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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Dec 29. 2020

'35kg'를 감량한 후 보이는 것들

젊었을 때 관리해야 한다

'105kg'


체중계에 적힌 숫자였다.


거울을 보니 멧돼지 한 마리가 서 있다.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이래서 연애하겠어?'



화장실을 걸어 나오며 난 결심했다.


살을 빼기로. 독하게.






2012년부터 아마추어 역도 동호회에 참여하며 운동했다. 동시에 '파워리프팅(Powerlifting)이란 운동도 했는데 쉽게 말해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것이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이 세 가지 종목의 무게를 계속 늘려가며 단련하는 운동이다.


허리가 완전히 낫고 전에 해왔던 웨이트 트레이닝에 박차를 가하며 몸을 단련했다. 무게를 더 많이 들고 싶다는 욕심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역도에 관심이 생겼다. 근처 동호회도 가입하며 열정적으로 훈련했다. 과학적으로 몸무게가 늘어야 무게 증량이 수월했기에 벌크업*에도 신경 썼다.


벌크업* - 근육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하고 식사량을 늘려 체격을 키우는 것.


간단하다. 열심히 먹고 또 먹었다. 근데 너무 먹었는지 벌크업이 아닌 살크업이 돼버리고 말았다. 약간(?) 관리가 안된 근육 돼지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몸이 확 불어났다. 뱃살도 늘고 근육도 늘어서 겉으로 보면 완전 그쪽 세계의 일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지는 38 사이즈, 상의는 110 사이즈. 그래도 난 이 몸이 좋았다. 늘어난 몸무게에 비례해 역도 종목이나 파워리프팅 종목 둘 다 무게가 늘었고 자세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사 하나가 오르면 하나는 떨어진다. 그렇다. 소개팅이 안 됐다. 이때는 무슨 심정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머리 양 옆을 모두 밀어버린 모히칸 스타일로 다녔다. 곰 같은 체형에 머리카락이 가운데만 뾰족하게 있는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연애 까짓것 안 하면 되지 흥. 난 남자다우니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큰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웨이트 운동에 푹 빠져 살았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언제부터인지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너무 아팠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잠잘 때 자세도 바르게 했는데 잠만 자고 일어나면 두통이 생겼다. 게다가 밥을 먹어도 속이 쓰렸고 여름만 되면 저러다가 죽는 것 아니냐 할 정도로 땀이 너무 많이 났다. 심장도 어쩔 때는 갑자기 빠르게 뛰는 기분이었다.


느낌이 싸해서 내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수축기 혈압이 160이 넘었고 이완기 혈압도 110 정도 나왔다. 의사 선생님이 당장 살을 빼라고 했다. 젊은 양반이 제정신이냐며. 고작 운동 무게 늘리겠다고 살을 무식하게 찌우면 어떡하냐고 인정 사정없이 욕(?)을 건네셨다. 정신이 아찔했다. 이 나이에 고혈압이라니...


아찔한 마음을 추스르고 혈압약을 처방받은 다음 집으로 왔다. 집에 있는 체중계에 몸무게를 재보니 105kg라는 숫자가 보였다. 많이 나가긴 하네. 발바닥도 두툼하고 손바닥도 두툼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웃통을 벗은 내 모습을 지켜봤다. 운동을 계속 해왔기에 근육 라인이 있긴 했지만 지방이 근육보다 많은 게 탈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운동 수행력은 좋아질진 몰라도 속병으로 고생할 게 분명했다.


진작에 욕심을 다스렸어야 했는데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이후 식단과 운동 종목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원칙은 간단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105kg -> 90kg


대봉밥을 하루에 5끼 정도 먹었다. 사이사이 초코파이 같은 간식은 기본 옵션. 갑작스럽게 식단을 바꾸면 다이어트를 길게 지속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서서히 변화를 줬다. 먼저 간식을 끊었다. 집에 있는 온갖 과자와 케이크, 빵 등을 모조리 가족에게 넘기고 쳐다도 안 봤다.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습관이 단숨에 고쳐지더라. 간식만 끊었는데 8kg가 감량됐다.


97kg가 된 이후 대봉밥 5끼를 세끼로 줄였다. 그랬더니 7kg가 자연스럽게 빠졌다. 운동은 역도, 파워리프팅 운동 모두 그만두고 오직 유산소와 맨몸 운동으로 진행했다.


운동은 주 5회 / 시간은 2시간.

유산소는 5회 / 맨몸 운동은 주 3회

1시간은 빠른 걷기, 조깅 번갈아 가면서.

1시간은 횟수를 많이 하는 맨몸 운동.



90kg -> 80kg


대봉밥 세끼를 일반 식당에서 주는 공깃밥 정도의 양으로 줄였다. 닭가슴살이나 싱싱한 채소 같은 것은 억지로 챙겨 먹진 않았다. 한번 사 먹어 봤는데 도저히 못 먹겠어서 그냥 집밥 든든히 먹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대신 피자, 햄버거, 치킨 혹은 단 군것질 등은 일주일에 한 번 마음껏 먹었다.


어차피 단 기간에 뺄 계획은 아니었기에 편안하게 진행했다. 체중은 갑자기 빼면 십중팔구 요요 온다. 그리고 건강이 상상 이상으로 나빠진다. 천천히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을 둬야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80kg까지 한 6개월 정도 걸렸다. 이때가 2012년 7월 경이었다.





80kg -> 75kg


나의 신장은 178cm이다. 서서히 정상 체중 범위로 들어오니 전보다 체중이 빠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렇다고 운동량을 더 늘리면 몸에 부담이 올 것이 분명했고 식단을 과하게 잡자니 영양이 부족할 것 같았다. 이때 선택한 방법이 유산도 운동 강도였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달리기를 하면 무릎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달릴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릎 관절에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살이 빠지기 전까지는 경보나 느린 조깅 정도가 적당하다.


80-75kg 구간에 들어왔을 때 슬슬 달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느린 조깅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1시간 달렸다. 러닝 머신 속도로 비유하면 약 7~8km 정도의 속도였다. 체력 안배를 위해 중간중간 걸으면서 페이스 조절을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부지런히 뛰고 또 뛰었다.


5kg 빼는데 2개월이나 소요됐다.


75kg가 됐을 때 바지 사이즈가 31~2 정도 됐었고 상의 사이즈도 100 사이즈가 맞았다. 개인적으로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한번 38 사이즈 바지를 입었는데 주먹이 서너 개 들어갈 정도로 여유였다. 사실 이 시기에 조금 지쳤는데 다시 한번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75kg -> 70kg


마의 구간. 정말 힘들었다. 3개월 이상을 그렇게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해도 빠질 기미가 안 보였다. 남들은 그 정도면 괜찮은데 뭘 그리 악착같이 하냐며 뭐라 했지만 이놈의 욕심이 또 발동됐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70kg까진 만들고 싶었다. 70kg가 옷빨도 잘 받고 적당히 덩치도 유지되는 좋은 몸무게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식단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내가 버티질 못할 것 같았다. 지금 운동량으론 풀때기와 닭가슴살만 씹어 먹었다간 쓰러질 게 분명했다(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그냥 싫었던 거지.). 식단 구성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맛이 없다.


'조급증이 도져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여유를 가졌다. 컨디션이 좋으면 유산소를 조금 더 하거나 스쿼트 횟수를 늘리는 방향 등으로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 먹고 싶은 음식도 양을 살짝 줄이거나 2 주에 한 번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꾸준하게 하니까 2013년 1월쯤 드디어 70kg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 몸무게를 7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70~73kg 정도 왔다 갔다 한다.





친구들이 인간승리랜다. 칭찬보다 '독한 놈'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아무렴 어떤가. 난 행복했다.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켜서 기분이 좋았다.


35kg를 감량하고 나니 턱선도 생기고 옷맵시도 더 좋아졌다.

그리고 연애도 하고 있다(웃음).


무엇보다 건강해졌다. 땀도 덜 나고 혈압도 수축기 혈압 125~130 / 이완기 혈압 90~95 정도 나온다. 그래서 혈압약도 끊었다.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아프지 않으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일도 거의 없다. 잘 체하지 않게 됐고 피부도 좋아졌다. 피로감이 줄어들었고 오래 걸어도 무릎이나 허리가 예전보다 덜 아프다.




1년 이상 다이어트를 하며 느낀 것이 있다.


다이어트는 '소중한 내 몸을 관리하는 것'이란 교훈이다.


단순히 예쁘고 멋져지기 위해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 방식으로 망가진 몸을
다시 되돌리는 숭고한 과정이다.


주변을 보면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정상 체중을 웃도는 사람들이 보인다. 습관적으로 사 먹는 군것질, 휘핑크림이 잔뜩 들어간 음료, 밤마다 시켜먹는 야식 등. 장기간 먹어봤자 도움도 안 될 것들에 영혼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 당연히 안한다.


만약 본인이 근육이 아닌 지방이 가득하여 과체중인 상태라면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 특별히 비만 모델을 하거나 직업적인 이유로 살을 찌우는 게 아닌 이상 필히 감량해야 한다. 보기 싫은 모습은 둘째치고 과한 체중은 건강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주고 근골격계에도 필요 이상의 압력을 가한다. 몸에 지방이 많으면 염증 수치도 증가하여 자도 자도 피곤한 무기력증에 걸릴 수 있다. 남자는 정자 활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여성은 생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기보다 심각한 문제다.


한번뿐인 청춘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젊었을 때 운동하고 관리하며 기반을 다져 놔야 노년에 들어서도 큰 불편함 없이 살 확률이 높다.



관리를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연예인들이 하는 미친(?) 식단을 따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삼시세끼 건강한 집밥 먹고 부지런히 운동하면 된다.



그럼 알아서 빠지고 알아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내일부터 소중한 우리 몸을 위해 심플하게 관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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