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ray ~ November 2022
(커버 이미지 : MVP Arena에서 열리는 실내 풋볼 Albany Empire와 Carolina Cobras와의 경기. 일반 풋볼 경기장의 절반 정도되는 크기이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추억의 기록 & 정보의 공유를 위해 Albany 주변의 공연, 스포츠 경기, 이벤트 등에 대해 4편에 걸쳐 기록을 남기려고 합니다.
*** 진정한 미국의 쇼 : Monster Jam & Rodeo 3/4에서 계속
**** 미국 스포츠 관련 또 다른 이야기 : 미국에서 스포츠 보기 - 시작 편
미국은 온갖 종류의 프로 스포츠가 있는 나라다. 한국에서도 미국 스포츠를 본 적은 있지만 대개 MLB 야구나 NBA 농구 같은 유명한 리그들 뿐이었다. 막상 미국 와서 살아보니, 그 정도 경기를 보려면 대도시로 가야 하고 돈과 시간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큰맘 먹어야 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저녁이나 주말에 TV로 스포츠를 많이 본다.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TV만 보고 있는 미국 아저씨의 이미지는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고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여기는 그런 곳이다.
만약 MLB나 NBA 같은 메이저 게임만을 찾는 게 아니라면 TV 밖에도 볼만한 게 있다. 미국은 스포츠 저변이 넓어서 다양한 게임, 다양한 리그가 있고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즐길 거리가 많다.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기에 스포츠는 진입 장벽이 낮은 취미다. Mark나 Owen에게 아는 척하고 싶어서 열심히 보려고 했다. 한국사람이 뉴욕에 와서 이런 것까지 보고 있다고...
실내 풋볼 경기 AFL - Albany Empire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단연코 풋볼, 미식축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풋볼이라고 하면, 32개의 프로팀이 있는 압도적 인기의 NFL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NFL이 미국 풋볼의 전부는 아니다. 최고 인기 리그인 NFL 다음의 인기 리그는 대학(NCAA) 풋볼 리그다. 놀랍게도 야구 또는 농구 메이저 리그보다 대학 풋볼이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훨씬 많다. (NFL : 67,000명, NCAA : 39,000명, MLB : 29,000명 나머지는 그 이하) 그 외에 중남부 소도시 중심 마이너 리그인 UFL이나 캐나다 리그 CFL을 간혹 TV중계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풋볼을 본 적은 없지만 미국까지 왔으니 NFL은 꼭 한번 직접 가서 보고 싶다. 미국 사람들이 왜 이것에 열광하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NFL 티켓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꽤 비싼 편이라 그 기회가 아깝지 않으려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돈과 시간을 많이 써서 NFL 직관까지 가는 건데, 경기 룰도 몰라서 어버버 하다가 돌아오면 너무 아쉽지 않겠는가. 풋볼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고 남들만큼 즐기고 와야지. 그러려면 관람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은데 대학리그, 마이너리그등 풋볼 리그는 여러 개 있어도 집 주변에 경기 볼만한 곳은 없다. 이러면 좀 아쉽다.
그런데 MVP Arena 일정을 보다가 실내 풋볼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국엔 두 개의 실내 풋볼 리그, AFL(Arena Football League)과 IFL(Arena 대신 Indoor)이 있는데 주로 NFL의 오프시즌에 경기를 한다. 풋볼 팬들을 위한 NFL 대체재라고 할까? 역시 이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AFL팀 중에 'Albany Empire' (현재는 Albany Firebirds로 변경됨)는 MVP Arena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이거라도 직접 가서 봐야겠다. 일반 풋볼이랑 좀 다르겠지만 분위기라도 보면 좋겠지?
세은이랑 아내는 풋볼은 커녕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어서 이번엔 혼자 가기로 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모든 걸 다 같이 할 수는 없지. 아쉬움 반, 고마움 반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남편을 이해해 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조금 더 크다.
실내 풋볼 Albany Empire의 개막전 직관
예약을 하고 보니 때 마침 시즌 개막전이다. 잘 됐네. 재밌겠다. 도착해 보니 경기장 앞 도로를 막고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길 한복판에 세워진 무대에선 밴드가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Bon Jovi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 미국은 아직도 Living on a prayer(1986)라니.' 사람들은 맥주 한잔씩 들고 고전(?) 음악을 즐기고 있다. 이런 거 보면 미국도 참 변화가 느린 사회 같다.
AFL 경기는 몬스터 잼 때보다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은 몸을 풀고 아이들은 펜스 앞까지 쪼르륵 몰려가서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스코트와 치어리더가 공연을 하고, 잠시 나갔던 선수들이 경기장에 다시 입장하자 홈 팬들의 열렬한 환영이 쏟아진다. 그러고 나서 너무도 당연히 미국 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존중을 표했다.
오늘의 상대는 Carolina Cobras다. 경기장 크기가 일반 풋볼장의 절반 정도여서 일반 풋볼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경기장의 물리적 거리가 짧다 보니 한번 수비가 한번 뚫리면 금세 득점이 된다. 초반엔 양 팀 모두 백중세다.
직접 와서 알게 된 풋볼 응원문화도 상당히 재미있다. 풋볼은 공격 팀의 쿼터백이 바닥에 놓인 공을 건네받는 것(snap)으로 플레이가 시작된다. 쿼터백은 공을 받기 직전에 암호로 된 작전 내용을 선수들에게 전달하여 공격 지휘를 하는데 멀리 있는 선수도 듣게 끔 크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관중들은 홈 팀이 공격할 때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있다가 원정팀이 공격하면 함성을 크게 지르고 있다. 상대팀 쿼터백의 공격 지시를 방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가 공격할 때, 우리 팀 수비수들은 모두가 큰 소리를 질러달라고 독려한다. 굉장히 재미있다. 목이 금방 쉴 것도 같다.
일단 터치 다운이 되면 아이들은 선수가 있는 쪽으로 몰려간다. 선수들은 꼬마들에게 기꺼이 공을 주는데 저거 하나만 받아도 티켓 값은 될 것 같다. 아이들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NFL에 비하면 아주 작은 리그지만 선수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온 아이들도 여럿이고 나름대로 팬덤이 있어 보인다.
보통의 미국 스포츠답게 작전 타임 같은 걸로 경기가 잠시 멈출 때마다 치어리딩을 보여주고 하프타임엔 관중 참여 행사를 한다. 아저씨들이 세발자전거도 타고 아이들이 달리기 경주도 한다. 상당히 가족적인 게 흐뭇하다.
"한국에서 이거 보러 혼자 왔다고?" 그리고 내게 말을 걸어 준 뜻밖의 이유
내가 혼자 앉아서 경기를 보고 있노라니, 아까부터 앞자리에서 나를 힐끗힐끗 보던 아저씨가 말을 건다.
"헤이~ 경기 혼자 보러 왔어요?."
"네. 여기 처음 왔는데 볼만하네요. 저는 한국에서 와서 풋볼을 잘 몰라요."
아저씨는 꽤나 놀란 눈치였다. 내가 예상 밖의 답을 했나 보다.
"한국에서 이걸 보러 왔다고? 그것도 혼자? 뭘 보려고 왔어요?" (What brought you here today?)
아저씨의 놀란 표정이 재밌어서 좀 길게 설명해 주었다.
"이걸 보려고 미국까지 온 건 아니고, 일 때문에 2년 동안 살려고 왔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풋볼 좋아해서 나도 한번 보려고 왔어요. 아이랑 아내는 싫어해서 저 혼자 온 거고, NFL이랑 다르다는 건 아는데, 그냥 분위기 느껴보려고 왔죠. 오늘이 내 인생 첫 풋볼 경기예요. 한국에는 풋볼이 없어요."
내 말에 정말 놀랐는지 갑자기 말투가 친근한 반말 느낌으로 변한다. 좀 알아듣기 어렵다.
"우와. 너 미쳤구나. 겁나 쿨한데. 난 여기 시즌권이 있어서 매번 와. 알바니 애들 원래 잘하는 애들인데 오늘은 좀 지랄 맞네. 질 것 같다."
옆자리 친구에게도 내 얘기를 한다. "쟤 이거 보러 한국에서 왔대. 겁나 쩔어." 나는 손을 들고 웃어주었다.
이 쿨한 친구는 경기 중간중간 내게 말을 걸어주고 AFL 경기와 홈 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진짜 팬의 설명을 들으니 꽤 재미있다. 아마 그 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재밌는 사람이었겠지?
후반으로 접어든 경기는, 원정팀은 연속으로 터치다운을 따내는데 반해, 홈팀은 비교적 쉬운 킥 득점도 놓치는 등 홈팀의 패배로 기울고 있다. 아저씨들은 스포츠에 진심이라 플레이마다 탄식과 비난을 내지르곤 한다.
4쿼터를 2분 남기고 게임이 잠시 중단되었는데, 이때 치어리더들이 T-Shirts Gun으로 관중석에 선물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이 친구가 나에게 보였던 관심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실, 삼촌이 한국전쟁 갔다 왔거든. 그래서 널 만난 게 좀 웃기다고 생각했어. 저 티셔츠 받으면 너 줄게."
"오!! 내가 고마워한다고 전해줘." "괜찮아, 오래전에 돌아가셨어."
비록 그 친구도 나도 티셔츠는 못 받았지만, 또 홈팀은 큰 점수차로 져서 아쉽긴 했지만 꽤나 유쾌한 경험이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리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 친구에게 한국은 삼촌이 파병 간 나라만이 아니라 풋볼이 궁금해서 혼자 경기 보러 온 친구의 나라로 남았겠지. 나 역시 풋볼을 떠올리면 친절하고 유쾌한 미국 친구와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오르니까.
이 날의 저녁 뉴스 끝에는 짤막한 스포츠 단신으로 오늘의 경기가 요약되어 나왔다. 선수들, 응원하는 사람들, 한국전 베테랑 삼촌이 있던 그 친구의 모습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혼자 살짝 흐뭇했다.
(이후의 이야기 : NFL 직관기 "Let's Go Giants!")
미국 4대 스포츠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를 보러 가자
미국에선 아이스하키를 그냥 짧게 '하키'라고 한다. 미국인들에겐, 하키라면 당연히 얼음 위에서 하는 것이라서 그런가 보다.(일반 하키는 Field Hockey라고 한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리그 종목 중 하나로 인기가 꽤 높은 편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뉴욕에선 동네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 같은 느낌도 든다. 겨울에 호수가 얼면 그 위에서 하키 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학생인 건넛집 Mia네 둘째 아들은 가끔 친구들을 불러다 집 앞에서 하키 슈팅 연습을 하곤 했는데 나는 그 '따악'하는 소리와 남자애들 낄낄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모든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이 그러하듯, 하키도 메이저 리그를 보려면 뉴욕시티로 가야 했다. 뉴욕엔 하키팀이 두 개나 있을 정도로 풍요롭지만 그 모두가 뉴욕시티에 사는 뉴요커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하키 관람은 막연히 언젠가 뉴욕시티에 가면 해보고 싶은 것으로 남겨뒀는데, TV 뉴스를 보다가 글렌스 폴스에 하키 마이너 리그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은이랑 로데오를 봤던 곳이라서 낯익은 곳이다. NHL 팀인 뉴저지 데블스(New Jersey Devils) 산하 마이너 팀인 애디론댁 썬더(Adirondack Thunder)가 글렌스 폴스에 있는 Cool Insuring Arena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곧 시즌 개막전인데도 티켓 가격이 비싸지 않은 수준이어서 바로 예약했다. 이번에도 세은이랑 둘이 간다.
Adirondack Thunder의 개막전 선물 & 특이한 응원 도구
로데오 때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시즌 개막전이라 어린이한테는 유니폼과 응원봉을 무료로 나눠준다. 이런 행운이! 세은이한테 바로 입혀봤는데 꽤 보기 좋고 세은이도 좋아한다.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관중석은 완전히 가득 찼다. 뉴욕 Adirondack Thunder와 매사추세츠 Worcester Railers의 경기, 전광판에는 매진이라고 표시된다.
'우리가 보는 게 이렇게 인기가 있네. 유니폼 선물 때문에 많이 왔나?' 뭐가 되든 기분은 좋다. 운이 좋은 걸.
선수들이 경기 전에 몸을 풀고 있고 아이들은 펜스에 바짝 붙어서 구경하고 있다. 연습하던 선수들은 아이들을 보면 연습하던 퍽(Puck)을 나눠준다. 아, 아이들의 목적은 저기에 있었구나. 선수들이 아이들 중심으로 배려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러면 아이들은 또 하키 보러 오고 싶게 된다. 세은이도 옆에서 열심히 손을 들어봤지만 아쉽게도 받는 데는 실패했다.
연습이 끝나고 정빙기 차량이 얼음을 정리하고 나서,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입장한다. 원정팀은 엄청난 야유를 뚫고, 홈팀은 화려한 불꽃을 헤치고 입장한다.
아이스하키는 각 팀 6명씩 경기를 하고 팀 전체는 20명쯤이다. 경기 시간은 총 60분인데 3 피리어드로 나누어, 각 피리어드 20분씩 뛴다. 중간에 15분씩 쉬니까 대략 2시간쯤 걸리겠다.
경기가 시작되고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이 상당히 놀랍다. 아이스하키를 TV 중계로 한두 번 본 적은 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퍽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맨눈으로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몸싸움도 치열하고 선수들은 경기 중에 수시로 교체된다.
경기가 격렬해지니 싸움이 벌어지려고도 한다. 나에겐 약간 낯선 아이스하키 문화인데, 싸움이 벌어지면 달른 선수나 심판이 말리지 않고 그냥 둔다. 다들 멀리 떨어져 있고 '원 없이 싸워봐라'라고 하는 것 같다. 양 팀에 이런 식의 충돌이 두어 번 있더니 결국 서로 주먹질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두 선수가 힘이 빠질 때까지 치고받고 나서는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고 5분간(고작?) 퇴장석에 갇힌다.
퇴장석은 관중 바로 옆자리여서 그 자리에 앉는 것 자체로 심리적 부담이 엄청날 것 같다. '지금 지는데 왜 싸움질이냐고!!' 또는 '잘 왔어. 니 자리는 원래 여기였어.'이런 비난이나 비아냥의 소리가 퇴장석 근처에서 들리는 것 같다. 선수도 관중도 다들 치열하다.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이 세은이에게 보여주기 좀 민망했는데 다들 이런 건 각오하고 온 건지 주변 관중들은 아무렇지 않은 눈치다. '이럴 수가??'
선수들 얼음 지치는 소리, 스틱으로 퍽을 치는 소리,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한데 뭔가 둔탁한 종소리 같은 게 계속 들린다. 관중들이 소 목장에서나 쓸 법한 카우벨(Cowbell)을 흔들고 있다. 이 소리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이곳에서 열혈 관중의 척도는 얼마나 시끄럽게 할 수 있느냐인 듯하다. 이런 문화가 있는 줄 알았다면 기념으로 하나 사서 올 걸 그랬다. (실내 경기장이 없던 시절, 추운 야외에서 하키를 관람할 때 장갑 낀 손으로는 박수 소리가 나지 않아 카우벨을 쓰게 된 것이 이 문화의 유래라고 한다.)
세은이는 경기보다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브레이크 타임에 더 열심이었다. 전광판엔 춤추는 아이들을 비춰주는 Dance Cam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고 싶은 모양이다. 막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다 보니 결국 단독으로 크게 한번 잡혀서 엄청 기뻐했다. 팀 마스코트까지 찾아와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카우벨도 엄청 소리를 냈지만 아쉽게도 홈팀이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전광판에 나오고 싶어 하던 세은이의 소원도 풀고 뜻밖의 유니폼 선물도 받아서 좋은 추억이 되었다.
페이스북에서 확인한 예상 밖의 선물
경기를 보고 온 며칠 뒤 뜻밖의 선물을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팀 페이스북에는 경기 일정이나 각종 공지, 이벤트 후기 같은 것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팬 이벤트 공지에 세은이 단독 사진이 홍보용으로 올라가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나는 교묘하게 가려지면서(?) 세은이가 예쁘게 찍혔다. Dance Cam에 뽑히고 싶어서 신나게 흔들던 순간이 딱 잡힌 사진이다.
깜짝 놀라서 구단 홈페이지에 가 봤다. 구단에서는 경기별로 선수들이나 관중 사진들을 갤러리에 모아두고 있고 누구나 확인가능했다. 우리가 경기를 본 날 찍혔던 많은 아이들 사진 중에 세은이 독사진이 메인으로 뽑혀서 팬 이벤트 공지 모델이 되어 있던 거였다. 미국 와서 살면서 별 일이 다 있다.
한국에서라면 이렇게 관중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사진은 잘 쓰이지 않을 것 같아서, 미국은 다른가 찾아보니 경기장의 관중은 구단의 촬영에 대해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이것으로 인해 어떤 피해가 있거나 상업적으로 크게 이용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상권 문제될 사안이 아니란다. 만약 내가 사진을 내려달라고 하면 구단에서 그렇게 해주었겠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기보다는 세은이의 예쁜 사진과 추억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상 초상권에 대한 기준이 한국보다는 느슨한 것 같았다.)
이 사진을 넣어서 Mrs. Miller에게 주말 활동 PPT를 보냈다. 세은이 말로는 꽤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특히 남자애들이 굉장히 부러워했다고.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