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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0. 2022

책임


진짜 브랜드는 사후 서비스를 신경 쓴다. 판매품에 발생한 문제가 브랜드가 정한 특정 요건에 해당할 때, 브랜드에서 해결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는 곳은 적다. 최근에, 해외 브랜드 제품을 가져와서 판매하는 업체들이 증가했다. 그중 일부는 제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열심이지만, 판매 이후의 일들은 모르쇠를 댄다. 그들은 비논리적인 명분을 대면서 고객의 수리와 환불, 교환 요청을 묵살한다. 요청을 받더라도 관련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고칠 물건을 함부로 다루거나, 고객이 교환에 대해 문의하면 퉁명스럽게 응대하거나, 수리비를 터무니없이 높게 청구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매출 올리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벌어진 결과이다. 이는 비단 해외 브랜드 수입 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 스타트업, 국내 기반의 제조 기업 몇몇도 같은 행태를 보인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무책임함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무책임한 처사는 애써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무너뜨린다.



브랜드의 책임 있는 사후 서비스가 필수인 품목들이 있는데, 시계가 그러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계는 기계식 시계를 뜻한다. 기계식 시계의 본체 안에는 정밀한 태엽, 나사, 금속판, 톱니바퀴가 있다.  부품들은 사람의 움직임을 동력으로 삼아 맞물리면서 시간을 측정한다. 기계식 시계는 3~5년마다 분해하여 세척하고 부품을 교체하고 재조립해야 한다. 해가 지나면서 부속품이 마모되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과 전자파에 노출된 시계는 간단한 점검을 받아야  때도 있다. 기계식 시계는 주기적인 점검을 받아야 작동을 유지한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시계 전문점, 인투와치(IntoWatch)는 책임을 다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인투와치의 김준현 대표는 마이크로브랜드의 시계를 수입한다. 그루포감마, 보레알리스, 엑시오스, 벤투로, NTH, WMT 등 다양하다. 이 브랜드들의 주력은 기계식 시계이다. 그래서 김준현 대표는 인투와치의 개업을 준비하면서 전문 시계 교육 기관을 다녔다. 그곳에서 시계의 전반을 수학했기에, 국내에서 수리 가능한 시계들은 그가 직접 다룬다. 부족한 부품은 협력사로부터 공수한다. 인투와치의 대처가 신속하다는 평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고장의 정도가 심하거나 해당 시계 브랜드의 부품을 써야 하는 시계가 있다. 그런 것들은 마이크로브랜드 본사로 보낸다. 인투와치 고객들은 사설 수리점을 찾거나 번역기를 쓰면서 브랜드 본사와 소통하지 않아도 된다.


인투와치에는 마이크로브랜드뿐만 아니라 빈티지 시계도 있다. 김준현 대표는 수십 년 전에 생산된 군용 시계와 스위스 브랜드의 시계를 수집하여 판매한다. 빈티지 시계는 과거의 역사와 착용한 자의 세월이 새겨 있어서 독특한 미(美)가 있다. 다만 생산된 지 오래되어서 제조사가 없어진 경우가 많다. 시계 구조가 현대 시계와 달라서 이를 수리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시계를 차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소유자가 도움을 구할 길이 개무하다는 소리이다. 김준현 대표는 빈티지 시계의 정비를 지원한다. 고객에게 양도하기 전에 그는 시계 전체를 정비한다. 낡은 부품이 있으면 갈아 끼우고, 큰 이상이 없는 시계도 작동에 흠이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고객이 시계를 찾아갈 때는 사용 시 주의 사항을 고지한다. 빈티지 시계를 취급만 하는 브랜드와는 다른 차원이다.

 

인투와치의 사후 서비스는 김준현 대표 스스로와의 약속이자 고객을 위한 책임이다. 그는 고객들이 걱정 없이 시계를 찼으면 한다. 편하게 차면서, 그들이 시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를 그는 소망한다. 그의 뜻은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한결같다.



제품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는 요즘이다. 한정판, 콜라보 제품, 해외 명품, 새로운 발명품을 구하는 것이 예전처럼 수고스럽지 않다. 즉 브랜드와 소비자가 접하는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의미이다. 브랜드들은 그 교점을 기회로 삼는다. 근사한 브랜드 소개와 공격적인 행보로 잠재 소비자들을 모아서 실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첫 단추는 잘 끼운다. 마지막 단추까지 끼워 나가는 브랜드가 많지 않아서 문제이다. 마지막 단추를 끼우지 못하는 곳들은 어느 순간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 마음이 고객을 향한 성의 없는 태도를 야기한다. 브랜드의 본분을 망각하면 단추는 끝내 어긋난 채로 남겨진다. 고객들은 100점짜리 사후 서비스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브랜드의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제구실을 하는 브랜드를 경험할 때, 고객들은 브랜드를 신뢰한다. 고객의 신뢰는 브랜드의 영속을 가능케 한다. 책임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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