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물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식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가진 인격체가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추운 겨울 소녀는 코피를 흘리면서 추운 겨울의 아스팔트 거리를 두려움에 가득 차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소녀는 사랑을 받은 기억을 잊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처음부터 소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가는 그 거리, 동네, 직장, 사회는 뒤틀리고 비뚤어져 있을 뿐입니다.
소녀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진 어른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주체할 수 없는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곳곳에서 싸우며 혼돈을 만들어 가는 세상이 너무 두렵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이 사라진 것을 벌써 오래전이라고 소녀는 생각합니다.
소녀는 매일 혼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중독에 빠진 무서운 어른들일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도 다정다감하게 소녀를 사랑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단지 스트레스라는 사소한 증상, 남들이 가진 것을 바라보는 욕망, 쉽게 얻고자 하나 얻지 못하는 좌절로 인한 잠시의 도피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밤새워 작은 모니터 안에서 총을 쏘며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늘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진 패배자의 모습으로 날이 밝아올 뿐입니다.
어머니는 기분이 전환되고자 하면 더 많은 양의 뇌를 마비시키는 음료가 필요합니다. 우울하고 음습한 기운을 피하기 위해서 점점 더 깊은 동굴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들어가고 있습니다.
소녀는 두렵습니다.
소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집니다. 바라는 바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녀는 좌절감과 두려움으로 매일 눈을 뜨며, 주린 배를 말라비틀어진 빵조각으로 벼텨봅니다.
소녀는 좌절합니다.
왜 혼이 나야 하는 걸까? 왜 아버지 어머니는 소녀를 미워하는 걸까?
오늘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소녀가 방에서 떨고 있어도 두 사람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더 깊은 나락에서 고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휘두른 물건에 맞아서 소녀는 코피가 나기 시작합니다.
소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입고 있는 옷과 가진 것 없는 앙상한 몸을 이끌고 이 추운 겨울을 맞서려고 합니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아스팔드를 정신없이 뛰어나오다 보니, 차가운 맨발로 뛰어나온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쏟아지는 눈이 녹은 것인지, 막막하게 요동치는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인지 모르는 젖은 얼굴에 코피로 인해 비릿한 느낌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조금이나마 멀리 떨어짐에 다소 위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둡고 추운 긴 골목을 벗어나니, 따뜻하게 보이는 거리가 보입니다.
소녀가 첫 번째 가게의 문을 열어봅니다.
딴 세상과 같은 모습에 한겨울에도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어른들이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왁자지껄 떠들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음식들이 넘쳐흐르나, 접시마다 반이상 남아있는 음식들은 그 어른들의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남루한 차림의 소녀도 더 이상 그 방의 어른들의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소녀가 두 번째 가게의 문을 열어봅니다.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부자 어른들의 의복이 즐비하게 늘어선 반짝거리고 매끄러운 쇼핑공간이 보입니다. 소녀가 필요한 두꺼운 방한복은 아니지만 겨울에도 아름답게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옷들을 잠시 소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줍니다.
따스한 조명과 기분 좋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제복을 입은 어른이 얼른 소녀에게 나가라는 무서운 눈길을 보냅니다.
소녀는 이제 희망이 없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부여잡고, 소녀는 마지막 남은 기도를 드립니다. 관심을 사랑을 좀 더 나은 이해를 바랄 뿐인데, 아버지는 어머니는 어른들은 소녀를 사랑하지도, 이해하지도, 돌보지도 않는 것입니다.
소녀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을 이 거리에서 더 이상 없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불이 하나둘 꺼지는 이 거리에서 소녀는 이제 멀리서 보이는 희미한 곳을 향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걸음을 옮기다 풀썩 쓰러지고 맙니다.
몸이 번쩍 들리며, 따뜻한 기운으로 온몸이 감싸지는 것을 느끼며 소녀는 자신을 위한 천사가 소녀를 아름다운 하늘나라고 데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의 매체에서는 편의점 앞에서 쓰러진 채 구조된 소녀에 대해서 매정한 부모, 사회, 아동학대에 대한 수없는 기사들과 대책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 어머니는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대상이 되었고, 소녀는 안전한 기관에서 보호를 받는다고 어른들은 목에 힘을 주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맛있는 음식이나 따뜻한 의복이나 인정이 가득한 가족관계가 아니었습니다.
비틀리고 뒤틀어진 사회를 정상으로 돌이켜, 소녀로서 태어나 인격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닌 인격체로서 살 수 있는 사회, 말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소녀는 오늘도 드립니다.
소녀는 꼭 그러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