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이와 엄마가 한바탕 중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협상의 달인이라 했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나 밥 안 먹어’ 전술이다. 오늘 아침은 무슨 연유로 또 밥을 안 먹는다고 큰소리일까. 무심한 척, 아무런 관심 없는 척하기 위해 시선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귀는 쫑긋한 것이 자식 일에 무관심할 수 없는 부모의 처지 때문이겠지.
“오늘 중으로 포켓몬 빵 꼭 사 와!”
“알았으니까 어서 와서 밥 먹어”
“안 사 오면 알아서 해”
아이의 엄마는 나에게도 신신당부를 했다.
“당신도 사무실 주변 편의점에서 포켓몬 빵 살 수 있는지 좀 봐요!”
“응. 알았어. 그런데 그게 뭔데?”
포켓몬 빵은 이처럼 생겨 먹었다.
한 개 2천 원 하는데 편의점에서만 판매를 한단다. 캔커피를 사기 위해 자주 들렀던 한 편의점에 갔다. 배송 차량이 오는 시간대에 맞춰 손님들이 줄을 섰다가 이미 다 사 갔다고 한다. 하루에 두세 개 정도밖에 납품이 안 된다고도 일러 주신다. 몇 군데 가봤는데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둘러댈까 생각하다가 한 군데만 더 가보기로 했다. 카운터에는 중년의 여성분이 서 계셨다.
“사장님! 혹시 포켓몬 빵 있습니까?”
“아이고. 저는 그 빵 때문에 손님하고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발주 자체를 안 합니다.”
“그 참. 그거 하나 사가야 하는데 큰일 났네요.”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때인데 얼굴에 땀이 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있는 차에 배송 차량이 도착했다. 연이어 어떤 수상한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기다린다. 잠시 후 그분은 포켓몬 빵 하나를 받고 나를 힐끗 보더니 머리를 휘날리며 편의점을 나섰다.
“저기 손님! 오늘 운수 대통하신 줄 아세요.”
편의점 사장님께서 능글능글 웃으면서 포켓몬 빵 한 개를 주신다. 나는 오늘 운수 대통했다. 이게 뭣이라고 이리 기분이 좋은 걸까. 휘날릴 긴 머리가 없는 나는 옷깃을 휘날리며 당당한 걸음으로 편의점을 나섰다.
그 옛날 장날에 가셨던 엄니가 도통 알 수 없었던 그 장난감을 정확히 알아보시고,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 기다렸던 아들에게 그렇게 의기양양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