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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Apr 10. 2021

서투르지만 보장된 행복 - 글과 한 끼

한 끼를 차려먹는 일에 대하여



 최근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투르지만 한 끼를 스스로 차려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건 나트륨과 탄수화물 폭탄에도 끄떡없던 위장이 점점 기력이 쇠해짐을 느껴서만은 아니다(물론 큰 이유를 차지하긴 하지만). 그건 한 끼를 스스로 차려먹는 일이 서투르지만 나에게 보장된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노력을 쏟아부어도 성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노력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확률이 훨씬 더 줄어드는 건 맞지만, 내 모든 열과 성을 다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요즘 열과 성을 쏟고 있는 것은 글쓰기이다. 작년부터 브런치를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내 나름대로 좋은 글을 쓰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머리를 싸매는 날이 많다. 오래전부터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피아노 치듯 타자를 치는 날보다 빈 화면을 멍하게 보고 있는 날이 더 많다. 모니터에서 블루라이트가 아니라 영감의 오로라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말벌의 비행을 키보드로 칠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집에 있을 때는 되도록 한 끼를 스스로 요리해서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요리는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는 편이라는 점과 망쳐도 어쨌든 뭔가가 남는 (망한 음식이 남지만) 다는 점이 나름대로 보람차다. 또한 라면을 끓여먹으려는(나는 면을 정말 사랑한다.) 욕구를 참고, 인터넷과 유튜브를 검색해가며 찾은 요리법으로 끼니를 만들어먹고 나면 뭔가 MSG와의 사투에서 이긴 보람도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내가 집에서 해먹은 요리들, MSG의 유혹에서 승리한 나의 요리들을 소개하려 한다.


1. 요리왕 비룡에 빙의해 만든 계란 볶음밥

  잘게 썬 오징어와 파 계란을 넣고 기름에 볶다가 굴소스를 넣고 휘휘 다시 한번 볶아주면 끝이다. 굴소스는 최고의 요리 동반자이다.

밥그릇에 볶음밥을 넣었다가 뒤집으면 요리왕 비룡 부럽지 않은 플레이팅 완성이다.


2. (마늘이 조금 탄) 크림 까르보나라

 집에 파스타면이 있어서 까르보나라를 했다. 베이컨이 없어서 스팸으로 대체했는데 스팸은 역시 모두와 잘 어울리는 친화력갑 식품이다.

나는 매우 맛있었으나 엄마는 “어우 느끼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맛있게 잘 먹었으니 만족한다.


3.  중탕으로 찐 급식에서 나오는 계란찜

나는 급식에서 나오는 반찬 중에 계란찜을 특히 좋아한다. 뚝배기로 계란찜을 했을 때는 스크램블 에그와 계란찜의 중간 그 어디쯤의 요리를 항상 만들고는 했는데, 물에 중탕으로 계란물을 익히니 급식시간에 나오던 그 부드러운 계란찜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급식에서 계란찜이 나올 때가 제일 좋다. 이런 계란찜을 하기 위해서는 중탕으로 계란물을 끓여야한다고 해서 도전해보았다.
한 끼 완성! 엄마표 미역국과 버터를 넣고 볶은 관자와 함께 한 상을 완성했다.


3. 참치마요 바게트

참치와 마요네즈, 말만 들어도 맛있는 조합이다.

딸기 두 개는 포인트다.


4. 오늘 해먹은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아니고 케첩을 넣고 볶은 볶음밥이다. 기름에 볶은 음식은 뭔들 다 맛있는 것 같다.

최고의 오므라이스다. 물론 내 기준.



 물론 중간에 라면도 끓여먹고, 짜파게티도 야무지게 계란 프라이까지 올려 맛있게 먹었으나 어쨌든 최근에 내가 스스로 차려먹은 한 끼들이다. 서투르지만 맛있는 행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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