줄기

1. 약한 줄기 : 약하고 작은 줄기에서는 열매가 달리더라도 튼실하지 못하며 작게 열린다. 다른 열매들의 영양분만 빼앗는 꼴이 되기 때문에 잘라낸다. 

2. 아래로 향한 줄기 : 아래쪽으로 자라는 줄기에서 달린 열매는 토양과 가까워 병충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잘라준다. 

3. 안쪽으로 자라는 줄기 & 다른 가지에 닿는 햇빛을 가리는 줄기: 서로 자라면서 부딪힐 것이 예상되는 줄기와 다른 줄기의 햇빛을 가리는 줄기 역시 잘라준다. 

*묘목을 심은 후 약 2~3년간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며 이 시기에는 뿌리와 관목이 생장하는데 집중한다. 



블루베리는 품종마다 노지 월동 여부, 자가수정(타가수정) 여부, 열매의 당도가 다르다. 블루베리를 키울 생각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품종이 어떤 것인지를 잘 확인하고 키우는 것이 좋다. 블루베리가 흙을 가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뭐 이런 까다로운 아이가 있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흙을 제외하고는 블루베리처럼 무던한 식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기에 텃밭이 없는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텃밭 생활을 즐기는 법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