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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뉴욕 애디론댁 열기구 축제

September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뉴욕 Queensbury에서 매년 가을 개최되는 Adirondack Balloon Festival. 수십 개의 열기구가 떠오르려 하고 있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Upstate NY에서 만나는 가을 이벤트 - Adirondack Balloon Festival


뉴욕 업스테이트는 대체로 한적한 시골 지역이지만 꼼꼼히 잘 찾아보면 즐길거리가 알차게 많은 곳이다. 'I Love NY' 같은 앱에는 계절별로, 지역별로 찾아갈 만한 곳을 정리해 주어서 찾아보는 품을 덜어준다.

https://www.iloveny.com/


매년 가을엔 집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Lake George 가는 길에 있는 퀸스버리(Queensbury, NY)에서 열기구 축제를 한다. 'Adirondack Balloon Festival' (Adirondack : 뉴욕주 북부에 있는 산맥의 이름) 벌써 50년이나 된 이벤트라고 하는데 이번 가을엔 한번 가보기로 했다. 열기구를 타는 게 아니면 입장료도 없어서 부담도 없다. 주차비는 내야 하지만...

사실,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열기구 축제라고 하면 매년 10월 앨버커키(Albuquerque, NM)에서 하는 'Albuquerque International Balloon Fiesta'를 꼽는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여긴 정말 너무 멀고 돈도 많이 써야 하는 어마어마한 축제라 맘먹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아쉬운 대로 동네에서 소박하게 즐기기로 했다.


작은 지역 공항에서 즐기는 뉴욕의 가을 이벤트

축제 일정은 금~일요일로 되어있지만 참가하는 열기구가 가장 많은 건 토요일이다. 무료 행사라 그런지 행사장인 지역 공항(Floyd Bennett Memorial Airport, 최초로 북극 상공을 비행한 미해군 조종사의 이름) 주변은 한참 멀리서부터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럴 땐 그냥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철학으로 공항 바로 맞은편에 제일 비싼 주차장에 $30 내고 주차했다. (사실 자리가 거의 없어서 간신히 주차했다. 이 정도 행사엔 돈을 내고 싶어도 쉽지 않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왔다. 입장료가 무료라 그런가? 동네에서 하는 건 시시하다고 툴툴대던 세은이도 사람이 많아서 살짝 당황한 눈치다. 보안 구역인 공항을 이렇게 걸어서 들어가는 것도 좀 색다른 경험이긴 하다.

행사 본부가 있는 관제탑을 지나 활주로 옆 잔디밭에 눕혀진 열기구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사이사이에 자유롭게 자리 잡고 구경하고 있다. 우리도 집에서 미리 챙겨 온 휴대용 의자를 펼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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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애디론댁 벌룬 페스티벌이 열리는 Queensbury의 작은 공항, Floyd Bennett Memorial Airport (오른쪽) 활주로를 걸어가는 사람들

행사장은 그냥 넓은 게 아니라 광활하다. 여기저기 바닥에 펼쳐진 열기구들에 커다란 가스버너로 열기를 채워 넣고 있다.

열기가 다 채워져 준비가 되고 나면 사람들을 태우고 1시간 정도 단풍을 관람한다고 한다. 탑승하려면 미리 개별 예약을 해야 하고 비용은 한 사람당 $200 정도 라고 한다. 제 자리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짧은 체험을 하는 건 $25.

내 얘기를 듣더니 높은 곳을 싫어하는 아내는 열기구 타는 것도 싫은데 돈까지 써야 하냐며 다 싫단다. 세은이도 열기구에 타는 건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럴 줄 알았다. 그냥 여기서 봐도 괜찮다.

(사진) 열기구들을 바닥에 눕힌 채로 뜨거운 공기를 채운다.
(영상) 뜨거운 공기가 채워지면서 서서히 일어서는 열기구. 가스버너 소리가 상당히 크다.

시간이 되자 준비를 마친 열기구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늘도 깨끗하게 맑아서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분명 멋지겠지만 땅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색으로 하늘을 채우는 열기구들을 보는 것도 좋다. 열기구는 총 50개 정도라지만 모두 비행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비행을 하지 않는 열기구들 주변엔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도 찍는다.

여느 축제들처럼 음식을 파는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열기구 관련 기념품을 팔고 있는 상인들도 많다. 분위기가 느슨하고 자유로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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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50여개의 열기구가 하냐씩 하늘로 떠올라 비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캐릭터 열기구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열기구들은 비행을 하지 않고 땅 위에서 빛을 내는 쇼를 시작한다. 공항 전체에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열기구에 가스버너로 빛이 한가득 채워진다. 낮에는 보지 못했던 캐릭터 열기구도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재밌어진다.

20220924_192754-ANIMATION.gif (사진) 음악과 함께 반짝이는 열기구를 감상하는 'Moonglow'. 캐릭터 열기구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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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열기구 축제에서 즐거웠던 한 때. 가을 밤공기가 매우 차다.

밤에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은 미국 시골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즐기는 것은 참 특별한 일상이다. 그래서 매년 기다려서 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에 맑은 가을 밤하늘이 별빛으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안녕, 뉴욕에서의 마지막 가을.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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