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 미 서부 한인 패키지 투어 - 그랜드 캐년

여행 15 (7/8) November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Grand Canyon, South Rim에 있는 Yavapai view point에서 바라본 협곡의 모습. 이 지점에서 사진 속 지평선 너머에 있는 North Rim까지 이르는 협곡의 폭은 무려 20km에 달한다. 깊이가 2km에 달하는 절벽에는 수억 년에 걸친 퇴적/침식의 역사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절대 고요의 사막 Death Valley'에서 계속

(사진) 9일간의 전체 여행 일정 - 6일 차 : Grand Canyon & Antelope Canyon

미국에서 동부에 사는 사람이 서부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이미 엄청 무리한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일정을 짜면서 비행기나 호텔에 돈도 많이 쓰게 되니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게 된다.

우리가 들르기로 한 장소마다 전부 며칠씩 천천히 보아야 할 곳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니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진 것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했던 8박 9일의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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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아내에겐 라스베가스에서 피자값을 따내는 행운이 함께 했건만, 애초 도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녀는 한탕의 요행보다는 보다는 자연관광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다음 일정은 라스베가스에서 떠나는 현지 한인 가이드 투어였다.

라스베가스는 애리조나와 유타에 있는 콜로라도 고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미국 대자연의 결정판인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으로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그래서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는 각종 캐년투어, 사막투어 등이 많은데 한국인 그룹투어 역시 굉장히 많이 있다. 아무리 여기가 캐년지역에서 가깝다고는 해도 유명한 장소들을 혼자 스스로 다 가보기엔 너무 먼 여정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1박 2일 미국 서부 4대 캐년 완전 정복'이라는 대담한 이름을 달고 있던 한인 그룹투어를 미리 예약했다. 한인 가이드가 운전하는 작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으로 숙박비와 2끼 식사를 포함, 한 사람당 35만 원 정도다. 이제껏 가이드가 딸린 패키지 관광을 다녀본 적 없는 우리에겐 이것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사진) 새벽 3시에 떠나는 라스베가스 호텔. 현지 한인투어는 버스가 새벽에 각 호텔마다 찾아가 사람들을 태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Day 6-1 : 패키지 투어로 맛만 보는 Grand Canyon, Arizona

그랜드 캐년 한인투어 - "[거품 NO, 고급차량] 1박 2일 4대 캐년 완전 정복"

출발하는 날, '완전 정복' 투어 버스의 우리 호텔 픽업시간은 무려 새벽 4시였다. 첫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까지 아무리 차로 5시간 가까이 걸린다고는 해도 너무 이른 기상시간이다. 역시 패키지 관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에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프런트에 짐을 맡겨 놓았다. 투어 차량에는 큰 짐을 실을 수 없다고 해서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이런 식의 투어를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행히 대부분의 호텔에서 체크아웃 후 짐 보관서비스를 하고 있다. 원하면 며칠 동안 맡길 수 있는데 물론 무료는 아니고 게다가 팁도 줘야 한다.

(호텔에 하룻밤 짐 맡기는데 가방 하나에 $20이다. 호텔 외부에 있는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조금 더 저렴하지만 우리는 동선과 시간의 제약으로 호텔에 맡기는 걸 택했다.)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약속된 시간에 투어차량이 왔다. 광고 문구와는 다르게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허름한 것까지도 아니고 적당한 수준의 15인승 밴(Ford Trasnsit)이다. 충청도 말씨의 중년 아저씨가 혼자 내린다. 1박 2일 동안의 가이드인 Aiden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타니 아무도 없다. 우리 호텔이 픽업 첫 순서란다. 제일 먼저 깨서 나온 게 좀 억울하다. 아직도 한밤중인 이 새벽에 라스베가스 스트립 호텔들을 돌면서 한 팀씩 태운다. 45분쯤 걸려, 사람이 다 타자 빈자리 없이 완전히 가득 차서 투어차는 자리가 꽤나 비좁다. 자, 이제 정말 투어 시작이다. 도시를 빠져나가, 아직도 어두운 길을 달려간다.

2시간쯤 지났을까? 이제 막 해가 뜬 시점에 어느 시골길 휴게소의 맥도널드(Kingman, AZ)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다. 이제껏 미국 살면서 이 시간에 맥도널드에 온 것도, 아침 식사를 맥도널드로 하는 것도 처음이다. 물론 이른 아침에 이런 시골길에서는 딱히 다른 선택이 없긴 하다.


오늘 워낙 새벽에 나온 탓에, 1박 2일간 여행을 함께 떠나는 투어 동료들과 이제야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엔 나 같은 아저씨가 낄 자리는 없어 보이고, 가족끼리 온 팀이 하나 있는데 세은이 나이 또래 딸 둘이 있다. '오! 럭키!' 이런 행운이 있나. 그 집에서도 우리가 반가웠으리라. 엄마들끼리 인사도 하기 전에 성격 급한 세은이가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다. 엄마 아빠랑 다니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을 테니... 여행동안 아이들끼리 잘 지내면 좋겠다.

그렇게 잠깐 쉬고 좁은 버스 자리에 다시 올라탄다. 아침식사로 기운을 차린 사람들은 서로 대화도 나누고, 자기소개도 하고, Aiden의 우스개 섞인 설명도 들어가면서 다시 남은 3시간 거리의 먼 길을 간다.


그렇게 달려서 찾아간 우리의 첫 목적지는 그 이름도 유명한 Grand Canyon National Park다.


수억 년의 시간이 기록된,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 - Grand Canyon

몇 달 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봤던 'Grand Canyon of Yellowstone'은 말도 안 되게 깊고 웅장한 협곡이었다. 황금빛 절벽과 거센 폭포가 엄청난 곳인데도 여기를 그냥 Grand Canyon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게, 애리조나의 ‘그냥 Grand Canyon’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호기심이 들어서 공부를 좀 해봤다.

(사진) 강을 따라 형성되어 길이가 450km도 넘는 Grand Canyon National Park. 대부분의 관광객은 접근이 용이한 South Rim으로 방문하게 된다.

그랜드 캐년은 평균고도 2,000m, 한반도 크기의 1.5배나 되는 콜로라도 고원(Colorado Plateau)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기후는 사막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건조한데, 서쪽인 태평양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습기를 잃어버리는 게 주요한 이유다. 게다가 동쪽으로는 록키 산맥이 가로막고 있으니 습기가 들어올 수 있는 다른 유입 경로도 없다. 그 때문에 콜로라도 고원에는 메마른 공기만 남게 되고 고도마저 높아 강우량이 적으니 울창한 숲도 없어서 메마르고 황량한 환경이 형성된 곳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수억 년간의 퇴적과 침식이 누적되면 그 과정이 고스란히 지형에 기록되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특별한 곳은 록키산맥에서 흘러오는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의 결과로 생긴 깊은 협곡, 바로 그랜드 캐니언이라 할 수 있다. 그랜드 캐년은 동서 폭이 200km가 넘는데 콜로라도 강을 따라 길이를 재면 450km에 달한다. 면적으로 치면 제주도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면적 : 옐로스톤 > 그랜드캐년 > 요세미티)


어마어마하게 광활한 그랜드 캐년이지만 여행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네 곳뿐이다. 남쪽의 사우스 림(South Rim), 동쪽의 데저트 뷰(Desert View, East Rim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북쪽의 노스 림(North Rim), 그리고 원주민 보호구역에 속하는 웨스트 림(West Rim).

대부분의 관광객은 사우스 림으로 방문하게 된다. 라스베가스나 피닉스 같은 대도시 연결 도로 사정이 좋고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겨울에 폭설로 도로가 폐쇄되는 일이 많지는 않아서라고 한다. 그에 반해 북쪽의 노스 림은 주변 도시가 별로 없어서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고도가 높은 곳이라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폐쇄된다고 한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인 웨스트 림은 국립공원 구역이 아니라서 입장료(한 사람당 $99)도 따로 내야 하는 곳으로 관람 분위기도 꽤나 달라 보인다. 예능 방송에도 몇 번 봤었던 300m 절벽 위의 유리 다리인 ‘스카이워크(Skywalk)’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완전 정복 투어'는 새벽부터 5시간 넘게 운전한 끝에 드디어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 입구에 도착했다. 드디어 '정복'을 개시하게 되는 듯했다.

(왼쪽) Grand Caynon South Rim 입구. 사람수가 아닌 차량당 입장료를 부과하는데, 일반 차량 1대의 일주일간 유효한 입장료는 $35다.
30분도 채 보지 못한 수억 년의 시간이 새겨진 대자연의 기록 - Yavapai Point, Grand Canyon

모든 미국인의 휴가 시즌인 추수감사절이라 입장을 기다리는 차가 많다. 한참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매표소 직원은 Aiden에게 "투어 가이드인가요?"라고 묻고 Aiden은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리곤 일반차량 입장료 $35를 결재하는데 아내는 그걸 보더니 내 귀에 '역시 이럴 줄 알았어'란다. (패키지 투어 관행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


입구를 지나고도 오르막 길을 15분 정도 더 달리니 드디어 전망대(Yavapai Point, 이곳에 살던 원주민 부족 이름)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좁은 차 안에서 오랜 시간 구겨져있다가 보니 여기저기 어구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11월 말에도 따뜻했던 라스베가스와는 달리 여기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확 몰아친다. 세은이에게 얼른 겉옷을 입혔다.

Aiden은 내리자마자 다음 일정에 늦어선 안된다는 걸 매우 강조했다. 자신이 그곳을 어렵게 예약했고 시간을 못 맞추면 아예 취소가 된다며, 여기서는 사진 포인트를 알려줄 테니 그곳에서만 구경하고 빨리 나와야 한다고 한다. Aiden이 재촉하는 모습에 아내는 살짝 불편한 표정이다. 어쨌든 출발이다. 차 안에 오랫동안 갇혀있던 세은이와 부산 꼬마 아이들은 그새 친해졌는지 지들끼리 신이 나서 앞서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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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Yavapai Point에서 바라본 Grand Canyon. 바로 아래는 1km가 넘는 낭떠러지인데도 보호 난간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사진) 그랜드 캐년의 모습. 콜로라도 강 줄기를 따라 깊은 협곡이 형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색의 퇴적층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랜드 캐년은 워낙 거대한 곳이라 주차장에서 나와 둘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장관을 볼 수 있다. 막상 와보니 그 이름 그대로 ‘그랜드’한, 대자연의 조각 작품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그랜드 캐년이 있는 콜로라도 고원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지표면에 수분이 적고, 그 덕에 땅이 단단한 채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을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은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만을 파고들고 침식하면서 하천을 발달시켰다. 또한 강수량이 적은 고지대인 데다가 록키산맥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콜로라도 강의 계절별 유량 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깊은 뿌리를 내리는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다. 뿌리가 얕은 식생만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토양이 쉽게 유실되므로, 하천의 침식과정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협곡은 깊고 좁고 구불구불한 형태가 된다. 바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수억 년 동안의 퇴적과 침식의 결과는 협곡 절벽면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쌓인 퇴적층은 아주 넓은 영역에 걸쳐 단절된 곳 하나 없이 균등하고 뚜렷하게 색이 구분되어 보인다. 퇴적층마다 단단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위에서 보면 풍화 및 침식 형태가 계단 모양으로 생긴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리 교과서에서 글로만 배웠던 것들이 그대로 실재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랜드 캐년을 남북으로 걸어서 건너는 여행 코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면(북쪽)으로도, 좌우(동서)로도 골짜기가 이어져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가 서 있는 사우스 림에서 맞은편 너머에 북쪽 입구인 노스림이 있을 테지만, 지평선 너머로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우스 림에서 노스 림까지 직선거리는 약 20km, 제주시청에서 서귀포시청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은데, 빠르면 12시간, 보통은 1박 2일 일정으로 중간 지점의 숙소를 예약하거나 캠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여름철이 되면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도전 과제로 인기가 많아 숙소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라 하고 남북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있어, 왕복으로 걸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랜드 캐년을 직접 걸어 건넌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전이지만,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 여행객인 우리로서는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 같은 겨울에는 노스림으로 가는 길이 얼어서 폐쇄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


바위 끝에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의 2km에 달하는 아찔한 절벽이 펼쳐져 있고, 멀리엔 사람들이 다니는 트레일도 보이는 것 같다. 저런 길을 따라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짜릿하면서도 엄청난 고생일 테지.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망설여지는 데... 나 혼자라면 해볼 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절벽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벽을 타고 올라오는 강풍에 가만히 서 있기 조금 어려울 정도다. 난간 하나 없는 낭떠러지라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데,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아내는 가까이 가질 못하고 있다. 세은이는 그런 엄마를 놀리며 한층 더 즐거워한다. 개구쟁이 우리 어린이는 효녀까지는 못 되는 모양이다.

(영상) Yavapai Point에서 둘러본 Grand Canyon. 트레일을 따라 협곡의 건너편으로 걸어가는 데는 넉넉히 3일은 필요하다.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Aiden은 한 팀씩 불러서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랜드 캐년을 처음 온 사람들이라서 다들 들뜬 분위기인데 그에 반해 Aiden의 표정과 말투에는 사뭇 초조함과 짜증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렇게 투어로 온 사람들은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좀 야박하다.

그렇게 사진 찍고 구경한 지 30분이나 지났을까? 우리는 서둘러 버스에 올라야 했다. 발길을 돌리기 직전, 운 좋게 협곡 아래에서 솟아오른 독수리 한 마리를 보았지만 아내의 꽤나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세은이와 부산에서 온 아이들이 금세 친구가 되어 신나게 웃고 떠들며 앞서 가는 모습이었다.

Aiden은 그랜트 캐년에 한 시간도 채 머물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에게 미안했는지, 이동하는 내내 다음 장소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지만, 아쉬움까지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미 서부 한인 패키지 투어 - Navajo Nation'으로 계속


(사진) 협곡 아래에서 솟아 오른 독수리 한 마리가 그랜드 캐년 하늘을 날고 있다.

알고 보면 호구되는 그들의 비즈니스, 차라리 솔직하게 더 받아갔으면.

라스베가스 한인 투어 대부분은 온라인 예약 시 숙소, 식사, 차량 비용 등을 원화, 1박 2일 기준 1인당 30~40만 원을 결제하여 예약을 확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 투어를 가보면 예약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필수에 가까운’ 불포함 옵션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일정 대부분이 옵션 투어여서 예약 시 지불한 금액만으로는 이동과 숙박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옵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비용 계산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옵션 비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공원 입장료’인데, 대부분의 한인 투어에서는 미국 국립공원 입장 시 내는 ‘차량당’ 입장료를 투어객들에게는 ‘1인당’으로 책정해 부과한다. 그 결과 실제 입장료와 고객이 낸 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액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가이드가 챙기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이번 투어에서 그랜드 캐년에 갔을 때, Aiden은 자신이 투어 가이드가 아니라며 거짓으로 답해 일반 차량 입장료인 $35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이미 일행 15명으로부터 1인당 $10씩, 총 $150를 입장료로 이미 걷어 두었기 때문에 그랜드 캐년에서만 $115달러의 초과 수입을 챙긴 것이다.


나는 고생 많은 Aiden이 가이드 수당을 받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더 냈다, 덜 냈다”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현지 제도를 잘 아는 사람이 관광객에게 고의로 잘못된 계산법을 적용해 차액을 챙기는 행위는 분명 기만적이다. 게다가 그랜드 캐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같은 기법(?)이 반복됐으며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관광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나처럼 알아도 당하는데...)

게다가 이런 과금 구조는 관람지가 늘어날수록 가이드의 초과 수입을 키우는 방향이기 때문에 가이드는 일정 내 최대한 많은 장소를 끼워 넣게 되고 결국 여행객은 이유도 모르고 쫓기듯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그랬던 것처럼.


이런 식의 투어 방식은 여행이 끝나고 나서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우리는 온라인 예약 시 1인당 35만 원을 결제했지만, 옵션 명목으로 현장에서 Aiden에게 1인당 $150달러를 현금으로 추가 지불했다. ‘35만 원짜리’는 실제로 1인당 약 60만짜리였던 셈이다. 추가금이 선불금의 60%에 달하는데 이걸 '추가 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겉으로는 저렴해 보이게 꾸며 놓고, 현장에서는 부풀린 비용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이런 고전적인(?) 관광 운영 행태. 차라리 예약 단계에서 모든 비용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가 지출을 최소화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투어 업체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만, 현지 가이드는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결국 이런 운영 구조가 굳어진 게 아닌가 싶다.

모든 패키지 투어가 다 이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는 40만 원 아래의 1박 2일 상품들만큼은 시작부터 거짓말로 포장돼 있다고 아주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런 거짓말을 통해 거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라스베가스까지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1인당 60만 원이라고 해도 기꺼이 투어를 선택할 텐데 말이다. 라스베가스 출발하는 한인 투어 중에 그렇지 않은 게 있기나 하나?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이런 '기만형 상품'을 선택할 뿐이다.


비용 계산만 제대로 된다면 가이드 비용을 현실화해서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로서 느끼는 이 투어들의 문제는 가격 자체가 아니라, 여행객을 처음부터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호구”쯤으로 여기고 설계한 그들의 비즈니스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나 곱씹어 볼수록 투어 회사도, Aiden도 이 점에서 불쾌하기만 하다.


'미 서부 한인 패키지 투어 - Navajo Nation'으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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