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옷질에 열중했던 초기에, 나는 옷을 사기 바빴지 관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잘못된 세탁과 보관을 하기 일쑤였다. 물세탁해야 할 옷을 드라이클리닝 하거나, 옷걸이에 옷을 빽빽하게 걸어 두거나, 소재 확인 없이 뜨거운 다리미로 다림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의 어리석음으로 좋은 옷을 얼마 못 입고 버려야 했다. 그런 옷이 많았다. 옷질을 해도 옷장은 허전했다. 이대로 가면 돈만 허공에 뿌리는 꼴이 될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정신 차리고 옷 관리법을 탐구했다. 관리의 결과는 정직했다. 신경을 쓸수록 옷의 상태는 좋아졌다. 소재별 관리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배운 그 관리법을 다루고자 한다.
면 / 리넨 / 합성 섬유
세탁
면, 리넨, 합성 섬유는 손세탁 및 기계 세탁한다. 물 온도는 30도에 맞추고 세제는 중성 세제를 사용한다. 수도꼭지를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중간에 맞춰 틀면 미온수 30도를 얼추 맞출 수 있다. 세탁할 때는 옷을 뒤집어서 한다. 이는 옷의 겉이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흰옷은 색이 빠지는 옷과 세탁하면 이염될 수 있음으로, 흰옷끼리 모아서 세탁한다.
아끼는 옷은 세탁망에 넣어 개별 세탁한다. 세탁망이 다른 옷과의 마찰을 줄여줘서 옷의 손상이 적다. 나는 아끼는 옷을 손세탁할 때에는 세탁망에 넣어서 탈수한다. 기계 세탁을 할 때는 처음부터 세탁망에 넣고 '울코스'로 세탁한다. 손세탁 시 탈수 전에 옷을 비틀어서 물기를 짜는 경우가 있는데, 옷 형태가 틀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면·리넨 셔츠는 물세탁해야 하는 옷이다. 세탁 택에 드라이클리닝이라고 표기된 것은 구매하지 않는다. 셔츠 오염은 보통 땀과 음료로 생기는 수용성 오염이다. 그래서 물세탁으로 지워야 한다. 기름을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으로는 제거가 어렵다. 하루 입고 세탁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바쁘면 하루 시간을 내서 그 주에 입었던 셔츠들을 세탁한다. 이 정도만 지켜도 변색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스웨트 셔츠, 티셔츠, 슬랙스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한다.
면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물세탁이 기본이다. 그러나 직조 방식이나 원단 코팅에 따라 드라이클리닝 하거나 세탁할 수 없기도 하다. 나는 세탁 불가능한 옷은 사지 않는다. 옷은 나도 모르는 사이 미세 오염물에 노출된다. 지저분해진 옷을 계속 입고 다닐 수는 없다. 세탁이 안 되는 옷은 옷이 아니라 무책임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합성 섬유 슬랙스는 다림질을 조심한다. 합성 섬유는 열이 닿으면 원단 표면이 번들거릴 수 있다. 슬랙스 위에 얇은 보자기나 담요를 얹고 다림질하거나, 다리미 온도를 낮게 설정해서 다림질하면 번들거림을 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일반 다리미를 추천한다. 슬랙스의 줄(Crease Line)을 유지하고 구김을 제거하기가 스팀다리미보다 수월하다.
보관
일자 바지 걸이. 부피가 작아서 바지 보관이 용이하다. ⓒKAZT
스웨트 셔츠와 티셔츠는 매장 매대에 전시된 것처럼, 몸판이 위를 향하는 정사각형으로 접어서 보관함에 넣는다. 빈 옷장을 활용해도 된다. 슬랙스는 바지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한다. 바지에 잡힌 선을 따라 반으로 포개서 걸친다. 바지 옷걸이는 일자 바지 걸이가 좋다. 집게 바지 걸이보다 바지에 자국이 덜 생긴다. 다림질 몇 번이면 다시 깔끔하게 입을 수 있다. 셔츠와 트렌치코트는 양쪽 어깨의 지름이 넓은 옷걸이에 건다. 세탁소 철사 옷걸이에 걸어 두면, 옷 무게로 어깨가 뾰족하게 늘어날 수 있다. 셔츠와 트렌치코트를 보관할 때는 옷 사이에 1~2cm 정도 거리를 둔다. 옷끼리 닿지 않아서 칼라가 눌리는 것을 막는다. 습한 여름에는 옷을 보관하는 곳에 제습제를 넣는다. 여름이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옷장과 보관함을 환기한다. 곰팡이와 좀을 막기 위함이다.
울 / 거위·오리털
세탁
울이 들어가는 니트웨어, 블레이저, 슬랙스, 코트는 드라이클리닝으로 세탁한다. 동물성 섬유는 물이 닿으면 수축하고 윤기가 떨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클리닝은 자주 하지 않는다. 할수록 양털이 미세하게 깎여 나간다. 털이 굳는 경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드라이클리닝이 있지만, 비용이 몇 배 비싸다. 냄새가 나거나, 얼룩이 있거나, 눈비와 땀에 많이 노출된 것이 아니라면 2~3년마다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괜찮다. 드라이클리닝하고 찾은 옷은 비닐을 벗겨서, 하루 이틀 바람이 통하는 베란다나 창문 근처에 걸어 놓는다. 그래야 섬유 속에 남은 클리닝 용액 냄새와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
물세탁이 가능한 울 소재의 옷. ⓒThe Wow Decor
'워셔블(washable)' 혹은 물세탁 가능으로 표기된 울 소재 옷이 있다. 그런 옷은 개별 손세탁한다. 대야에 30도의 미온수를 받아 중성 세제를 풀고 옷을 담궈서 부드럽게 주무른다. 그다음에는 세탁망에 넣어서 약하게 탈수하고 빨래 건조대에 뉘어서 말린다. 울은 마찰이 생기면 보풀이 잘 일어나는 편이라서, 여러 벌을 한꺼번에 세탁하는 것은 권유하지 않는다. 급하면 옷 각각을 세탁망에 넣고 '울코스'로 기계 세탁한다.
거위·오리털 패딩은 물세탁으로 관리한다. 패딩 편에서 언급했듯이, 드라이클리닝은 털의 기름기를 없앤다. 털의 기름기가 사라지면 털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되지 않아서 보온성이 떨어진다. 패딩은 부피가 커서 기계 세탁이 효율적이다. 울코스로 세탁기에 돌리고 탈수 후 바닥이나 건조대에 눕혀 자연 건조한다. 건조가 끝나면 얇은 막대로 패딩 전체를 두들긴다. 세탁으로 뭉친 털이 풀어지면서 충전재의 볼륨이 돌아온다. 막대 대신 페트병이나 세탁소 옷걸이도 사용해도 무방하다. 퍼(Fur)가 달려 있으면, 분무기로 퍼에 물을 서너 번 뿌리고 드라이기의 약한 바람으로 말리면서 빗질한다. 엉킨 퍼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보관
니트웨어는 몸판이 위로 향하게 접어서, 블레이저·울코트는 양어깨가 넓은 옷걸이에 걸어서, 울 슬랙스는 바지 걸이에 걸쳐서 보관한다. 옷에 보풀이 생기면 보풀제거기를 사용해서 제거한다. 손으로 뜯으면 안 된다. 뜯을 때 보풀 주변의 섬유도 같이 뜯기면서 원단이 상한다. 패딩은 시즌(계절 옷을 입는 계절)과 비시즌(계절 옷을 입지 않는 계절)에 따라 보관법이 다르다. 시즌 때는 옷걸이에 걸어서, 비시즌 때는 패딩 크기에 맞는 보관함에 눕혀서 보관한다. 옷걸이에 건 상태로 1년이 지나면 충전재가 아래로 쏠려서 뭉칠 수 있다. 역시 옷장과 보관함을 틈틈이 환기하여 옷이 삭지 않도록 한다.
기타
가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얼룩이나 보풀이 있다. 세탁으로 지워지지 않는 셔츠 목 때, 음식을 먹다가 튄 기름얼룩, 일반 보풀 제거기로 제거가 안 되는 굵은 보풀 등이 그에 해당한다. 나는 예전에 오기를 부리다가 옷을 망친 적이 있었다. 바지에 묻은 기름얼룩을 락스를 희석한 물로 지우려다가, 그 바지는 물론 입고 있던 옷에도 락스 물이 튀어서 두 벌 다 색이 빠져버렸다. 개인의 역량을 벗어난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옷질은 소재 좋은 옷을 산다고 끝이 아니다. 관리까지 하는 것이 옷질이다. 옷을 한 번 입고 버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옷이 깨끗해야 그 옷의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다. 그 가치가 곧 나의 가치이다. 그렇다고 옷을 모시고 다닐 필요는 없다. 간단한 세탁과 보관이면 족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아하는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한평생을 함께할지도 모른다.
*세탁 주기 - (물세탁이 가능한 옷이라는 전제하에) 여름옷은 되도록 매일 세탁한다. 그 외의 계절 옷은 2~3번 입고 한다. 겉옷은 계절이 끝날 때나 오염이 심할 때 한다. 우리 몸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땀을 낸다. 땀은 옷감을 상하게 하므로 세탁을 제때 해야 한다.
*환기 주기 - 3일에 한 번씩 옷장과 옷 보관함을 열어 30분 정도 환기한다. 환기는 옷 관리의 필수 요소다.
*나는 섬유유연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향이 싫기 때문이다. 옷감이 부드러워진다는데 나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액상 세제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