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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진정한 미국의 쇼 : 몬스터 잼 & 로데오

Januray ~ November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Albany MVP Arena에 열렸던 Monster Jam. 유명 스턴트 팀 'Grave Digger' 소속 트럭이 점프 묘기를 시연하고 있다. 앞선 라운드의 물구나무서기 시연 중에 엔진커버가 파손되어 프레임이 노출된 채로 달리고 있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추억의 기록 & 정보의 공유를 위해 Albany 주변의 공연, 스포츠 경기, 이벤트 등에 대해 4편에 걸쳐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 어른이 된 70년대생 소년의 WWE 직관기 2/4에서 계속


2. MVP Arena @Albany, NY (계속)

한국에 올 뻔(?) 했던 Monster Jam을 Albany에서 보게 되다.

몬스터 잼(Monster Jam)은 개조된 픽업트럭으로 각종 묘기를 부리며 경쟁하는 묘기 레이싱 공연 중 하나다. 참가하는 트럭의 베이스는 미국 일반 가정에서 아빠들이 많이 타는 픽업트럭(Silverado, F-150 등)이지만, 말 그대로 괴물처럼 개조를 하는데 특히 엄청난 크기의 바퀴가 특징이다. 그야말로 미국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몬스터 잼 투어는 1년 단위로 미국 전역과 해외 일부를 순회하면서, 팀별로 묘기 경쟁을 하고 승리 포인트를 모아서 시즌 끝에 챔피언을 겨루는 결승전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 2017년 세은이가 아주 어릴 때,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투어가 열릴 뻔했는데 막판에 취소되어서 살짝 아쉬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세은이가 '꼬마버스 타요'나 '터닝 메카드'같은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서 그걸 핑계로 한번 가 볼까 했었다. 사실 세은이 핑계로 내가 가보고 싶었던 거였긴 하다.


알바니 MVP Arena에는 매년 몬스터 잼 투어 일정이 있다. 작은 도시 투어라서 챔피언십처럼 중요한 경기도 아닐 것이고 MVP Arena는 실내경기장이라 유튜브에서 보던 것처럼 엄청난 쇼까지는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티켓값이 아주 저렴하지는 않아서 볼만은 할 것 같다. 티켓에 추가 옵션까지 사면 경기 시작 전에 미리 와서 차를 만져 볼 수도 있고 드라이버와 직접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픽업트럭 묘기 쇼라니 진정 미국스러운 이벤트 아니겠는가. 미국 왔으니 보러 가야지. 이제는 아기가 아닌 초등 4학년 여학생이 되어버린 세은이는, 트럭 묘기는 좀 시큰둥 해 하긴 했지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주말에 집에 있는 것보다는 여기 가는 게 낫겠다며 흔쾌히 허락(?) 해주었다.

20220403_144323.jpg (사진) 트럭 경주를 위해 흙이 깔린 MVP Arena와 경기 대기 중인 Monster Jam 트럭들.

농구장이기도 했고 아이스 링크이기도 했고 프로레슬링 경기장이기도 했던 MVP Arena엔 트럭들이 달릴 수 있도록 흙이 잔뜩 깔려 있다. 그리고 관중석 제일 앞자리는 흙이 튀지 않도록 패드를 덮어서 가림처리를 해 두었다. '이래서 앞자리는 아예 티켓을 살 수 없었던 거구나.'

오늘 출전 트럭은 총 6, 한 대씩 소개되어 나올 때마다 폭죽이 터진다. 그중엔 여성 드라이버도 있다. 장내 아나운서는 그동안 코비드 때문에 오지 못했는데, 몬스터 잼 30주년인 올해엔 알바니로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전체 2시간가량이고 1:1 조별 레이싱, 규정 기술 묘기, 프리스타일 대결 등 꽤나 짜임새 있게 짜여 있다.


귀마개가 필수였던 Monster Jam. "This is America."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트럭들의 엄청난 소리가 심상치 않다. 뒷자리 꼬마는 이미 자기 얼굴만 한 귀마개를 끼고 있다. '이래서 입구에서 귀마개를 팔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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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트럭들이 달릴때는 엄청난 굉음을 낸다. 흙도 튀기 때문에 관람석 제일 앞 몇줄은 그냥 비워놓는다. (오른쪽) 몬스터 트럭의 점프 묘기

트럭들이 좁은 트랙을 빠르게 달릴 때마다 흙이 튀어서 관객석으로 사정없이 뿌려진다. 우리가 앉은 곳까지 날아들진 않지만 앞자리 관중석에 보호 패드를 괜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겠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굉음과 휘발유 타는 냄새가 가득하다.

실내 경기장이라 트럭들이 달리기엔 조금 좁아 보이는 데 드라이버들의 실력은 대단한 것 같다. 큰 트럭들이 제자리 회전, 물구나무서기, 공중 뒤돌기 같은 과감한 묘기를 선보인다. 과감한 시도를 하다가 차량 덮개가 깨지기도 하고 차가 전복되기도 한다. 그러고도 잘 달리는 걸 보면 엄청난 개조를 했다보다. 그리고 각 팀의 기술자들이 와서 바로바로 수리하고 경기에 투입한다.

한 게임, 한 게임 끝날 때마다 관객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문자 평가를 부탁하는데, 관중 평가와 심판 평가를 합해서 최종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세은이의 평가를 문자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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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물구나무서기 묘기 중인 몬스터 트럭. (오른쪽) Halftime엔 오토바이 묘기 공연이 있었다.
20220403_141812(1).jpg (사진) 묘기 점프를 하는 오토바이 라이더. 이미 공중을 날고 있는 오토바이의 안장 위에서 라이더가 또다시 점프하는 묘기를 보이고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엔 오토바이 묘기가 있었다. 이 또한 멋진 스턴트 묘기인데 앞서 봤던 트럭들이 텀블링하는 것에 비하면 귀엽게 느껴진다. 오토바이의 귀여운(?) 소음에 잠시 귀가 편안하다.

후반전에도 트럭들의 묘기는 이어졌다. 오늘의 우승은 전통의 강호로 알려진 'Grave Digger'팀이 가져갔다. 경기 내용도 좋고 사람들의 호응도 제일 많았던 팀이다. 아쉽게도 세은이가 좋아했던 여성 드라이버는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모든 순서가 다 끝나고, 트럭마저 빠지고 나서도 선수들은 관중석 앞까지 와서 손을 흔들어 주고 사진의 배경이 되어준다. 팬 서비스가 참 좋다. 팬의 대다수가 어린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선수들도 굉장히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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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공연이 끝나고 관객에게 인사하는 드라이버 (오른쪽) 공연 직후 이동 준비를 하는 트럭들. 공연용 바퀴를 해체해서 일반 바퀴를 달아주고 있다.

몬스터 잼을 보고 온 며칠 뒤, 옆집 Gavin이 마당에서 'Grave Digger' 트럭을 가지고 노는 것을 봤을 때 참 반가웠다. 몬스터 잼 보고 온 덕에 Sarah와 Mark에게 아는 척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돈 값어치는 했다.


3. Cool Insuring Arena @Glens Falls, NY

글렌스 폴스(Glens Falls)는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40분 정도 가야 하는 15,000명 정도가 사는 아주 작은 소도시이다. 이곳은 큰 병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고 The Hyde Collection이라고 하는 지역 거부의 저택을 활용한 미술관이 있다. 조용한 마을이다.

이곳엔 알바니에 있는 MVP Arena의 절반 크기 정도, 한국 프로 농구 경기장 정도되는 실내 체육관이 하나 있다. 'Cool Insuring Arena'. MVP Arena처럼 원래 이름은 Glens Falls Civic Center, 즉 그냥 시민회관이었는데 보험회사인 Cool Insuring에 이름 사용권을 판매했다. 이름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Civic Center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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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우리 집 주변 지도와 극장 목록 (오른쪽) Cool Insuring Arena. 입구
20221029_183230.jpg (사진) 출입구에 줄 서서 대기 중인 사람들. 작은 경기장이라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
뉴욕에서 만나는 서부의 카우보이들 : Adirondack Stampede Rodeo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카우보이야 말로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아닐까? 넓은 초원의 수백 마리 소떼들, 그리고 말을 타고 소를 지키는 카우보이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나중에 서부를 여행하게 되면 꼭 한 번은 카우보이 관련한 뭔가를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부의 오래된 동네는 카우보이하고는 인연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근데 웬걸? 로데오 경기가 글렌스 폴스에 있는 Cool Insuring Arena에 온다는 뉴스를 봤다. 뉴욕에서 로데오라니, 이런 진정한 미국인의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잘 보고나 도서관 수업에나 세은이 학교에 PPT를 보내면 좋을 것 같다.

WWE때도 그랬지만, 과격한 걸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집에 있겠다고 해서 세은이만 데리고 왔다. 강변에 있는 경기장 주차장엔 차가 이미 가득하다. 크지 않은 경기장에서 하는 이벤트인데 사람들이 벌써부터 와서 줄을 길게 서 있네. 로데오가 이렇게나 인기가 있다고? 동부엔 카우보이가 없어서 뉴욕 사람들도 우리처럼 구경 온 건가? 이 동네 살면서 줄까지 서서 들어가 보는 건 정말 처음이다.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고 내부로 들어가니 경기장엔 흙이 덮여있고, 경기장 한쪽에 쳐진 안전망엔 순서를 기다리는 말과 소들이 보인다. 로데오 스태프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관객들도 카우보이 모자 차림이 많다. 입장할 때 하나 살 걸 그랬나? 생각보다 좀 비싼 것 같기도 하고 망설여진다.

20221104_190940.jpg (사진) 로데오 경기 날 공연장 입구에 세워진 초대형 황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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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기 스탭들도 다 말을 타고 다닌다. (왼쪽) 장내 아나운서 (오른쪽) 대기 시간에 스폰서를 홍보하고 있는 카우걸. 후원사의 깃발을 들고 한바퀴 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이벤트가 그렇듯, 로데오도 미국 국가(Star Spangled Banner)를 부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국가를 부르는 가수도 진행자 모두 말을 타고 등장한다. 우리가 정말 로데오를 보러 온 게 맞긴 한가 보다.

다들 일어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있지만, 세은이와 나는 한국 시민권자니까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까지만. 내가 미국 국기에 뭔가를 맹세할 일은 없으니까. 그 대신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말 타고 돌아가는 가수에게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로데오도 몬스터 잼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일종의 투어 경기다. 예닐곱 가지 종목으로 팀별로 승부를 내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쌓은 승점으로 결승을 치르는 방식이다. 로데오 초반 종목인 달리는 말에 올라타거나 (Bronc Riding), 말 타고 장애물 달리기(Barrel Racing) 같은 것들은 그래도 편안하게 볼 만한 것 같다.

20221104_195307.jpg (사진) Bronc Riding를 하고 있는 참가자(사진 왼쪽 아래), 말을 타고 하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점잖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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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Team Roping' 두 명이 소를 쫓아가서 완전 결박 하는 종목. (오른쪽) 'Steer Wrestling' 소에게 뛰어 내리면서 목을 비틀어 넘어뜨리는 종목.

그런데 뒤로 갈수록 몇몇 종목들은 소를 굉장히 거칠게 다루는 것들이어서 좀 걱정이 된다.

특히 'Steer Wrestiling'이라는 종목은 말을 탄 카우보이가 앞으로 도망가는 소를 쫓아가서 뛰어내리면서 양손으로 소의 뿔을 잡아 비트는 게임이다. 목이 꺾인 소는 회까닥 넘어지는데, 이때 걸리는 시간을 재서 점수를 매긴다. 불쌍한 소들은 갑자기 넘어졌다가도 카우보이가 뿔을 놓아주면 곧바로 아무 일 없던 듯 벌떡 일어서서 도망간다. 저러고도 소가 안 다칠 수가 있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 도중에 소 한 마리가 심하게 넘어지더니 끝내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쓰러진 소는 사람들에 의해 곧바로 치워졌고 다른 소로 대체되었다. 세은이는 동물 학대 아니냐며 아주 질겁을 했다.


사실 카우보이는 소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다. 소를 키우는 건 목장주가 할 일이고, 카우보이는 목장주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 '재산'이 도망가지 못하게, 또는 누가 훔쳐 갈 수 없도록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얼마나 빨리, 완벽하게 소를 제압할 수 있느냐가 유능한 카우보이의 덕목이었을 거다. (마찬가지 이유로 도둑들에게 총을 잘 쏘는 것도 중요했겠지.) 그리고 그것은 현재 로데오의 경기 종목이 되었다.

세은이에게 '이건 옛날 카우보이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연하는 거야. 도망가는 소를 잡으러 갈 때 저렇게 했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라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축 쳐진 소가 실려가는 건 세은이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 거다. 사실 나도 모든 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재밌는 건 많았다. 경기 사이사이마다 작은 공연들이 있는데 말을 타고 불을 뛰어넘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피에로들이 나와서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로데오 후원사의 광고 방식도 특이했다. 말을 탄 카우걸이 광고주의 깃발을 들고 트랙을 전속력으로 한 바퀴 도는 것뿐인데 말 타는 실력이 굉장히 좋아서 집중하면서 보게 된다.

20221104_214001.jpg (사진) 세은이가 가장 좋아했던 승마 묘기. '잔인하지 않아서'가 이유였다.
(사진) Rodeo 마지막 순서 Bull Riding. Rider는 소 위에 올라타고 바닥에 서 있는 Bull fighter들은 Rider가 떨어지고 나면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로데오의 마지막 순서는 황소 타기(Bull Riding)였다. 보통 로데오라고 하게 되면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종목. 흔들리는 황소위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일반 소의 덩치 보다 두 배는 더 되어 보이는 황소가 이미 흥분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철문을 들이받고 있다. 그런데 황소 옆에는 중무장한 카우보이들이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걸 타야 하는데 웃음이 나온다고?'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여러 명의 카우보이들이 경기장에 나와서 예의주시 하고 있고 소를 타는 카우보이도 헬멧과 두꺼운 가죽 장갑 같은 각종 보호장구를 했다. 철창에 갇혀 있던 황소의 등 위에 선수가 올라타고 신호를 주면 철문이 열리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압도적인 근육의 황소가 단숨에 튀어나오는데 선수들도 5초 이상을 버티질 못했다. (이 종목의 채점 방식은 일단 8초를 버텨야 라이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날 Bull Riding에서 점수를 받은 Rider는 없었지만 황소의 난폭성 점수가 따로 계산된다. 총점은 황소와 Rider의 점수를 합산한다.)


그야말로 미국의 진짜 예전 모습을 엿볼 수 있던 로데오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세은이는 조금 복잡한 표정이었다. 재미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쓰러진 소가 마음 쓰이나 보다.

'넓은 나라 미국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으니 이 또한 경험으로 기억해 보렴. 그 당시 그곳에 살던 미국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미국에서 스포츠 보기 - 로컬 경기 편 4/4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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