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을 달리는 대한민국 30대 직장인 부부
아우토반 체험
by 책 쓰는 중고차 딜러 Jul 27. 2019
지니야, 소원을 들어줘!
누구에게나 로망이 있다. “남자들의 로망은 할리데이비슨, 여자들의 로망은 샤넬백”이라고 말할 때 로망은 ‘소원’이라는 단어와 상통한다. ‘소원’이라고 하니 바로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최근 <알라딘>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공주가 예쁘다’, ‘윌 스미스가 돋보인다’ 등 흥행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내 생각에는 영화의 주제가 인간의 본질을 잘 다루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흥미롭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로망을 이루고 싶어 하니까.
영화 중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나는 아우토반을 달리는 로망을 품고 있었다. 우리나라 도로는 조금만 달려도 내비게이션에 빨간 경고 화면이 깜빡이는 통에 헐크 같은 차도 요조숙녀가 될 수밖에 없다. 감시자들(단속 카메라)의 시선이 즐비한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꿈꿀 수 없는 무제한 속도의 도로, ‘아우토반’! 나는 그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곳은 독일, 지금은 아우토반! 와우!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곳! 아우토반!
오늘은 내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차가 더 좋았더라면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었겠지만, 그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덩달아 하이텐션이 된 아내. 핸드폰을 꺼내더니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우토반을 달리는 대한민국 30대 직장인 부부’가 진행하는 우리만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유튜버들은 ‘여러분’이라고 하지 않고 ‘여러분들’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저는 지금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습니다. 네, 차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요. 제가 지금 시속 140km로 달리고 있는데 전혀 빠르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다른 차들도 보통 이 정도로 달리는 것 같네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제 왼쪽 1차선으로 BMW 미니쿠퍼가 지나갑니다. 와! 미니쿠퍼가 이렇게 빠른 차였나요? 어림잡아 시속 200km는 넘은 거 같은데 아주 자알 나갑니다.
보니까 아우토반 1차선은 무조건 추월 차선으로만 사용하네요. 모든 차들이 철저하게 잘 지키고 있어요. 추월만 하고 바로 2차선으로 복귀를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1차선에서 정주행 하는 고구마들이 없어서 너무 좋네요.
그런데 1차선을 추월 차선으로 지킬 수밖에 없는 게 일단 1차선에서 달리는 차들이 너무 빨라요. 안 비켜줄 수가 없게끔 맹수처럼 달려와요. 자, 그럼 저도 아우토반에 왔는데 속도를 한번 올려볼까요? 저도 왼쪽 깜빡이를 넣고 1차선에 들어섰습니다. 선수 입장! 한번 밟아보겠습니다.
네, 150, … 160, … 170, … 네, 180! … 181! 181!! 독일에서 제 인생 속도를 달성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뒤에서 무섭게 달려오는 차가 있어 나는 다시 2차선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아우토반을 달릴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아우토반이라고 해서 모든 구간의 속도가 무제한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표지판을 잘 살펴야 한다.
독일에선 표지판이 생명판!
우리나라에서는 운전할 때 굳이 표지판을 안 봐도 친절한 내비 씨가 다 알려준다. 전방 몇 미터 앞에 감시 카메라가 있다, 속도가 빠르니까 줄여라 등 내비게이션은 시끄러울 정도로 도로 정보를 운전자에게 낱낱이 보고한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게 불법이라고 한다. (실화냐?) 단속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독일 내비게이션은 알려주지 않는다. 독일은 내비게이션도 노동자로 대우해주는지 한국 내비게이션에 비해 열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니 표지판을 잘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꼭 알아야 할 표지판을 소개한다.
추월금지 표지판(왼쪽) / 추월가능 표지판(가운데) / 속도 무제한 표지판, 마음껏 밟아보자! (오른쪽) <출처 : daniel-asset 네이버 블로그>
우리나라에서는 엄청 빨리 달리는 차를 보면 “어휴, 저런 양아치!”라고 말한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광속의 차들이 훨씬 더 많은데도 이상하게 도로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독일 운전자들은 철저히 법규를 준수하기 때문이다. 깜빡이를 안 켜고 훅 들어오거나 차선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예측이 가능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할 수 있어 훨씬 피로도도 적었다.
아우토반 양 옆으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이 참 좋았다. 동화책에 나올 법한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이 보였고, 곧이어 PC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장면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스피드를 즐기며 안구정화까지, 제대로 힐링하는구나!
그때 약간 흥분 상태의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지혜로운 아내가 말을 했다. “오빠, 그런데 이렇게 차들이 빨리 달리다 보면 한 번 사고 날 때 진짜 크게 나겠어요!”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법규를 아무리 잘 준수한다 해도 돌발사태라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레이싱 경기에서 대형사고가 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며칠이 지난 후에 우리 부부는 우려했던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맞은편 아우토반에서 진짜 큰 사고가 났는데 차가 실제 반으로 접혀 있었다. 후덜덜! 언제 어디서든 안전 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주차는 어떻게 할까?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2시간 순삭을 체험하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카셀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거리는 193km,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관광을 위해 미리 내비게이션에 찍어 놓은 주차장으로 입장했다. 가장 가깝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넓은 곳이었다.
모바일로 ‘Play 스토어’에서 ‘Parkopedia Parking’이라는 앱을 다운받았는데 정말 유용했다. 가고자 하는 지역의 주소를 입력하면 그 주변에 있는 주차장들이 검색된다. 운이 좋으면 무료 주차장도 찾을 수 있다. 지도에 표시된 주차장들은 각각 몇 대의 주차가 가능하며, 시간당 금액은 얼마인지, 목적지와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유럽 경제의 중심인 프랑크푸르트에 오니 이제야 뭔가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저 앞에 보이는 아이젤너 다리를 건너면 뢰머 광장, 괴테도 즐겨 찾았던 바커스 카페, 갤러리아 백화점, 유로 타워, 괴테 하우스를 모두 만날 수 있다는 거지? 여보, 얼른 가보자!
#덧1.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독일 일반도로의 교통 표지판을 몇 개 소개한다. 먼저 ‘우선통행’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표지판인데 흰 바탕에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모양이 인상적이다. 이 표지판이 보이면 운전자는 모든 교차로에서 우선 통행권을 가진다. 단, ‘양보’, ‘정지’, ‘우선통행 종료’ 표지판이 나오면 ‘우선통행’은 무효가 된다.
‘우선통행’ 표지판(왼쪽) / ‘우선통행 종료’ 표지판(가운데) / ‘양보’ 표지판(오른쪽)
반대로 ‘우선통행 종료’ 표지판이 나오면 운전자는 이후 ‘모든 구간’에서 양보를 해야 한다. ‘교차로’에서 양보해야 하는 ‘양보’ 표지판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덧2.
신호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일은 교차로에 별도의 우회전 신호가 있다는 점이다. 쇼트트랙처럼 눈치 보다가 빈틈이 있으면 우회전으로 쓱 들어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우회전 신호를 받은 후에만 진입을 할 수 있다.
독일 교통 표지판을 더 공부하고 싶다면 참고할만한 사이트 :
http://www.gettingaroundgermany.info/zeichen.shtml#speed
#덧3.
마지막으로 아우토반에서 야간 운전을 할 경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없기 때문이다. 철저히 차의 전조등만을 의지해서 운전해야 한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아우토반에서 처음 야간 운전을 한 뒤로 우리 부부는 되도록 야간 운전은 피하는 쪽으로 계획을 짜서 움직였다. (게다가 당시엔 2월이라 해가 더 짧았다.) 무엇보다 안전, 또 안전 운행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