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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관광과 현실 : 샌프란시스코, CA

여행 15 (2/8) November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매우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Powel Station) 케이블은 도로에 매설되어 있어서 차체 바닥과 연결되어 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언덕인 Nob Hill과 그 뒤의 Russian Hill까지 넘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미국 서부여행 : Wild Wild West'에서 계속


(사진) 9일간의 전체 여행 일정 - 1일 차 : San Francisco

미국에서 동부에 사는 사람이 서부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이미 엄청 무리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비행기나 호텔에 돈도 많이 쓰게 되니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우리가 들르기로 한 장소 모두 며칠씩 머물며 천천히 보아야 할 곳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니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지나치는 일정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가진 것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했던 8박 9일의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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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샌프란시스코 주변. 남쪽에 있는 산호세 주변의 실리콘 밸리에는 미국의 첨단 IT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Day 1 : 샌프란시스코 도심 하루 여행

작은 광장 Union Square

우리는 호텔에서 우버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 있는 Union Square부터 들렀다.

광장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작은 공간이지만, 도심 중심가에 있고 대형 쇼핑몰과 고층 호텔들로 둘러싸인 곳이라 샌프란시스코 도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분명 추수감사절에 온 것이지만 광장 곳곳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커다란 아이스링크가 구경거리다. 11월 말이지만 여기는 따뜻한 편이라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런 날씨에 아이스링크는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광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 중의 하나는 광장의 각 모서리마다 있는 '4개의 하트 조형물'이다. 옛 재즈 명곡인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by Tony Bennett)'에서 착안한 것인데 하트마다 서로 다른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줄을 서서 찍는 주요 사진 포인트다.

(샌프란시스코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하트 조형물인 'Heart in San Francisco'는 2004년부터 시작된 공공 예술 프로젝트이다. 매년 새로 제작되는 하트들은 전시가 끝나면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데 그 수익금은 종합병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중심에 있는 Union Square. 고층 건물에 둘러싸인 도심속 작은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광장 모서리마다 있는 하트 조형물.
(사진) 샌프란시스코 거리 풍경. 1940년대의 스타일의 노면 전차가 다니고 있는데 관광용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의 교통수단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는 어두운 현실, "Powell Street Station"

LA 여행(Disneyland, Hollywood)을 할 때 확인했던 것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의 노숙인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날씨가 1년 내내 온화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아주 어렵지 않게 그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유니온 스케어 주변은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 중의 중심거리인데도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기만 해도 음침한 느낌이고 몇몇 길거리 텐트마저 볼 수 있었다.

특히 시내 중심에 있는 'Powell Street Station'은 케이블카, 메트로, 트램, 바트 등을 모두 탈 수 있는 시내 교통의 요지로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숙자 및 마약 문제가 어떻게 일상을 파괴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가 마주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작은 광장(Hallidie Plaza)에서 여러 사람의 대소변 흔적을 보게 된 것이었다. 청소를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이는 분변과 엄청난 악취가 저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그나마 이 정도가 최근 COVID 공중 보건 조치로 인해 개선된 수준이라 하니 그 심각성이 짐작이 된다. 유명한 지하철역조차 이 지경이라면 도시의 뒷골목은 어떤 모습일까? 섣불리 모험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시 정부는 20년 가까이 폐쇄했던 Powell St. Station 화장실을 재개방하게 된다. 이 일은 뉴스로 까지 나왔는데, 평범한 지하철 역의 화장실 얘기였다면 뉴스거리가 안 됐겠지만 이곳의 사정을 이해하는 사람에겐 굉장히 큰 뉴스인 셈이다.)


Powell St. Station 지상에 있는 케이블카 반환점에는 탑승을 기다리는 관광객이 엄청 많은데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노숙인들도 간혹 볼 수 있다. 두어 명 정도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관광객들을 직접 해코지하지는 않지만 약에 취한 건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큰 소리로 얘기하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케이블카 티켓을 사기 위해 잠시 아내와 세은이랑 떨어져 있었는데, 그들 중 하나가 내 앞으로 나타나더니 초점 흐린 눈으로 뭔가 말하기 시작한다. 뭔가 잘못 걸렸다는 생각에 나는 기지를 발휘해서 한국말로 대답했다.

"네? 왜 그러세요?"

그랬더니 내가 영어를 모른다 생각했는지 인상을 찌푸린 그 노숙인 할아버지는 아주 큰 소리로 또박또박 내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Ah, You don't speak English! Are you a f***ing alien? or a monkey?"

그러더니 그냥 홱 가버린다. 외계 은하나 동물원에서 온 게 아니라고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흠...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자마자 주변을 돌아봤더니, 아무도 못 본 것인지 사람들은 그저 무심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 역시 당혹스러웠다. 누구에게도 도움받을 수 없는 이곳에서 시비라도 붙었으면 정말 곤란할 뻔했다. 다행히 아내와 세은이는 보지 못한 눈치이니 뉴욕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아내에게 굳이 이 일을 말하지 말아야겠다. 험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언덕을 넘어 다니는 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의 도심과 항구지역 사이에 있는 높은 언덕은 과거 큰 교통 장애물이었다고 한다. 골드러시 이후 인구가 급증하게 되면서 두 지역의 연결이 중요해지고 이동 편리와 안전(경사로 마차 사망사고 등이 발생)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이 언덕엔 19세기부터 케이블카가 설치되었고 지금은 그야말로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주요 관광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흔히 상상하듯 케이블이 차랴의 지붕에 연결된 게 아니고, 차량의 바닥에 연결된 형태라서 얼핏 보면 이게 정말 케이블카가 맞나 싶다. 케이블카는 도로에 설치된 철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철로 사이에는 땅에 홈을 파고 매설된 케이블이 있어서 차량은 이것을 붙잡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는 케이블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케이블 매립형은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라 실익이 크지 않아서 기존에 설치된 다른 도시에서는 일찌감치 운영 중단이 되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민운동을 통해 역사 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까지 지정되면서 지금껏 살아남게 되었다고 한다. 여타 교통수단이 잘 발달된 지금은 더 이상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의 탈 것으로 남게 되었다.


유니온 스퀘어에서 관광 동선을 생각하면 도심에 있는 Powell St. Station에서 항구 지역인 Fisherman's Wharf(Powell-Hyde Line)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간은 20분 정도 걸리는데 편도 티켓이 $8로 다소 비싼 편이다. (케이블카 포함 Unlimited 1 Day Muni Pass는 $24)

종점인 Powell St. Station에는 항상 관광객들이 케이블카 반환점을 빙 둘러서 길게 줄을 서 있다. 기다리는 것만 30분 정도? 사람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반환점에는, 바닥에 나무 회전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케이블카가 여기에 올라서면 직원들이 직접 회전판을 손으로 돌려서 케이블카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볼 수 있다.(철로가 단선이기 때문) 오래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은 볼거리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힘들어했던 세은이가 냉큼 뛰어서 올라탄다.

(왼쪽) 케이블카의 도심쪽 종점인 Powell station엔 언제나 긴 줄이 있다. 왼편으로 케이블카가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사람들은 케이블카 외부에 매달려 가기도 한다.
(영상) 종점에 도착한 케이블카는 바닥에 설치된 회전판에 올라서서 방향을 전환한다. 놀랍게도 사람이 직접 돌리는 방식이다.

케이블카가 출발하고 유니온스퀘어를 지나자 굉장히 가파른 언덕이 나타난다.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언덕이 심한 곳이다. 눈이 안 오는 곳이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겨울엔 다닐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도 샌프란시스코 언덕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처음 보는 풍경이어도 상당히 낯익다.

케이블카는 좌우로 문 없는 개방형이라 시원한 느낌이 든다. 달리는 내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고 외부에 사람들이 매달려서 가기도 하는 정말 옛날 스타일 그대로다.

가파른 언덕에 감탄하고 '어디서 봤더라' 싶은 옛날 영화를 떠올리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종점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두 내린 뒤 잠시 기다려서 케이블카 명당자리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다음 목적지로 간다. 바닷가 항구로 가는 길마다 관광객이 가득하다.


Fisherman's Wharf & Pier 39

어부의 부두라는 뜻을 가진 Fisherman's Wharf를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어민 수산시장'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이곳은 과거에 어항(漁港)이었지만 세월이 지나 대부분의 어부들이 어업규제를 피해서 다른 곳으로 떠났고 이제는 시장만 남은 관광 테마 지역이 되어있다. LA의 산타모니카 Pier와 비슷한 성격의 장소지만, 이쪽이 훨씬 큰 데다 분위기가 좀 더 가족적이라 훨씬 맘에 든다.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 놓은 Fisherman's Wharf에는, 바다를 향해 돌출된 부두인 Pier들이 여러 곳인데 관광객들은 주로 45번과 39번을 찾는다.

(왼쪽) Fisherman's Wharf와 Pier의 위치. Wharf는 해안을 따라 수평으로, Pier는 해안에 수직으로 짓는 구조이다. (오른쪽) 입구의 게 조형물

Fisherman's Wharf에선 길을 걷다 보면 게 동상, 게 조형물 등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여기가 한때는 게를 주로 잡던 곳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어업과 거리가 멀어진 지금은 이곳을 상징하는 동물이 따로 있으니 바로 Pier 39에 있는 '바다사자'다. Pier 39의 서쪽 구역에는 수십 마리의 야생 바다사자들이 바다 위 구조물에 올라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짖어대는 소리도 워낙 시끄러워서 보지 않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녀석들이다. 수십 년 전 캘리포니아 지진(Loma Prieta, 1989)이 발생한 이후부터 바다사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데 그 이후 환경조성을 잘해서 여태껏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바다사자가 반겨주는 Pier 39는 다른 Pier들에 비해 굉장히 넓고 식당과 쇼핑거리, 놀이기구까지 설치되어 있다. Pier의 끝까지 가면 금문교까지 보이니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우리는 한참을 구경하다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빵집 'Boudin'에 들어가서 점심으로 'Bread Bowl Clam Chowder'를 먹었다. 속을 파낸 빵에 보스턴이 유래인 조개수프(Clam Chowder)를 담아서 먹는 건, 샌프란시스코가, 특히 이 빵집이 원조라고 한다. 먹는 방식이 특이해서 그렇지 맛은 뭐 이미 알고 있는 맛이다.

피어 39의 각종 볼거리들 (왼쪽) 부두위의 바다사자 (가운데) 놀이기구들 (오른쪽) 사워도우 빵에 담아먹는 조개스프인 클램차우더. @Boudin Barkery

Pier 39의 끝까지 걸어가서 바다를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금문교와 알카트라즈 섬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간이 많다면 다리 바로 앞까지 직접 가 볼만한 곳이지만, 우리는 하루밖에 시간이 없으니 Pier 41번에서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기로 했다.


유람선(pier 41)을 타고 돌아보는 금문교, 알카트라즈

금문교, Golden Gate Bridge는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부유한 휴양도시인 소살리토(Sausalito, CA) 사이에 놓여 있다. 1930년대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깊은 수심, 안개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4년이나 넘게 걸려 완성한 미국 대표 건축물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금문교를 건널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도시를 나갈 때는 톨비가 없고, 소살리토 쪽에서 남쪽인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올 때만 톨비($10.75)가 있다. 이 다리는 미국 내에서도 통행료가 비싼 편에 속하지만 우리가 시간만 충분했다면 기념 삼아 다녀올 법도 한데 어쩔 수 없이 바닷바람 맞으며 배에서 구경한다.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 추억도 되고 재미도 있다.

(사진) 유람선을 타고 지나는 Golden Gate Bridge. 사진 왼쪽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오른쪽의 휴양도시인 소살리토를 이어준다.
(사진) 유람선에서 본 Alcatraz 섬. 이 섬은 오랫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섬을 방문하는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작은 섬, 원래 '바다새의 섬'이라는 뜻인 알카트라즈(Alcatraz Island)는 연방정부 소유의 감옥으로 악명 높은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감옥섬으로 여러 영화에도 나온 곳이다. 하지만 이 섬이 실제로 감옥으로 사용된 것은 30여 년에 불과하고 그 이후 일반 공원으로 전환된 지도 무려 약 6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젠 그냥 관광객을 위한 공원이다.


이 섬에 대해 내가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 중 하나는, 감옥이 폐쇄된 1960년대 이후 알카트라즈가 아메리카 원주민 권리 회복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운영비 문제로 연방정부가 알카트라즈를 더 이상 감옥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원주민 단체는 100여 년 전 미국 정부가 원주민과 체결한 조약을 근거로 섬을 원주민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무려 19개월 동안이나 섬을 점거하며 주장을 이어갔다는데, 당시 활동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알카트라즈에는 그 당시 시위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도 매년 두 번(Thanksgiving day, Indigenous people's day)씩 원주민 단체 주최로 알카트라즈 일출을 보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가 탄 유람선은 알카트라즈를 한 바퀴 돌고 나서 Pier 41로 돌아간다. 우리 유람선에서. 알카트라즈 내부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보이기에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항구 주변 볼거리들 - pire 45

Fisherman's Wharf에 있는 피어들 중에 Pier 45에도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데 2차 대전에 참전했던 군 수송함(S.S. Jeremiah O'Brien)과 잠수함(U.S.S. Pamoanito)이 바로 그것이다. 군함들은 유료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고 바로 옆 육지 쪽에는 2차 대전 당시를 설명하는 무료 안내소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은 해군 조선소가 여럿 있어서 2차 대전 군수물자 지원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그 당시 태평양 연안 조선소에서 건조된 배들은 주로 태평양에서 일본 해군을 상대했지만 파나마 운하를 통해 대서양으로 이동하여 유럽전선에 배치되기도 했다고 한다. 바깥에 있는 커다란 수송함은 무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던 베테랑이란다. 설명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U-boat 공격을 당하더라도 보급이 지속되어야 했기 때문에 물량에서 압도하기 위해 수송선을 5일에 한 척씩 완공했다는 기록이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미국이다.

당시 물량 전에서 압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군함을 생산해야 했고 그 덕에 열등한 위치에 있던 여성 노동자의 권리가 점차 남성과 대등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있고 관련 포스터는 꽤나 익숙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되기까지는 이런 과정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은이가 여성공 포스터 얼굴에 자기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세은이가 커서 이런 역사를 이해할 날이 언젠가는 오면 좋겠다.

(왼쪽) 노르망디 작전에 동원되었던 군 수송함 (가운데) 2차대전 역사에 대한 작은 박물관. (오른쪽) 여성 노동자 권리를 상징하는 Rosie the Riveter.
(오른쪽) 고전 오락실인 Musée Mécanique.

Pier 45 입구에는 2차 대전의 기록 외에도 프랑스어로 된 옛날 오락실(Musee Mecanique)이 있어서 세은이의 관심을 끌었다. 내 나이보다도 오래되어 보이는 오락기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며 관광객들의 동전을 걷어들이고 있다. 세은이는 요즘 게임, 아내와 나는 나 조차도 처음 보는 고전 게임에 빠져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Fisherman's Wharf 입구에는 Sourdough(발효빵)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로컬 빵집인 'Cafe Boudin'의 플래그십 매장이 있다. 밖에서 빵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고, 실내에 바구니에 담긴 빵들이 천장 레일을 타고 다니는 것도 재밌는 볼거리다. Fisherman's Wharf에 있는 가게랍시고 빵과는 아무 관계없는 게 모양 모자를 파는 것도 웃기다.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서 나왔다.

(왼쪽) Cafe Boudin 본점 전경. 건물 바깥에서 빵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구조다. (오른쪽)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린 동물 모양 빵들
디즈니의 추억 Lombard Street.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며

어젯밤엔 찾지 못했던 차를 Fisherman's Wharf에 있는 렌탈점에서 찾아 나오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차를 몰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세은이가 보고 싶어 했던 Lombard Street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Inside out'에서 주인공 라일리가 이사 오는 장면에 나오는 곳. 그 외에도 많은 영화를 통해 봤던 급경사의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 되는 거리다. 일방통행인 이 길의 입구(일방통행이다.)는 급경사 높은 언덕 위에 있는데, 완만한 경사의 뒷길을 따라 도착해 보니 입구 주변 주택가엔 비싼 사설 주차장 안내가 곳곳에 보인다. 우리는 내려서 볼 시간까지는 없으니 그대로 길 입구로 운전해 들어간다.

Lombard Street는 차 한 대 간신히 지날 정도로 굉장히 좁은 길이다. 경사가 30도 정도 되는 언덕이라서 구불구불하게 길을 만들어야 했던 것도 직접 운전해 보니 이해가 된다. 마치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길 바로 옆의 예쁜 집들과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도시 풍경을 한없이 즐기고 싶지만 뒤에도 차들이 오고 있으니 너무 천천히 가면 눈치 보인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집들은 정말 그냥 일반인들의 집이다. 남이 사는 집을 너무 열심히 구경하는 것도 미안하고 부담되는 일이긴 하다. (실제로 이곳의 집들은 over tourism 문제로 Lombard Street 통행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려고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은이에게 '라일리'와의 추억을 선물하고 우리는 이제 정말 다음 장소로 향해야 했다.

(영상) Lombard Street 내려가는 길. 모두가 사진을 찍으며 간다. 길 옆은 모두 일반 주택이다. 조용히 지나가자.


'San Jose, CA : 새너제이의 중심에서 산호세를 외치다'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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