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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반대운동의 방아쇠가 되다!

- 망초

by 나우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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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즐기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밥상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밥을 차려본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시겠지만 사실 가장 쉽고 간편하고 맛있고 실패할 확률이 낮은 반찬이 바로 고기요리이거든요. 그러나 자주 사용할 수 없는 고기류 대신 단백질 식품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생선입니다. 생선요리 다음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두부를 빼놓을 수 없지요. 두부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자주 혼잣말을 합니다.

문제는 두부의 원재료인 ‘콩’입니다. 이 콩이 고민거리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콩이나 옥수수는 대표적인 GMO (유전자 변형 생명)입니다. 안전한 두부를 먹으려면 당연히 GM 콩이 아닌 국내산 콩으로 만든 것을 골라야 하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입산 콩을 사용한 두부는 GM 콩으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GM 식품이 유해한 지의 여부가 아직도 논쟁 중인 사안이기는 합니다만, 논쟁 중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요.

우리나라는 상업적 GM 작물의 재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수입되는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표시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즉 최종 제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두유나 옥수수 전분, 물엿과 같은 가공식품의 원료로 GMO가 사용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개개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GMO를 섭취하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정을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GMO 표시가 의무화된 것은 대두, 옥수수, 사탕무, 면화, 카놀라, 알팔파 총 6개 작물뿐입니다. 게다가 GMO 표시대상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이 가공 후 최종 식품에 남아 있는 경우만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도로 정제되어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는 표시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GMO 원료를 사용했는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따라 ‘완전표시제’가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2025년 8월 현재 이를 둘러싼 식품위생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표시제는 말 그대로 최종 제품에 GMO의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원료로 GMO가 사용되었는지를 표시하는 제도를 가리킵니다. 여러 가지 쟁점과 여러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에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잘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좀 재미없고 한편으로는 으스스하기도 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망초’가 이 GMO와는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렇게 서두가 길어졌을까요?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GMO의 역사에서 다국적 식량기업이자 생화학 제조업체인 ‘몬산토’ 사의 제초제인 ‘라운드업’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지요.

1974년 몬산토사는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를 만들어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제초제는 어떤 한 종류의 식물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녹색 식물에 같은 작용을 하여 그들을 모조리 죽이는 치명적인 성분입니다. 그러나 잡초 제거에 지쳐버린 농부들에게는 적절하게만 사용한다면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멋진 제초제였습니다. 문제는 이 제초제가 모든 녹색 식물을 죽이는 것이라면 이를 사용할 경우 농부들이 애써 심어 가꾸는 농작물에도 피해가 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96년 ‘라운드업레디’라는 GMO가 등장하게 됩니다. 라운드업레디는 대두의 유전자를 변경하여 라운드업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사용법은 대충 이렇습니다. 농부들은 새 봄 농사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밭에 라운드업을 뿌려 모든 잡초를 죽입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밭에 라운드업레디 종자의 대두를 뿌립니다. 이렇게 되면 대두는 어떠한 잡초의 방해도 받지 않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고, 농부들은 일손을 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뿌리던 제초제의 사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지요. 꿩 먹고 알 먹고 그 둥지를 까서 불까지 땐 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라운드업과 라운드업레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세트가 된 것이었지요.

그러나 라운드업의 일방적인 승리 속에 진행되던 잡초와 작물 간의 전쟁 속에서 1999년 라운드업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망초가 나타납니다. 일단 저항성을 가진 망초가 나타나자 그들의 전진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으니, 라운드업 덕분에 모든 잡초들이 죽어버린 밭에서 이제 망초는 경쟁자 없는 자신들만의 무대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지요. 라운드업 저항성 망초는 곧 GM 작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갑니다. 문제는 GM 작물을 심지 않고 가을 경작과 윤작 등 전통적인 대안 농법을 사용한 농가나 유기농 농가의 밭에서는 망초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렇지 않아도 GMO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던 농부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GMO 반대운동이 일어나게 되었고, 망초는 뜻밖에도 GMO 반대운동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눈에 별로 띄지도 않던 잡초에 불과했던 망초에게 다가 온 참으로 얄궂고도 역설적인 운명이었지요.


망초는 1876년 개항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1910년의 경술국치를 전후하여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하여 ‘망국초’, 또는 ‘망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7%9D%EC%B4%88에서 인용)

흔히 망초와 개망초를 비교하고는 하는데 사실 이 두 꽃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즉 겉보기만로도 확실하게 구별이 됩니다.

먼저 사진을 통해 보기로 합시다. 개망초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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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두의 망초 사진과 비교하면 우선은 키가 약간 작습니다. 물론 키가 크다 작다는 것은 종의 차이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동정 포인트가 되지는 못합니다. 키라는 변수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잎의 모양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네요. 개망초는 잎이 상대적으로 넓고 잎의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입니다. 그에 비해 망초의 잎은 가늘고 뾰족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꽃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개망초의 꽃은 크고 예쁘지요. 어떤 이들은 ‘계란꽃’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왼쪽 사진의 꽃을 보면 계란 프라이가 바로 떠오르시죠? 일본에서는 개망초가 원예화로 수입되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뜸해지면서 야생으로 탈출한 소위 ‘이스케이프 식물’이라고 하니, 망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예쁘게 느껴졌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망초꽃은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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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의 망초 사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꽃입니다. 아래쪽은 그 작은 꽃을 접사 하여 자세히 본 사진이고요.


사실 망초는 크랙 정원에 피어나는 식물이라기보다는 비교적 넓은 땅, 예를 들면 버려진 땅, 황무지, 농사를 쉬게 된 밭 등에서 군락을 이루며 피어납니다. 꽃도 소박하기 때문에 별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국화과의 식물답게 가을이 되어 갓털이 달린 수천 개의 씨앗 (엄밀하게 말하자면 열매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편의상 씨앗으로 부르렵니다.)이 만들어지고 바람이 불어 그 씨앗이 공중으로 떠오를 때, 그때 비로소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됩니다.

대부분의 망초는 제꽃가루받이를 하기 때문에 번식력도 대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골치 아픈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자, 그렇다면 다시 GMO 이야기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과학의 힘으로 GMO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요? 유전자 변형 식품이 정말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일까요? 인간은 과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면서 이미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가장 뼈아픈 것 중 하나가 ‘탈리도마이드’ 사건이었지요.

1957년 10월부터 팔렸던 ‘탈리도마이드’는 진정제와 수면제 기능이 있는 약품으로 임신 초기에 겪는 증상인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임신부들이 애용하였죠. 그런데 1961년경부터 손과 발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채 몸통에 붙어 뭉툭하게 보이는 어린이 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지의 모양이 마치 바다표범의 지느러미처럼 보여서 이 증상은 ‘바다표범손발증’이라 불렸습니다. 처음에는 이 현상이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이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라는 사실임이 밝혀졌고, 이에 놀란 각국 정부가 탈리도마이드의 판매를 금지했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전 세계에서 1만 2,000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난 후였습니다.



인간이 모든 자연 현상, 특히 생명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나는 의심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 집 식탁에 오른 음식을 보며 걱정을 하게 되네요. GMO가 아니었다면 값비싼 식품을 사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기아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합니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함으로써 농약이나 살충제 사용이 줄어들어 토양과 수질 오염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GM 식품을 먹을 것인가 아닌가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유전자를 변형시켜 만든 생명체가 일단 지구 생태계로 들어온 후에는 인간이 전면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구 환경이나 다른 생명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어떤 문제, 특히 치명적인 문제점을 보일 소지도 많고, 또 그럴 경우 우리의 통제권을 벗어나 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지요. 심지어는 일단 만들어진 후에는 우리들 마음대로 없애버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생명체의 유연성과 가소성을 생각하다면 더욱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저토록 연약해 보이는 망초를 보며 오늘 저녁 반찬으로 만들 두부조림이 과연 안전한 음식일까를 걱정합니다. 내 부모님이나 그 윗대의 어른들께서는 결코 상상해 보지 못했던 문제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 배는 부르고 등은 따습지만 그것만으로 정녕 행복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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