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편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스스로가 까칠해져 오는 사람도 밀어내 버리거나 사랑도 관심에도 상처 받을까 두려워, 일정 선을 긋고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서 넘어올라치면 잽싸게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어 마음에서 배제시켜 버린다.
가끔 그 모든 것을 넘어 온전하게 상대를 받아들일 때가 가끔 있는데, 약해져 있을 때가 그렇다. 쉽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며 격해지는 감정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기이기도 하면서, 감정 변화가 심해지다 보니 선을 넘지 않도록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예민하게 반응도 한다.
격해진 마음에 식욕이 떨어지고 잠이 없어지는 놀라운 일이 몇 주 간 이어지기도 하는데(고맙게도 이때는 절로 다이어트가 된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 정리를 해나갈수록 한껏 예민하던 감각은 점차 본래대로 돌아오며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한다. 무뎌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예민해진 감각으로 인해 심적, 육체적인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기에 필요하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내가 사람과 관계에 대해 관심을 처음 가지게 된 건 중학생 때다. 친구들마다 집단이 생기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모습과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저들을 움직이게 하는지 궁금했다. 당시엔 그저 관심에 불과했고 본격적으로 사유를 시작하게 된 건 대학생이 되고부터였다.
국문과로 진학한 뒤 생각을 뒤바꿀 만남들이 있었다. 난생처음 철학과 인문학을 접했으며, 한정된 공간 속의 인간관계가 아닌 어느 정도 내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를 경험했다. 이때 난 참 자기 마음을 얘기하기 어려웠고 그런 자신을 사유하기 시작했으며, 타인의 행동과 생각에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첫 여자 친구를 사귀고 헤어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이 안 쉬어지는 심리적인 압박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되고, 외상적인 문제인가 싶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도 했다. 우울한 마음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고, 시간은 흘러 2학년 1학기가 지난 후 입대를 하게 되었다.
군대에서 후임의 자살을 겪게 되고, 후임의 죽음은 입대하며 우울해진 마음이 점차 옅어졌던 내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 후임과는 친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활관이었고 그는 심적으로 힘들어하던 아이였다. 내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결과가 후임의 자살로 연결되었다고, 당시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내가 후임의 죽음에 스스로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근무를 끝내고 초소로 돌아와 들었던 후임의 소식에 눈물이 났지만 이 눈물이 정말 슬퍼서 나는 눈물인지, 흘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흘려야 하는 눈물인지 당장에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후 남은 군생활은 항상 후임 생각에 우울해져 있었고 휴가를 나와서도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전역을 하고서도 우울감은 쉬이 떨쳐지지 않아 술에 빠져 살았고 미친 듯이 몸을 혹사해가며 반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에는 참 많은 속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막힌 것이 뚫리듯 술술 나오는 내 심정을 친구들은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며 위로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음주를 하며 몸이 안 좋아지는 느낄 때쯤 서서히 줄이고 담배도 끊으며 건강을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먼저는 후임을 그리고 이후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통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내가 가진 우울감과 외로움 속에 더욱더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닌가 싶다.
아직도 관계 맺기가 어렵다. 편해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해야 편해지는 사람이 될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이지 않기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도 잘 모르고 관계를 맺으며 생기는 두려움에 걱정도 앞서기도 한다.
벌써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 한 해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작년에 비한다면 조금은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년 역시 올해처럼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수 있지만 항상 마음에 변화를 품고 있다면, 성장을 품고 있다면 조금씩이나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내년에는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