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디스는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야!!
결론만 말하자면, 떨어졌다.
그것도 다! 어디에서? <나도 작가다>를 비롯한 브런치의 소소한 공모전에서, 지역 도서관 독후감 공모전에서, 브런치북 공모전에 떨어졌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쿨하고 싶었으나, 모든 공모전에 진심이었기에 사실 조금 많이 슬펐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쏟은 마음이 커질수록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참여한 공모전이 브런치 북 공모전이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은 결과에 대해서 정말 기대를 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브런치 북 결과 발표일을 야무지게 캘린더에 표시해두고, 혹시나 일찍 결과가 나올까 봐 매일 브런치 피드를 확인하긴 했지만. 아무튼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튼 안 했다. 결과에 대한 기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내 글이 책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나에게도 너무 잘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내 브런치북이 콘텐츠로서 가지는 약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제는 에세이가 너무 많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들은 일상 에세이가 대부분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바야흐로 동학 개미 운동의 시대이자 힐링 에세이가 대세인 시대이다. 대형 서점에 가면 매대 한쪽이 제목만 봐도 힐링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피톤치트가 분비되는 일상/힐링 에세이들로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상 에세이 출판이 성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긍정적인 의견 모두 양립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힐링/일상 에세이는 대세를 넘어서 포화상태이고 더 이상 특별한 콘텐츠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나의 글이 애틋하고 특별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저 그런 똑같은 일상 에세이 중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내 글만이 가지는 차별성이 부족하다. 앞서 말한 약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고 많은 에세이들 중에서도 내 글만이 가지는 차별점이 있다면 나의 글은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가진다. 그러나 내 글만이 가지는 특징적인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지나온 또는 지금의 마음들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글을 쓰고 있으나 이것은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만의 고단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공모전에 대한 결과보다도 더 막막했던 것은 공모전 이후의, 떨어지고 나서의 나의 글쓰기였다. '떨어진 이후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지?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보다 내 글이 읽히기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한 걸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모전에서 떨어질 것 같은데, 그 이후의 나의 글의 방향이 그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렇다. 글을 쓰고 싶다. 혼자만 쓰고 읽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글이 읽히는 행운이 있기를 마음 깊이 소망하기도 한다.
여전히 글쓰기는 내게 어렵고,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이런 복잡한 마음 때문에 올해는 일주일에 한 편씩 브런치에 글 써야지!’ 하는 야무진 다짐과는 달리 브런치 앱에 혼자 글을 썼다 지웠다 하기만 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글을 쓰지도 안 쓰지도 않는 답답한 나날들이 계속되자 마음속에서 약간의 반항심이 탱탱볼처럼 튕겨 올라왔다. ‘안 읽어주면 어때? 니가 좋아서 쓰는 글이잖아. 안 쓸 거야? 아무도 안 읽어주는 글 너무 애쓰지 말고 편하게 써보자.’
나는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브런치의 글 한 편 한 편을 콧구멍에서 수박을 뽑아내는 기분으로 용을 쓰며 여러 날에 걸쳐 비로소 완성해왔었다(물론 이 글도). 그러기에 자꾸 글에 욕심이 생기고, 애착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훌훌 가벼운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납덩이처럼 무거운 마음과 시간들을 지나왔다. 글은 가벼운데 글을 쓰는 나의 마음은 전혀 가볍지 못하다. 무형의 마음을 글로 상태변화시키는 게 나에게는 아직 너무 버거운 일이라, 에너지 소모가 심각하다. 그래도 계속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쓰고 싶은 마음과 순간들이 계속 생각나서 이걸 속으로만 담아둘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자기 검열이 심한 내 성격 상 잘 안 되겠지만) 너무 용쓰지 않고 내가 쓸 수 있는 만큼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부족한 글솜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가 가진 역량 내에서만큼.
뭔가 이제 점점 내 브런치가 산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원하는 글을 아쉬움 없이 써볼 때까지 브런치를 계속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훌훌 가볍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커버 사진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