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Unlock 1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비 Jul 06. 2024

자기 투자의 시간을 갖다

봉하에서 3년 4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서울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노무현대통령께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자가 된 뒤 인연이 되었으니 내외분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것이 어느새 9년 여가 되었다. 청와대 생활도, 봉하마을 생활도 노무현대통령 내외분 덕분에 영광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거리가 떨어져 있기는 하나 여전히 조금 멀리서 대통령 내외분을 위해서 일하는 셈이었다. 노무현재단에서는 미래발전연구원에서 운영하던 '노무현시민학교' 프로그램을 갖고 오기로 한 시점이었다. 나는 노무현시민학교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봉하에서 서울로 보직을 옮기며 딱 한 달간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여유가 생겼다. 생활 터전을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일은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하는 것부터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이사를 하고, 노무현재단으로 첫 출근을 하기 전에 2주가량 혼자 캐나다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유학을 갔을 때도 그랬지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다소 무모하게 가는 경향이 컸다. 여행 성향을 보면 유달리 P성향을 저 아래부터 쭈욱 끌어올려 "파워 P"가 됨을 느낀다. 캐나다 여행도 비행기표와 첫 도착지인 빅토리아섬에서 머무를 곳으로, 매리어트 호텔을 숙소로 정했을 뿐, 그 뒤의 일정은 현지에 도착해서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서 다음 숙소와 이동 편을 잡았다. 캐나다의 서쪽에 위치한 밴쿠버 공항에 도착을 했지만,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섬이라는 '빅토리아섬'에서 여행을 시작하여 토드만의 부차트 가든, 밴쿠버, 재스퍼, 캘거리, 토론토, 나이아가폭포, 뉴욕까지 서부에서 동부까지 2주간 여행을 하며 9년간의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내야 한다. 비우지 않고 계속 채우기만 한다면 성찰의 시간도 없고, 발전과 성장도 없다고 믿는다. 혼자 떠난 캐나다 여행은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9년간의 영광의 시간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현장의 시간을 채우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왔구나." 

2011년 8월 1일 서교동에 위치한 노무현재단의 첫 출근길은 조용한 봉하마을에서 출근하던 주변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공간만 달라졌지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 나의 새로운 시작을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다. 낯선 편안함이랄까. 노무현대통령의 비서관에서 노무현시민학교 팀장으로 본격적인 실무를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노무현시민학교를 처음 시작한 사단법인 미래발전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하고자 정책연구와 실천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었다. 재단이 설립되기 전에 '미래발전연구원'에서 대통령 서거 후 노무현의 정책과 가치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설립, 운영을 해오며 노무현시민학교 출신을 몇 차례 배출하고 있었다. 내가 노무현재단으로 합류를 할 때, 노무현시민학교 업무가 미래발전연구원에서 노무현시민학교로 이관이 되는 시기였다. 본격적으로 노무현재단에서 노무현시민학교를 운영하게 되었고 초대 교장으로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으로 계셨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께서 참여해 주셨다. 미래발전연구원에서 시작을 잘해주셨기에 노무현 시민학교가 재단으로 운영이 이관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노무현 시민학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제공하고 있고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는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체험해 보며 나름 벤치마킹을 잘한다. 시민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곳들을 찾아서 직접 등록하고 수강을 해보기도 했다.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책임감 등이 있기에 내 시간과 비용을 업무 시간 외에 투자하며 배우고 적용했다. 그때 들었던 프로그램 중 교보문고에서 운영했던 북모닝클럽은 아침 출근 전 7시경에 열려 아침 강의를 듣거나 저녁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의 강연에도 집중했지만, 운영자들의 운영방식도 눈여겨보면서 좋은 것은 가져오고 불편한 지점들은 반영해서 우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반영을 하였다. 이때 강화된 것이 "관찰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는지와 같은 말하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