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Mind_Map 10화

한계에 부딪혀 본적이 얼마나 오렌지

by 토모


소설 속 주인공은 너무도 쉽게 목적을 이루는 것 같다. 한 페이지만 넘기면 능력이 쌓이고 한 챕터가 넘어가면 이미 목표를 달성한 뒤다. 소설에서 리얼리즘은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주인공이 아침으로 식빵을 먹는데 거기에 딸기잼을 발라먹고 우유를 한잔 마시는데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일주일이 지난 우유라던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서 앉아 있는 물과 같은 대변이 나온다던가... 같이 한 장면에 대해 쓸데없는 것까지 자세히 묘사한다면 소설이 길어지고 스토리를 음미하는 독자들에겐 지루함만 남을 것이다.


소설은 스토리가 있고 그에 따른 묘사가 뒷받침되어 완성된다. 서사에 필요한 묘사는 포함되겠지만 필요 없는 건 과감하게 제외한다. 그런 면에서 소설 속 주인공의 성장과 성공은 무척 쉽게만 느껴진다. 설령 노력한 내용이 묘사가 되더라도 그냥 몇 줄의 글로만 여겨질 뿐 그 상황이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내가 만약 어떤 소설 속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상상하면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평범한 조연 혹은 조연도 되지 못하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그 세계에 이입시켜보곤 한다(‘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란 말은 잠시 넣어두자).


당연하게도 나는 주조연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하면 말이다,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면 할 건 많으나 이 상황을 개선해나가려는 의지가 크게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루의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다가 어느덧 3월이 끝나가고 이뤄낸 건 없다. 생각만 하다가 걸핏하면 딴짓하고 귀찮다고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쉽게 고쳐진다면 진즉에 고쳐졌을 테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뛰쳐나가 달리며 마지막으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며 살아본 적이 언제인지 생각했다. 하루, 한 달, 일 년, 금수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란 시간 전에도 힘닿도록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던가. 가끔 눈물을 쏟을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딪혀본 적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나 스스로가 한 것은 아니다.


한 날은 지인이 나에게 ‘넌 참 꿀을 잘 찾아다닌다.’라는 말을 했다. 비꼬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참 그랬다. 가진 능력은 없으면서 내게 맞지 않은 일을 어느 정도 해냈고 조금 더 쉬운 길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정말 그렇다는 결론을 내린 채 난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운을 잘 타고 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 생각이 나를 바보처럼 만들었고 더더욱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것뿐 아니라 내 성격 자체도 힘든 걸 스스로 못 견디고 순간의 쾌락에 정신을 빼앗기게 만들기도 한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력과 공부라는 말이 내게서 멀어져 나이를 먹으며 더욱더 힘들어졌고,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조차 나에겐 굉장히 피로한 일이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영화, 게임, 웹툰 등등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다리를 달달 떨어가며 빠르게 글을 마무리 짓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생각을 기록하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니 글을 쓴다면 생각 정리도 되고 당시의 생각을 훗날 다시 꺼내볼 수도 있다.


오늘 하루도 굉장히 게으른 몸뚱이와 놀 거리와 수마와 싸워 목표한 걸 조금이라도 쟁취했다. 그리고 밤에 힘을 내어 뛰면서 가파른 숨과 함께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생각을 정리했다(마스크 쓰고 뛰니 더 힘들더라...). 긴 밤이 지나고 내일의 아침이 밝아오면 또 어떨까 싶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척 크다. 그리고 내일 해야 할 일을 미리 머릿속에 그리며 계획을 짜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매일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진 못하더라도 그 옆에서 알짱거리는 조연 정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가장 큰 목표는 ‘나만의 창작’을 해보는 것이다. 완전한 창작이 아니더라도 내 이름(혹은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이 박힌 창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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