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7.13의 기록
쉽사리 잠들지 않는다. 일종의 '병'이 생긴 것 같다. 일탈을 바라는 걸까.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배가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풍량엔, 부드럽게 흘러가는 파도에 주춤거리게 된다. 마치 춤을 추듯 스텝. 스텝.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뭔가 부드럽게 흘러가는 움직임이 있다. 여전히 하늘은 파란데 구름이 없다. 나른한 항해다. 항해사는 기분 좋은 듯 계속해서 흥얼거리고 노잡이는 풍량을 신경 쓰느라 잔뜩 긴장한 상태다. 조타수는 축- 늘어져 있을 뿐 의욕이 없다. 많은 선원들은 그저 분주하게 움직일 뿐이다. 움직이고 움직이고 또 '움직거리고' 스톱은 없다.
문득 스페인의 제로톱 전술이 생각난다. 앞대가리가, 없다. 가짜 9번은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교란한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몸통의 중간은 날카로운 롱기누스 창에 찔린 듯 텅 비어버렸다. 상대편 골키퍼가 가볍게 공을 찬다. 공은 먼 거리를 날아가다가 통통 튀더니 골대 안으로 들어가 그물을 흔든다.
갈기갈기 찢긴 그물 사이로 물고기들이 새어 나간다. 어부는 허망하게, 먼 듯 가까운듯한 지평선을 지긋이 바라본다. 노인에겐 물길이 버겁다. 이제 손을 놔야 할 때다. 아들 녀석은 집을 나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을 여니 한 아이가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는지 퀭한 느낌(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어 보이지 않지만)이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퀭한 느낌. 아이가 있는 방엔 어둠 속에 빛이 아롱지고 있다. 그 빛은 TV에서 나오는 듯하다. 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해져 있는 것, 규칙적인 것, 반복되는 것, 앙망하는 것... 모든 것의 감정은, 바람은, 자신은 없다. 혼란스럽지 않다. 無間地獄이다.
바람은 삼켜지고 바다는 잠잠해졌다. 한계 없는 무(無)의 세계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