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19 기록
괜스레 잠이 오지 않는다. 후덥지근한 날씨는 무기력함을 선사했다. 배가 거대한 몸뚱이를 이끌고 바다로 나가는 것처럼 내 몸을 이끌고 가서 찬물을 끼얹는다.
잠시간은 괜찮아지겠지만 타이머를 맞춘 선풍기가 꺼지면 자다가도 좀비처럼 일어나 켤 테니 일어난 김에 타이머를 없앤다.
시원해지며 무더위에 설쳤던 잠이 날아간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고요함에 깊은 밤이다. 방 안은 시계와 선풍기의 소리가 들리지만 방 밖은 어떠한 움직임과 소리, 그 무엇도 없다. 빛도 휴대폰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다.
잠시 눈을 감고 깊숙이 침잠한다. 조금 더 생각해 본다. 내 곁에 있음에도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 무관심함의 결과였을까?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부재함을 느낀다.
단지 거울이 있다. 거울은 나를 비추는 듯 보이지만 그 너머를 비추고 있다. 깔끔한 무관심이다. 나는 부재한다. 나의 너머에 있는 것만이 나를 완성해주고 있다. 나는 결국 부재할 수밖에 없다. 만들어진 자아, 감정, 취미. 만들어진 나. 혼자선 오롯할 수 없기에 나를 부정함으로 비로소 완벽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나 혼자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함께했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한다.
멀리서부터 귀뚜라미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법 높은 곳임에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위로 선풍기의 바람소리가, 날려오는 바람이,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하나씩 채워져 간다.
선풍기의 부단한 노력에도 이마에 다시 땀이 맺힌다. 잠을 잘 때인 듯하다. 사색의 피곤함을 마치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다. 나도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오는 군령자처럼 내 몸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면 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여름밤은 길어 아직 해가 뜨기에 시간이 제법 남았지만 모든 시간을 헤아려도 오늘 밤엔 피곤함을 떨쳐내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